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누적되는 빚

지금까지 예금보험공사가 거느리는 금융기관, 기업들에 털어 부은 국민세금은 236조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자기자본 규모는 30대 재벌을 합친 규모보다 더 큰 것이다. 1999년6월말 현재 대우가 작성한 회계 장부의 규모를 보자.

자기자본 14조, 부채 78조였다. 그러나 1999년11월4일까지 공인회계사들이 달려들어 중간 실사를 실시하여 파악해낸 결과는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25.6조, 빚이 86.8조였다. 이것이 99년 11월4일자의 발표였다.

그러나 불과 4일만에 일간지들은 대우의 빚 8조가 실사에서 누락됐기 때문에 대우 부채는 95조원이었다고 보도했다. 해외부채 65억 달러 중 50억 달러를 누락시켰고, 국내 빚 2조를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기업의 장부를 믿을 수 없는 것은 대우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공기업과 사기업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회계의 투명성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면서 생선을 먹지 말라고 형식적으로 이르듯이 정부는 기업들에 대고 투명성을 강화하라고만 말할 뿐 모든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투명성을 증진시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느냐에 대한 방책 마련에 대해서는 착안조차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기업들은 빚을 숨기면서 빚을 지고, 적자를 숨기면서 은행돈을 빌려 가는 행위를 계속할 것이며, 이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은 연연 세세 반복될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의 빚은 98년 말 현재 33조4천억 원이고 자기자본이 겨우 10조에 불과하다. 99년 6월말 당시 현대그룹 전체의 자산은 80조원, 부채는 60조원, 그리고 자기자본이 겨우 20조원이다. 이러한 수치 역시 그들의 장부상에 나타난 것들이다.

대우의 경우처럼 실사를 거치면 이들 수치들도 천문학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빈약한 대기업들의 자기자본 규모를 볼 때 재경부 통제하에 투입된 236조의 자기자본은 얼마나 방대한 규모인가.

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영 체들을 퇴직공무원들로 구성된 예금보험공사, 성업공사, 은행들을 거느린 재경부 장관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구태여 기다려보지 않아도 뻔하다. 개혁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비효율적일 것이다. 왜 그럴까? 공무원들의 실력은 바로 중앙정부가 보유한 108개 공기업의 경영실태에 극명하게 나타나 있다.

그 108개 공기업들 중에서 가장 잘 나간다던 한국전력을 보자. 총 자산 49조7천만원, 3만5천명의 사원에 국내 빚이 33조이고 해외 빚이 95억 달러라 한다. 99년11월5일자 일간지들은 감사원의 샘풀 감사 결과를 대서특필했다. 전기요금을 주먹구구식으로 거둬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수원 S아파트 등 36개 아파트에 대해 전기요금을 주택용 요율로 부과하지 않고 산업용 요율로 부과해 7억 원을 더 거둬들였다고 한다. 값싼 내수 제품을 납품 받으면서 높은 외제 품 가격을 지불해주었다 한다. 입찰 대상 업체들에게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납품을 하도록 했고, 불필요한 물품과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매하여 방치했다 한다. 어쩌다 해본 부분적인 샘플감사에서 발각된 부당 지급 액 만 해도 301억 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개인연금 보험료 120억 원을 회사 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한다. 공익 목적으로 편성된 광고비 등 146억 원을 직원 회식 및 놀이용으로 썼다고 한다. 공기업의 과장급이 405만원의 월급을 받고 부장급이 퇴사할 때 6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국정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전 자회사 역시 모회사를 쏙 빼 닮았다. 1999년11월11일자 중앙일보는 2면에 감사원이 한전기공, 한전산업개발, 한전정보네트워크,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등 5개 한전 자회사를 조사한 결과 43건의 비리를 발견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들은 1999년1월부터 6개월간 발전소를 보수. 정비하면서 인부 수를 늘리거나 작업일수를 늘려 잡는 수법으로 6억 원을 챙겼고, 이에 추가하여 가공인물 70명에 대한 인건비도 11억 원씩이나 추가로 한전에서 받아갔다고 한다.

공기업의 인사는 마치 선거의 전리품처럼 집권당 식구들에게 나눠지고 자리수도 늘어났다. 사장 자리, 감사 자리 그리고 수많은 이사 및 부장 자리들의 대부분이 집권당 식구들에게 배당됐다.

여기에 집권당 식구들을 위한 또 다른 자리들이 대량으로 보태지고 있다. 이번에 정부의 소유로 편입된 4대 은행, 3개 투신사, 대한생명, 3개 금고, 서울 보증보험, 92개에 이르는 워크아웃 기업 등 400여 개의 신 관치 기업들의 간부직 자리들이다.

정부가 236조라는 엄청난 국민세금을 투입하지 않았을 때에도 정부, 600여개의 정부산하기관, 108개 국영기업, 297개 지방정부 공기업들이 쓰는 예산은 GNP의 75%였다. 이들 모든 공기업들은 날이 갈수록 더 많은 폭의 적자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예를 들어 서울 지하철의 1,2,3,4호선을 운영하는 지하철공사는 해마다 8,000억-9,0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매년 이자 비용만 해도 2,000억 원 규모다. 여기에 정부가 새롭게 국유화한 400여 개의 기업 군들에 또 다시 집권당 사람들을 심어보자. 과연 이것이 국가를 위한 개혁인지 묻고 싶어진다.

2000. 5. 21 재검토


Prev	돈 막 쓰는 정부	지만원


Next	겉 핥기 식 국가채무 논쟁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