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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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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C와 TQM

미국이 낳은 슈하트 박사는 일본에 SQC라고 하는 통계적 품질관리를 가르쳐 줬다. 미국의 쥬란 박사는 문제를 프로젝트화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획기적인 개선방안은 업체의 기본 편제조직을 가지고는 창안될 수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데밍 박사는 '의사결정을 여론이나 직관에 의해 하지 말고 자료와 사실에 기초해서 하라'고 가르쳤다. 이를 계기로 일본인들은 오늘날 자료를 기록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국민이 됐다. 미국의 피겐바움박사는 TQC 이론을 가르쳐 줬다.

미국인 거장들에 의해 품질 이론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일본은 그들 특유의 응용능력을 활용하여 일본 고유의 품질 문화와 기법들을 이룩해 냈다. 많은 이들이 외국의 이론은 한국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적 이론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론은 충분하다. 응용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공진청이 TQM 즉 Total Quality Managrment 라는 용어를 새삼스럽게 확산시킨 바 있다. TQM은 한동안 TV에서도 방영됐다. 그들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TQM은 미국인들의 극히 일부가 일본에게 빼앗긴 기선을 되찾아 보려는 얍삽한 동기에서 만들어낸 용어일 뿐이다. TQC를 배우려는 나라는 많지만 TQM을 배우려는 나라는 별로 없다.

산업계에서 TQC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TQC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TQC는 한국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TQC는 구식이고 TQM이 신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에는 W이론이나 신바람 이론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말하는 이들은 품질 현대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TQC를 해야하느냐 안해야 하느냐를 놓고 시간을 허송할 여유가 없다. 빨리 제대로 배워야 한다. 이론은 국제공용어다. 단지 응용방법이 다를 뿐이다.

TQC는 외워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응용 능력으로 배우는 것이다. 호랑이가 파리 한 마리를 잡아도 온 힘을 다해야 하듯이 TQC는 최고 경영자가 스스로 팔을 걷고 나서야 하루에 조금씩 터득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TQC입국을 위해 30년 이상 최고 경영자들이 현장에서 뛰었다. 기술은 생각하는 능력에 의해 쌓여지는 것이지 돈을 주고 사지는 것이 아니다. 노태우 전대통령이 일본에게 기술을 달라고 구걸했던 일은 기술이 물건처럼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소치의 것이었다.

통계적 접근방법이 응용되지 않는 품질관리는 과학적이 아니다. 공장에서 통계자료를 기록하고 있지 않으면 TQC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품질관리 이론의 시조는 슈하트 박사이며 그는 통계학자였다.

그가 제조공장을 위해 고안한 '슈하트 컨트롤 차트'는 각 공정에 대한 작업결과를 수치로 측정하여 이 수치가 일정 범위 내에 들게되면 합격시키고 범위를 벗어나면 불합격시키는 데 사용됐다.

이것은 2차대전시 군용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전시규격에 응용됐다. 이는 'Z-1표준'으로 불렸으며 당시 미군은 이로 인해 대량의 군수품을 빠르고 값싸게 생산할 수 있었다.

1935년 영국은 영국이 낳은 세계적 통계학자였던 E.S.Pearson의 통계학 이론을 응용하여 영국표준-600 (B.S-600)을 만들었으나 그후 곧 미국의 Z-1표준을 도입했다.

일본에는 영국표준 600이 먼저 들어왔다. 그러나 이는 고등 통계학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산업분야에는 전혀 확산될 수 없었다. 미국에서 품질검사(QI)가 유행할 때 일본도 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인들의 근본치유 철학에 전혀 맞지 않았다. 제품이 이미 만들어 지고 난 다음에 불량품을 골라낸다는 것은 검사비용만 유발시킬 뿐이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한동안 품질관리에 대한 냉각기가 이어졌다.

1946년부터 일본에서는 고장이 잦은 장거리 전화시스템에 통계적 품질관리 이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맥아더 사령관이 일본으로 하여금 미국식 QC를 그대로 일본에 적용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맥아더는 통계적 품질관리 기법을 적용하는 업체에게 군납의 우선권을 부여했다. 이는 일본사회에 품질관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1945년 일본표준협회가 결성되고 1946년에 일본산업표준위원회(JIS)가 결성됐다. 1949년에 산업표준법이 제정되고 1950년에는 일본농업표준법이 공표됐다. 한국에 KS마크가 있듯이 일본에서도 JIS마크는 매우 공신력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보다 더욱 중요한 자산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비영리 조직으로 결성한 JUSE(Japanese Union of Scientist and Engineers) 라는 단체였다. JUSE는 산업체, 학교 그리고 정부부처에 QC연구 구룹을 조직해서 QC이론과 기술을 보급하고 QC활동을 격려했다.

JUSE가 내걸고 있는 조직의 활동목표는 산업합리화, 수출촉진 그리고 생활수준향상이었다. 1949년 이들은 한 달에 3일간씩 산업체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QC 교육을 실시했다.

최초의 교과서는 영국표준과 미국표준을 번역한 것이었으나 이는 곧 일본인 고유의 교과서로 대체됐다. 1950년 JUSE는 미국의 데밍 박사를 초청하여 8일간의 세미나를 열었다.

마치 예수가 이스라엘 밖에서 더 많은 추앙을 받았듯이 데밍 박사는 일본품질관리의 아버지로 추앙 받고 있다. 품질관리는 일본이 최고이며 일본에서 품질관리 최고상을 받으면 세계의 최고다. 데밍상은 산업계의 노벨상인 것이다.

200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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