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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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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경영은 낙후된 경영진 탓

경영진과 근로진; 기업성과에 각기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가?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는 경영자의 몫이 80%이고 근로자의 몫이 20%다. 경영자는 기업 시스템과 기업 문화를 바꿀 수 있지만 근로자는 잘해야 부분만을 바꿀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근로자를 더 많이 갖는다는 것은 잘해야 더하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방법과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것은 곱하기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은 근로자들의 피땀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영능력에 의해 경제전쟁을 치러야 할 때다.

그러나 우리 나라 경영자들은 아직도 깜깜하다. 선진국들과는 반대로 우리 나라에서는 근로자의 역할이 80%이고 경영자의 역할이 잘해야 20%뿐이다. 시스템이라는 낱말 자체가 생소했듯이 우리 나라 경영인들은 이제까지 시스템이 내는 힘을 모르고 살아왔다.

외국 제품이 들어오지 못했을 때에는 정경유착만으로 떼돈을 벌 수 있었다. 구태여 어렵게 과학적 경영을 시도하지 않아도 돈을 벌었다. 재벌들은 과학적인 경영방법에 훈련된 학자들을 선생님으로 모시기를 싫어했다. 그들의 조직 내에서는 모든 면에서 총수가 최고였고, 전지전능해야 했다. 건방지기 한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경영체를 외부 전문가들에게 노출시키고 싶지도 않았으며 그들 이상의 전문가가 있다는 사실마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직장교육은 언제나 하위 직 사원들만 받는 것이었고 그들 자신은 교육 대상이 아니었다.

경영자들은 그들이 느끼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시스템 탓이 아니라 하위 직 사원들의 의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원들에게 물어보면 자기의 의식에는 하자가 없다고 말한다. 근로자들의 말에 의하면 오히려 경영진의 의식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것은 모두가 의식 탓이다. 의식 중에서도 내 의식 탓이 아니라 남의 의식 탓이다. 의식개혁 운동이 오히려 상호비난과 불신만을 조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투면서 시간을 허송하는 동안 기업은 시장을 잃고 퇴출된다.

의식이 잘못됐다는 것은 정신이 잘못됐다는 말이다. 정신병 환자들은 멀쩡한 몸 부위에 병이 발생했다고 호소한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인정해도 정신이 아프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어하는 본능 때문이란다. 자기의 병이 정신병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때에 비로소 치료가 가능해 진단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의 의식이 잘못됐다고 인정할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있을까? 우리는 남의 아픈 곳을 찌르면서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문화권에서 어찌 시스템의 힘이 솟아나겠는가? 경영자들은 지금도 자기의 할 일은 찾지 못한 채, 애꿎은 의식 탓만 하고 있다. 이런 경영자들은 너무나 많다. 경영진을 보면 한국기업의 운명이 보인다.

2000.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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