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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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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9000의 역할과 한계

도요다나 니산과 같은 대부분의 품질업체들은 납품업체의 과거실적과 기술 그리고 최고경영자의 자세를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다. 일본의 대기업들에게 있어 제3의 시스템 인증기구는 불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하청업체와 일생동안에 걸쳐 가족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청업체의 설계, 공정개발, 기술개선, 교육, 훈련 등의 중요 QC 절차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품이나 부품을 구매할 때마다 유럽 회사들처럼 제3의 인증기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업집단을 일본인들은 '도요다 가족'이니 또는 '혼다 가족'이니 하고 부른다.

어느 한 영국인이 ISO 9000에 대한 감사를 하기 위해 일본의 QC 모범업체를 방문했다. 감사가 끝난 후 일본인이 영국인에게 볼 것을 다 보았느냐고 물었다. 영국인은 조금만 빼놓고 거의 다 보았다고 말했다. 일본인이 못본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니다.

영국인은, 창고에 완제품도 없고 하자품이나 반품들이 한 개도 없으니 그것을 좀 보고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인은 반품 같은 것들은 한 개도 없다고 말했다. ISO 9000은 우등생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턱걸이 업체들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ISO 9000을 준수하면 잡다한 실수나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하자를 문서화된 절차에 의해 줄여보자는 것이지, 품질의 등급을 높이기 위한 표준이 아니다.

미국의 발드리지 상은 1,000점 만점으로 돼 있다. ISO 9000 감사에서 만점을 맞는다 해도 이는 오직 발드리지 점수에서 300점을 딸 수 있을 뿐이다.

데밍상은 1950년에 제정됐다. 그후 40여년간 오직 120개의 데밍상 수상업체가 탄생했을 뿐이다. 1987년에 발드리지 상이 제정됐다. 수천 개의 업체가 발드리지 상에 도전하지만 불과 몇 개의 업체만 평가의 대상으로 선정됐을 뿐이다.

ISO 9000의 표준이 국민학교 수준이라면 데밍 상이나 발드리지 상의 표준은 대학교 수준이다. 이제까지의 품질관리 대상은 품목 하나 하나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ISO 9000은 품목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기업의 시스템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회사가 만든 품질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전국 노래자랑" 프로에서 예선된 사람들만 무대로 내보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반면 ISO 9000에 합격됐다해서 그 회사의 제품을 믿는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대기업 중에서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는 삼성이 불과 몇 년 전에야 5S 운동을 시작했다. 이는 데밍상 점수에서 불과 5점을 따기 위한 운동이다. 다른 회사들은 그나마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아노다.

한국기업은 밖에서만 얻으려 하지 말고 안에서 얻는 방법에 몰두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첫 라운드에서 선진 기업에 패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들은 시스템 파워를 내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콩가루 식으로 힘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200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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