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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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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조사는 절대로 조세정의가 아니다. 그 이유

언론 세무조사가 조세정의냐 또는 언론학살이냐는 데 한국사회가 둘로 갈라졌다. 조세정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DJ 일당, 홍위병 등 적색세력들이고, 언론확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안보 세력이다. 그래서 나는 세무조사를 조세정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을 일단 붉은 색깔로 분류한다.

한국의 최근사에서 지금처럼 남남분단의 골이 깊어본 적은 없다. 마치 6.25 전야를 방불케 하는 붉은 세력의 발악이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적인 개 도둑이 맛있는 고기 속에 낚시를 넣어 개를 유혹했다. 개는 끼깅대는 소리마저 내지 못하고 끌려갔다.

DJ가 "통일"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아름다운 과자를 4,500만 국민에게 던져 주었다. 국민은 격조 있는 포장에 현혹되어 받아먹었다. 혀가 낚시에 걸렸다. 제발 아프지만 않게 살살 다뤄주기를 바라면서 38선 가까이 끌려 왔다. 38선을 넘으면 그는 돈을 푸짐하게 받고 사라질 것이며, 국민은 일대 살육을 당할 것이다.

언론 세무조사를 조세정의라고 선전하는 사람들은 골수 적화세력이다. "언론이 그 동안 너무 했어. 한번쯤은 혼 좀 나야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둑알만 보고 바둑판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

전두환 장군이 언론을 탄압할 때, 붉은 세력들은 "독재정권 타도"를 외쳤다. DJ가 언론을 더 가혹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탄압할 때 이들 붉은 세력들은 정반대로 "조세정의"를 외치며 DJ 홍위병으로 나섰다. 바둑판 정세를 읽어 가면서 국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빨갱이 정권 타도"를 외치기 시작했다.

저쪽이 음흉하게 "편을 가르지 말자, 지역감정을 부추기지 말자, 색깔논쟁을 중지하자"하면서 기세를 잡을 때 우리는 "아, 그래. 좀 자제해야지" 하고 침묵하면 우리쪽은 곧 38선을 넘는다.

세무조사가 어째서 조세정의일 수 없는지를 살펴보자. 6가지 이유가 있다.

1. 조세정의는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지 칼과 마녀사냥으로 하는 게 아니다.

IMF 이후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이 기업의 투명성과 국제 신인도(credibility)였다.
"투명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면 정부, 공기업, 금융기관, 대기업, 소기업, 언론사 모두가 투명해 졌을 것이다. 132일간 1,000명의 세리를 투입하여 닥치는 대로 모조리 물어 뜯으라는 식의 전근대적인 세무조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세무조사가 괘씸한 사람 때려잡는 정권의 무기라는 사실, 모르는 사람 없다. 다른 정권도 세리라는 개들을 풀어 괘씸한 작자들을 물어 뜯으라고 했지만, 이번 DJ가 풀어놓은 세리들은 사람, 동물 구별하지 못할 만큼 악랄해서 동아일보 회장 부인까지 물어 뜯어 죽였다.

탈세는 시스템의 산물이다. 시스템은 방치한 채, 사람만 잡는 대통령은 위험인물이다. 시스템은 그대로 방치한 채, 사람만 잡으면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더 많은 저지레를 친다. 잘라낸 가지에 잎들이 더 무성하게 자라나듯이 사람만 잡고 시스템을 방치하면 더 많은 부정이 자란다.

북한 땅에서 살인 무기가 대포알을 쏘아댄다. 대포알 하나 하나를 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 얼마나 머리 나쁜 사람인가? 머리 좋은 사람이라면 살인무기 자체를 없애려 할 것이다.

신문사 사람 잘라낸다고 탈세가 없어질까? "일벌백계"는 투명성 보장됐을 때 하는 얘기다. 투명하지 않는데 누가 탈세를 했는지 어찌 알겠는가? 조세정의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구현되는 것이지, 이번처럼 칼을 휘둘러 달성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2. 칼을 휘두르는 데에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 먼저 휘두를 것인가? 경영에는 규모가 첫째 기준이다. 소위 Materiality Principle이다.

Inventory A,B,C라는 게 있다. 귀중품 가게는 가장 비싼 상품을 A급으로 분류하여 최고의 관심을 기울이고, 싼 제품들은 밖에 진열해 놓는다. 사람의 목소리는 2만여 개의 요소로 구성돼 있다. 바쁜 세상에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구별해 내는 데 이 많은 요소를 일일이 다 조사할 수는 없다.

2만 개 중에서 6개의 요소가 목소리의 98%를 결정한다. 그 6개의 요소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통계학에서 다루고 있는 Principal component analysis라는 최고급 응용수학이다.

경영에는 자원배분이라는 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아이템이다. 1,000명의 세리가 있다면 어디부터 투입해야 했을까? 400 여조의 공자금 및 공적자금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아무도 챙기지 않고 있다.

지난 6.28일자 일간지는 일제히 지난 6개월간 발생한 공적자금 손실액이 2조라고 했다. 도둑이 251명이란 했다. 불과 몇 명의 세리가 제보에 의해서만 찾아낸 비리 액수가 이 정도면 그 1,000명의 세리들은 당연히 사라진 공적자금의 행방을 찾아내는 데 투입됐어야 했다. 언론에서 잡아낸 추징금은 고작 5,000억이다. 그것도 몇 배로 부풀려진 수치다.

공적자금이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이 많다. 재경원장관이 하루아침에 통장을 만들어 64조, 50조 식으로 임금액을 쓰고 도장을 찍어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에 나눠준 것이다.

그 액수 범위에서 수표도 발행하고 화폐도 발행하는 것이다. 이런 나쁜 짓을 하면서도 국민에게는 속이기 위해 이상한 말로 포장한 것이 공적자금이다. 한미디로 우리 돈에 맹물을 탄 것이다. 이런 돈을 풀어헤쳐 식물기업을 먹여살린다. 국가를 시한부로 파먹다가 한보처럼 걸레로 DJ에게 넘길 모양이다. 가장 악랄한 정권이다.

세리라는 자원을 어떠한 우선순위에 의해 배분했어야 했을까? 첫째가 공적자금 및 공공자금 추적이다. 공기업, 대기업, 금융기관, 공적자금을 가져간 덩치 큰 기업들이다.

그런 돈은 요령껏 알아서 가져가라고 방치해놓고 연간 매출금이 2,000억 수준인 일간지들만 때려잡았다. 조세정의의 대상이 겨우 몇 개의 일간지뿐이란 말인가? 일간지들 중에서도 정부 정책에 비판을 가하는 일간지에만 조세정의가 적용돼야 하는가?

붉은 세력은 "제대로 된 신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신문을 가지려면 때려잡는 식으로는 안 된다. 시스템을 가지고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왜 하필 신문만 제대로 돼야 하는가? 가장 먼저 제대로 돼야 할 것은 정치판과 정부다. 공기업, 대기업, 은행 등이 가장 먼저 제대로 돼야 한다.

3. 조사방법이 상궤를 벗어났다. 글쓰는 기자들을 왜 조사하는가? 그들의 친인척, 친구의 계좌까지 뒤졌다. 어느 음식점에 잘 가는지, 얼마나 비싼 음식을 먹는지, 어느 백화점을 잘 가는지, 어떤 물건을 사는지; 치사히기 이를 데 없다.

나로 인해 친구가 국세청과 검사의 조사를 받고, 그 친구가 어려움을 당하고 나를 원망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동아일보 회장 부인 안경희 여사가 투신자살을 했다.

국세청 예규에는 5년마다 세무조사를 하게 되어 있고 언론사에 대해서는 1999년에 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조사해야 할 때는 하지 않고 있다가 2년이나 지나서 갑자기 조사를 한 것은 국세청의 직무유기이며,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종합상사나 삼성물산 등 연간매출액이 40조원이 넘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30∼40명의 인력으로 한달 정도 기간에 걸쳐 조사를 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10대 중앙일간지 전체매출액을 다 합쳐봐야 1조8천억원 밖에 안 되는 중소기업 규모인 언론사들에 대해 1천여명의 조사요원을 투입하여 장장 132일에 걸친 세무사찰을 했다.

더욱이 추징액은 연간매출액의 1∼2%를 매기는 것이 국세청의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규모의 언론사들에 대해 단일업종 세무조사 사상 최대인 총 5천56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은 통상적 추징액의 30배에 이르는 것이며, 이는 이번 조사가 통상적 세무조사가 아닌 언론 죽이기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판촉물 성격인 무가지를 접대비로 간주하였고, 신문광고 유치비용 등을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막대한 추징액을 산출했는데, 이는 언론사의 특성을 무시한 엄청난 부풀리기 과세를 한 것으로 역시 언론을 초토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징세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세기본법의 납세자 비밀유지 의무조항에 의해 총리나 국세청장이 세무조사 결과발표는 절대 못한다고 공언해 놓고 막상 23개 언론사에 5천56억원을 추징한다는 발표를 한 것은 여론재판이요 마녀사냥이다.

사주에 대한 검찰고발 발표 때는 이례적으로 생중계 기자회견을 하면서 언론사의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언론사를 탈세나 일삼는 파렴치한 비리집단으로 낙인찍기 위한 인민재판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국세청이 이미 250여명의 3천여개 계좌를 뒤졌고, 특히 64명에 대해서는 '일괄 금융계좌 조사'를 실시했으며, 10년 전 발행된 10만원권 수표추적까지 하였고, 검찰에서는 더욱 강도 높은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주 부인의 자살사건도 친구와 친인척의 계좌까지 무자비하게 뒤지는데서 온 충격이 불러온 비극이다. 빨갱이를 연상케 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마구잡이식 계좌추적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검찰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연일 언론에 흘리는 것 역시 마녀사냥이다.

국세청이나 검찰 모두 사주나 친인척 고위 간부들의 사법처리 불가피성을 계속 흘리고 있다. 언론은 기사를 정부여당에게 유리하게 고쳐 쓰게 해 달라는 현정권의 공공연한 압력을 사주들이 거부하니까 보복조치를 취하려 하는 것이라고 발혔다. 많은 국민도 그렇게 생각한다.

더욱이 검찰은 국세청이 아예 고발하지도 않은 언론사 사주나 간부들도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서 비판적 언론인들을 대거 숙청하고 언론사를 초토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15대 대선 직전 김대중후보의 가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및 탈세혐의와 관련된 증거들이 밝혀졌지만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어서 수사가 보류된 바 있는데, 굳이 언론사 가차명계좌와 비자금 조성의혹을 규명하겠다면, 김대중씨의 비자금 조성혐의도 언론사와 형평에 맞게 10년간 소급하여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DJ가 조세정의, 투명성을 들고 나오면 개도 웃을 일이다.

4. 지금의 언론 죽이기는 DJ집권 초기에 불거진 언론 문건 시나리오와 100% 맞아 덜어진다. 언론대학살 공작은 집권 초반기부터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되고 기획된 것으로서, 이미 밝혀진 3건의 언론장악 문건에 나와 있는 시나리오대로 진행이 되고 있다.

이를 조종하는 배후에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정무수석, 경제수석, 국세청장, 공정위원장, 검찰총장, 그리고 외부인사 L씨, C의원 등으로 구성된 10인위원회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금년 1월 11일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 언급이 있은 후 국세청 세무사찰, 공정위 조사, 언론고시 등 일련의 언론 목조르기 공작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은 결코 오비이락이 아닌 언론대학살을 위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세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견해를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는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요구에 대해 국세청장이 '대통령에게 직보할 처지는 안 되지만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에게는 보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5. 그동안 DJ는 언론사의 주요직책들을 그의 당원들로 채웠다. DJ는 언론사들이 지고 있는 빚을 무기로 이런 식의 언론장악을 꾀해왔다. 그래도 뜻대로 장악이 안 되자 손에 피를 묻힌 것이다.

6. 김정일은 조선일보를 폭발하겠다고 별렀다. 김정일에게 말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DJ가 그에 충성을 보이기 위해 김정일의 손에서 칼을 받아들고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 보임으로써 그에게 충성을 보이려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DJ는 제발등을 크게 찍었다. 그리고 제 무덤을 파고 있는 중이다.

200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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