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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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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도 "경영이 없다"

지붕이 무거운 초가집, 개미떼들이 달려들어 기둥을 파먹으면 어떻게 될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다가 어느 한 순간에 조기경보조차 없이 폭삭 무너져 버린다. 지금의 우리 경제가 바로 "폭삭" 직전의 상태다.

서울대 정운찬 교수가 7. 13일 우리나라 간판기업, 삼성 반도체 사업이 지난 6월부터 적자로 전환했고, 불황이 내년 1분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출 부진과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하반기 경제전망이 어둡다고 주장했다.(조선)

그는 미국경제가 1920년대의 공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도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한국경제를 미.일 경제에 연관시키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기업에는 물론 정부와 농어촌에 경영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부를 창출하는 3대 경영 주체 모두에 경영다운 경영이 없는 것이다.

나는 삼성의 기업문화를 극도의 감시와 기계적인 개인 통제가 강화돼 있는 기업으로 본다. 소위 Theory-X사회다. 깔끔한 정장, 경직된 매너, 필요 이상의 말을 삼가는 조심성, 개인별로 매겨지는 점수제, 누군가에 의해 감시 받고 있다는 강박관념, 삼성에서 퇴직했을 때와는 너무나 대조를 이루는 숨막히는 삼성의 "겨울 문화"를 가지고는 절대로 사원들의 능동적인 자세와 창의력을 기를 수 없다.

나는 삼성이 창의력으로 커온 게 아니라 대규모 자금, 장치산업, 극도의 통제와 절제에 의해 몸체만 키워왔다고 본다. 시중의 인식과는 달리 나는 삼성의 시스템이 낙후돼 있으며, 일하는 방법이 고식적이어서 겨우 개인이 내는 콩가루 효과밖에 거두지 못한다고 생각한다.삼성의 간부들이란 콩가루를 쓰러 담는 물리적 합철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시너지를 내는 조직이 아니다.

나는 감히 "삼성에는 경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은 삼성은 물론 모든 기업들이 음미해야 할 경구다. 가장 잘 나가는 선두 주자에 대해 "경영이 없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구태의연한 기능조직, 단기이윤 극대화 마인드, 통제문화, 일하는 방법과 사원들의 마음가짐, 회의문화, 토의문화; 이 몇 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서운하다, 네가 어찌 아느냐, 증명할 수 있느냐 식의 반론은 낭비다. 어느 한 사업부문 하나에 대해 1-2주만 보면 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줄거리를 뽑아낼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모든 기업들은 시스템 및 문화상의 공통적인 병균을 안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미국, 밀본 경제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라 기업, 정부, 농어촌이 1달러를 쓰면 1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부스러기 돈만 재생산하는 총체적인 "경영부재"로 인해 망해기고 있다.

현정부는 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기업이 써야 할 돈을 북한에게 퍼다주었다. 마구잡이로 빚을 내고, 은행돈을 끌어가고, 돈을 찍어내고, 연.기금을 있는데로 끌어다가 밑 빠진 독에 부어버리고,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라는 치명적인 암세포를 확산시켰다. 세균전 이상으로 악질적인 경제파괴 행위였다.

200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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