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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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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경제밖에 모르는 경제 관료

지수 경제밖에 모르는 경제 관료

1970-80년대에 한국은 아시아의 4마리 용 중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 속도를 자랑했다. 1991년 한국 생산성본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1970년대의 GDP 성장 율은 16.7%, 1980년대의 GDP 성장 율은 10.5%나 됐다. 이는 성장률 10%를 맴돌던 다른 용들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였다.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이 화려한 경제지표에 만족해하며 한국경제가 곧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들떠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들만의 우물안식 생각이었다. 오늘날의 일본경제가 어떻게 해서 구축됐고 이에 반해 한국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기초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들이 지표 경제에 들떠있던 바로 그때 미국의 미래연구소(futureist group)의 어느 한 시스템학자는 1988년 여름 LA지역 세미나에서 한국이 머지 않아 용의 그룹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매우 유감스럽게도 지난 20년간 한국경제는 그가 예언했던 코스대로 추락해 왔다. 한국경제는 1980년대가 끝나면서 용의 그룹에서 탈락했고, 지금은 더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지금도 한국경제는 잘 나가고 있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잘 나가고 있는가? 많은 이들은 지난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국경제의 펀다멘탈 즉 기초가 튼튼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20년 전의 미국의 어느 한 시스템학자는 한국경제의 기초가 매우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똑 같은 한국경제를 놓고 어째서 한국 경제학자들과 미국의 시스템학자가 각기 다른 평가를 내렸을까?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과거의 눈부시게 높았던 경제성장 기록을 내세운다. 70-80년대에 걸쳐 10%-16% 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최소한 7% 이상의 성장 율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편다.

이러한 "추세분석" 논리라면 1950-60년대에 취약했던 한국 경제는 그후로도 계속 취약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1970-80년대에 엘리베이터식 수직 상승을 했다. 여기엔 수직 상승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 유효했던 시스템은 이제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사실상 지금의 경제는 아직도 옛날의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 잘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경제 지표들은 사실상 사상누각과 같은 수치들일 수 있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유화, 조선 등 불과 몇 개의 기둥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이 몇 개의 기둥이 무너지면 한국경제도 무너진다. 이 기둥들이 얼마동안 더 지탱해줄 것인가에 따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질도 급격히 변화할 것이다.

지표에만 익숙해진 한국인들과는 달리 20년 전에 미국 미래연구소 시스템학자는 무엇을 근거로 감히 한국경제의 몰락을 자신 있게 예언할 수 있었는가? 그는 한국경제의 시스템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성장의 엔진을 보았다. 그 미래연구소 학자는 다른 3마리의 용, 즉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두뇌기술(brain power)에 의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능공의 손끝기술에 의해 경제성장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두뇌기술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국제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제품이 끊임없이 나와야 일자리가 계속적으로 창출된다. 그러나 손끝기술은 남이 설치해준 공정에서 남이 가르쳐준 방법을 손끝에 익혀 기계를 돌릴 수 있는 기술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도 없고 일자리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 미국인은 한국시장이 개방되고 한국의 임금 수준이 선진국에 육박하는 순간부터 한국에는 대량 실업사태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한국이 이러한 딜레마를 비켜갈 수 있는 길은 하루 빨리 OEM 체제 즉 "선진국 제품을 원숭이 식으로 생산해서 납품하는" 하청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기술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OEM 생산 체제를 일본 오마에겐이치 박사는 통과경제(transit economy)라고 표현했다. 한국인들은 그의 표현에 서운함을 나타내지만 그의 표현은 옳은 것 같다. 우리가 자랑하고 있고 또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몇 가지 산업을 시스템 측면에서 살펴보자. 수치를 보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시스템을 보면 비관적으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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