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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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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매너가 그의 운명

돈 쓰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해서 돈을 벌었는지는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다. 더러는 유산으로 돈을 쓰고, 더러는 회사를 차려 편법으로 돈을 훔치거나 근로자의 고혈로 돈을 만들거나 사기를 쳐서 쓰기도 한다. 이 모든 사연은 한동안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돈을 쓰고 있는 모습은 금방 눈으로 볼 수 있다. 적은 돈을 쓰면서도 "복 받으세요"라는 마음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돈을 쓰면서도 "언젠가는 네 망하는 꼴을 보리라"하는 저주(a curse)를 받는 사람도 있다.

돈을 뿌리면서도 멸시를 받는 사람도 있고, 쓸 돈이 없으면서도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다. 한 미디로 인품이다. 인품은 철학과 매너로 구성된다. 아무리 내면적으로 깊이 있는 철학 논리를 가지고 철학을 강론하지만 매너가 상스럽거나 유연하지 못하며 임기응변의 기지가 없으면 먼지 쌓인 논어문과 다를 게 없다. 남을 향해 풍기는 향기가 없고 생명이 없는 것이다.

기업의 직원들에게 제왕 적으로 군림하는 이들도 많다. "내 돈을 먹으려면 내 앞에서 기어라". 돈 때문에 그 앞에서 기어야 하는 사람들 마음에 긋는 상처는 술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

직원들은 그의 명령을 따르는 척 하지만 실은 그를 저주한다. 상처를 받는 사람들은 가정의 가장들이다. 가장들의 수명이 지능적으로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가정들로부터 저주를 받는 기업주가 얼마나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며 그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한국기업에 이런 사람이 많을 수록 한국기업은 경쟁에서 오래 견디지 못한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국가 돈을 마치 자기 돈으로 착각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 많다. 부하라면 무조건 신분으로 차별하려는 못된 매너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부하들은 상관의 얼굴 표정, 던지는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종들의 신세가 된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한국 민족에게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문화권에서 어떻게 유능한 간부가 양성되며 창의력이 솟겠는가?

이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잘 기는 사람들이 현재의 정부와 사회 요직을 점령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수만개의 자리를 배급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른 DJ 당원들은 "선생님 앞에서 가장 잘 기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배급해 주고 있다. 그게 지역인사다.

나머지 지역 사람들은 그들 덕에 먹고 살면서도 "두고보자"는 마음으로 "권불십년"이라는 격언에 희망을 걸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이런 국가가 어찌 제대로 되겠는가?

부처님의 "인과응보"! 남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이들은 살아생전 어떤 벌을 받을까? 불교에서 3대 악 중의 하나가 미련이라 한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그 아픈 마음이 암으로 전환돼도 상처를 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런 게 바로 부처님이 말하는 3대악 중의 하나인 미련함일 것이다. 노벨상을 탄 DJ역시 무수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2001.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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