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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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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경제에 들뜬 사회

신 정부에 들어서면서 주식 시장 전체가 투전판으로 변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해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던 기업들이 주식 값이 오르면서 저절로 소생됐다. 주가 상승에 의해 부풀려진 재무구조는 주가가 폭락하는 바로 그 순간 악화돼 버릴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를 것이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지금처럼 좋아진 이유는 기업의 기술 능력이나 경영능력이 향상돼서가 아니라 단지 "묻지마"식 투전꾼들이 뿌린 "판돈" 덕택이다. 사실상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 전체의 실물경제 적 비전이 매우 어둡다. 어느 날, 실물경제가 국민들 피부에 비관적으로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부터 주가는 폭락할 것이다.

잘 나가는 코스닥시장을 보면 더욱 더 아찔하다. 정부는 벤처기업 수를 지금의 5천 개에서 1만 개 수준으로 늘린다고 한다. 정부가 벤처 1만개 육성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고 무리수를 두면 건실하지 못한 벤처들이 우후 죽순 식으로 나타나 포장만 그럴 듯 하게 해서 육성자금을 따먹고 투전꾼들의 돈을 긁어모을 것이다. 여기에 주가를 조작하고, 치고 빠지는 식의 각종 작전과 장난질들이 동원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1일 거래량이 3조원이고 코스닥 주식의 시가 총액이 10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제돈 좀 써 주십시오"하며 맴도는 뭉치 돈이 30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듣기 좋은 말로 "미래가치"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그 미래라는 시기가 언제일까? 그들이 가진 시간은 짧은 반면 그 기간에 넘어야 할 고개는 매우 험하다. 벤처 능력은 팀웍에 담기는 것이지 어느 한 특출 난 개인에게 담겨지는 게 아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팀웍에 익숙하지 못하다. 투자가와 기술자간의 팀웍도 이루기 어렵고, 기술자 상호간의 팀웍을 리드할만한 토의 능력을 기른 사람들도 매우 드물다.

한국 교육은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아니고, 실험실에 익숙한 교육도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어렵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신제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한국에는 새로운 상품의 품질을 평가해주는 공신력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그 새로운 것을 좀처럼 믿어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핵심은 경영이다. 설사 몇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있다 해도 그것이 곧 경영능력은 아니다.

벤처기업이 넘어야 할 고개는 이렇듯 험난하지만 투자자들은 겨우 2-3년 밖에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 확실한 수익을 보여주지 못하는 벤처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비난받고 도산될 것이다. 벤처기업의 성공률에 대해서는 아직 통계가 없다. 미국에서라면 5%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0.1-1%로 보는 이들이 많다. 5,000개 벤처기업 중에 5-50개만 생존하고 나머지는 우르르 무너지게 된다는 말이다. 바로 이 순간에 도달하면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적 패닉 현상이 확산될 것이다.

더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더러는 몰래 기업 자금까지 빼내다가 주식 판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개인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그 돈을 떼일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다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게 될 것이다. 이들 기업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부실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결국 국민의 어깨 위에 얹혀지고, 정부는 국민에게 갖가지 방법으로 세금을 중과해 사회적 불만을 야기 시킬 것이다. 실물경제 능력은 조금도 향상되지 않는 상태에서 투전판에서 벌인 게임 때문에 경제는 물론 사회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장관, 회사원, 학생, 농부에 이르기까지 주식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주가 동향에 촉각을 세우느라 업무는 뒷전이다. 생산활동은 위축되고 투전판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주식시장이 쉬는 공휴일에는 초조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한다. 국민 정신이 병들고 근로 정신이 타락해가고 있는 것이다.

투전판 주위는 언제나 흥청거린다. 투전판에서 돈을 번 벤처사업가와 투전꾼들은 과거의 땅 졸부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유흥과 사치를 위해 흥청망청 그 돈을 뿌리고 있다. 그 뿌리는 돈에 의해 일부 경제 분야가 흥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고삐 풀린 공적자금과 국채를 팔아 걷어들인 236조원의 돈이 풀려나가 사회는 더욱 더 흥청거리고 있다.

지난 IMF 사고가 터지는 바로 그 순간까지 우리는 참으로 돈을 잘 썼다. IMF 직전이었던 1997년 11월까지만 해도 당시 야당이었던 현 집권당은 "만일에 국민회의가 집권한다면 5년 이내에 2만 달러 국민소득을 이루어내겠다"고 장담도 했다. 가만 두어도 경제가 잘 굴러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렇듯 흥청망청 썼던 돈은 바로 무책임하게 빚내온 외화였다. 그 외화를 가지고 흥청망청 돈 쓰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경제가 잘나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또 다시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있다. 그 돈은 바로 "한판 승부"에 돈을 걸었던 주식 투자가들이 날려버린 "판돈"과 정부가 후손들에서 물리고 있는 "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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