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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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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C의 확산

통계자료 수집에 훈련된 일본인들은 모든 작업현장에서 자료부터 측정한다. 남의 전쟁터에 가서도 그들은 자료부터 수집한다.

걸프전에서 오염된 바다를 청소해내는 데 있어 미국인들은 거대한 장비를 투입해서 기름 층을 걷어내느라 바빴지만 일본으로부터는 교수와 학생들이 파견됐다.

오일의 성질을 분석하기 위해 계측기로부터 수치를 적었다. 이러한 습관은 미국의 데밍 박사에 의해 형성되어진 것이다.

미국이 낳은 품질이론의 대가인 데밍 박사는 일본 품질관리의 아버지다. 1986년부터 일본의 데밍 위원회는 데밍상을 해외업체에게도 확장했다. 그러나 해외업체로서 이제까지 데밍상을 받은 업체는 플로리다전기회사(FPL Co.) 하나 뿐이었다.

TQC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미국인 석학 피겐바움에 의해 만들어진 말이다. 일본은 한때 TQC라는 말보다는 CWQC(Company Wide QC)라는 말을 더 선호했다. 그러나 일본은 TQC라는 말을 계속해서 존중해왔다.

1954년 JUSE라는 일본 과학기술자 협회는 쥬란 박사를 초청했다. 그는 그때까지 공장 내부에서만 강조되던 QC를 전체 경영자의 관심사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57년 NHK방송은 근로자를 위한 QC교육을 방송했다. 회사의 간부와 기술자들에게는 강의와 세미나 등의 수단을 통해 QC교육을 실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들에게 이러한 교육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었다. NHK방송은 근로자들과 모든 사회인들에게 QC교육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960년 일본 과학기술자 협회는 '작업반장을 위한 QC교과서'를 발간했고 동년 3월에는 통계적품질관리(SQC)라는 학술지가 3권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작업반장, 소비자 그리고 학교선생님들을 위한 것이었다.

재주는 미국이 부리고 돈은 일본이 번다는 말이 있다. 미국이 많은 돈을 들여 연구개발해 놓으면 일본은 그것을 소화해서 미국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미국보다 한발 앞서 돈을 벌었다.

같은 현상이 QC분야에서도 발생했다. 미국은 QC이론의 세계적인 선구자들을 배출했으면서도 그들은 모두 일본이 데려다 썼다.

미국은 1980년대에 와서야 일본의 우수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많은 학자들이 일본품질의 우수성을 강조했지만 미국인들의 우월감은 이를 억지로라도 외면하려 했다. 이는 미국의 품질상 제도가 1987년에서야 제정됐다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미국의 품질상은 '말콤 발드리지상'(Malcolm Baldridge Award)이며 이는 1981-87년간 미 상무장관 재직도중 작고한 발드리지 장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상이다. 이 상역시 매우 엄격해서 1990년 이전까지는 아무에게도 수여되지 못했다.

점수는 1,000점 만점으로 돼있으며 평가기준은 도전적인 품질목표, 고객의견 수렴시스템, 수리적 접근방법 그리고 인간능력 개발들이다.

유럽 QC 분야에서는 영국이 비교적 가장 앞서 있으며 영국품질협회(BQA)가 가장 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BQA나 미국의 ASQC도 일본의 JUSE의 상대는 못된다. 최근 유럽에서는 ISO 9000이 유행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품질 시스템과는 비교될 수 없는 것이다.

ISO 9000은 유럽의 대기업들이 외국의 납품업체를 고르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제3의 인증기관에 의뢰해서 입찰 대상업체가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유럽 자신들도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전 유럽으로 확산되긴 했지만 이는 벌써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세계적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유럽에 납품하려는 업체는 최소한 제 3의 인증기관으로부터 합격도장을 받아야 한다. 한국업체들은 이것을 매우 높은 장벽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너무 뒤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ISO 9000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의 QC는 기업체를 단위로 하는 것이었으나 싱가폴의 QC는 이광효 수상이 국가를 단위로 해서 추진했다. 그는 TQC 개념을 국가단위에 적용한 최초의 정치인이었다.

국가단위의 품질화가 이뤄진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싱가폴 뿐이다. 업체가 국가간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듯이 국가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민주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한 규정으로 무질서의 사회를 질서의 사회로 전환했다.

싱가폴은 1965년에 말레지아로부터 분리됐다. 중국인, 말레지아인, 인도인 등의 다인종들을 수용하고 기독교와 모슬렘교 등의 잡다한 종교를 포용해서 말레리아 병이 범람하고 마실만한 물이 없는 땅에다 강도가 없고 질병이 없으며 질서가 엄격히 유지되고 있는 정원의 나라를 세웠다.

비전을 주고 공정한 규정에 따라 국민을 이끌어가면 이는 독재가 아니다. 세계의 아무도 싱가폴의 이수상을 독재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물이 너무 깨끗하면 고기가 안 꼬이고 사회가 너무 깨끗하면 경제가 안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한국에는 너무 많다.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일본의 TQC가 있었고 그러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광효 수상이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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