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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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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육성 시스템

선진국 중소기업과는 달리 한국 중소기업의 60% 이상은 대기업에 종속된 납품업체들이다. 이런 업체들 중 많은 업체들은 스스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납품 권 하나로 평생을 지내려 한다. 대기업에 납품 권을 따내는 업체는 대개 대기업 간부들과 유착이 돼 있는 업체들이다.

이런 업체들은 대기업 간부들의 사적인 요구를 수용하고, 이들과의 유착관계를 공고히 하느라 품질관리나 새로운 제품 개발 등에는 마음을 쓸 여유 조차 없다. 새로운 제품과 품질로 거래하려는 게 아니라 유착으로 거래하려고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대기업 간부들의 횡포다. 대기업의 구매 비리는 매우 다양하다. 단골 거래처에게는 단가의 2-5%를 고정적으로 상납 받고, 부장이나 이사 급에게는 유명 브랜드 골프채를 상납하게 한다.

중소기업을 가장 괴롭히는 관청은 환경청이라 한다. 그 횡포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구매담당은 가끔씩 환경청을 핑계로 납품 가의 20-30%라는 큰돈을 납품업체에 떳떳하게 요구한다. "내 선에서 해결해야지 윗 분한테 그런 것까지 골치 아프게 어떻게 보고하겠소. 좀 도와주시오"

평소보다 큰 공사를 발주 받으면 제3인의 충복을 시켜 공사금액의 10-20%를 상납 받는다. 실제로는 1억에 낙찰했으면서도 낙찰 업체와 짜고 1억2천만 원에 낙찰한 것으로 서류를 꾸민다. 하청업체에게는 회사공금 1억2천만 원을 나가게 한 다음 대기업의 담당자는 하청업체로부터 2천만 원을 다시 받아낸다.

대기업의 실력자가 아파트나 차를 구입할 때에는 큰돈을 요구한다. 그러면 그후 여러 차례의 거래를 통해 그만큼 보상해 준다. 하도급 업체에 품질관리 명목으로 방문하면 그 때마다 돈을 줘야 한다. 이들을 상대하는 중소기업의 영업담당도 이런 과정에서 부스러기를 챙긴다.

관청이 유혹하고 강요하는 부패도 많다. 기업이 원칙대로 환경시설을 설치하면 환경청은 시설 감독이라는 명분으로 자주 나와 이것저것 트집을 잡는다. 따라서 업체는 차라리 웬만한 시설은 생략하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만다.

세무서 담당관이 새로 부임하면 업체는 돈 봉투로 신고를 해야 한다. 명절이나 납세신고 기간이 가까워오면 세무서 직원이 안부(?)전화를 한다. 가져오라는 신호다. 국세 심판소에도 상납을 해야 승소할 수 있다고 한다. 기타 부스러기 돈을 주우러 다니는 공무원들은 소방서, 경찰서의 정보과 및 교통과, 파출소 등이다. 시청에서는 건축과와 공업과에 잘 보여야 특별자금 배당 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한다.

공장을 설치할 때에는 재경부는 산업구조 차원에서 생산 품목의 수급 전망을 판단하여 허가를 내준다. 그러나 이 판단서는 재경부 공무원이 작성하는 게 아니라 민원 기업이 외부 연구팀에게 의뢰해서 작성 해다 바친다. 재경부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업체가 해주고 돈까지 바치는 것이다.

은행으로부터 당하는 비리도 상당하다. 커미션 챙기기, 꺾기, 시설자금 대출시 공사 가를 부풀려서 대출해주고 더 큰 리베이트를 챙기는 등 수법이 다양하다. 정부, 은행, 기업 상호간에 유혹 받고 강요받는 부패고리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스템뿐이다. 대기업의 횡포를 원천적으로 막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품질향상 은커녕 중소기업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모든 국민을 뛰게 하려면 후발업체나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도 정부는 공사업체, 납품업체, 용역업체 등을 입찰시킬 때 "경험 있는 업체"에게만 입찰자격을 주고 있다. 낙찰을 할 때에도 규모가 큰 업체에게 유리한 점수를 주고 있다. 이렇게 하면 신진 업체가 진출할 수 없으며, 중소기업도 육성될 수 없다.

권투를 할 때에도 체급이 있듯이 기업과 기업간의 분쟁, 기업과 고객간의 분쟁에서도 약자가 보호돼야한다. 약자라고 해서 무조건 이기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약자가 가질 수 없는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법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으로 보장되지 못한 법은 죽은 법이다.

특허청과 변리사 시스템도 약자 보호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 특정 상품에 대해 대기업이 실제로 사용하는 의장은 다섯 개 정도다. 그런데 대기업은 도안사를 시켜 가상적인 도안을 천여 개나 그려 가지고 의장특허를 내놓는다. 멋모르고 뛰어든 중소기업이 이 거미줄에 걸린다. 중소기업의 신제품이 이중의 하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판사가 재판을 하려면 변리사의 소견 서를 첨부해야 한다. 여기에 왜곡된 변리사들이 고용된다. 기술도 없는 일반직 공무원들이 특허청 인사과에 로비 하여 특허심사관으로 보직 받는다. 그 보직을 3년간만 보유하면 변리사 자격증을 얻는다. 그 자격증을 가지고 높은 수임료를 받으면서 대기업에 유리한 소견서를 작성해 준다.

이러한 병목 현상을 풀어주지 않으면 중소기업이 보호되고 육성될 수 없다. 중소기업 사냥을 일삼는 대기업에 정부는 "사냥을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냥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짜야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하나를 사냥하면 이것이 무서워 수많은 창업 지망생이 도전도 해보지 않고 사라져 간다. 이러한 병목 현상을 풀어주지 않는 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차지했던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모든 행위들은 건전한 시장 질서를 방해하고 기업 스스로의 운명을 허무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들은 노출되지 않고 숨어서 횡행되고 있다. 문제를 문제로 부각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스템 이탈자를 감시하고 벌주는 감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첫째, 모든 기업에 현대적인 내부 제어 시스템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둘째, 그 제어 시스템의 신뢰성에 따라 공인회계사의 수임료가 결정되도록 연결지워 져야 한다. 셋째, 공인회계사들의 역할이 선진국에서처럼 국민을 대신하여 기업을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고 넷째, 법원이 미국의 법원처럼 이동식 즉석 소액재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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