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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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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C 역사

일본인이 하는 데 왜 우리가 못하는가?. 1980년대 미국의 석학들이 미국 기업인을 일깨워주기 위해 인용해온 말이다. 이는 미국의 품질이 일본의 품질에 비해 얼마나 뒤져있는지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었다.

일본의 품질문화도 처음엔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2차대전 전후의 한탕주의와 적당 주의가 판을 치던 폐허의 사회정신 속에서 서양으로부터 귀동냥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TQC라는 용어는 미국인 피겐바움 박사에 의해 창안됐다. 비록 TQC라는 용어는 피겐바움이 만들어냈으나 이는 기라성 같은 그의 선배 대가들의 품질관리 이론을 그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었다. 그의 선배들은 슈하트박사, 쥬란박사 그리고 데밍박사로 이어지는 품질관리 이론의 선구자들이었다.

비록 TQC라는 말과 이론은 미국인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 졌으나 오늘날 TQC라는 단어와 이론은 완전히 일본 산업의 대명사가 돼 있다. 오늘날의 TQC는 미국의 선구자들이 제시했던 개념들과는 많이 다르게 발전했다.

미국 선구자들의 TQC는 테일러의 대량생산 방법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테일러 방법을 실천한 최초의 선구자는 헨리.포드였다. 헨리.포드는 자동차의 생산방법을 180도로 바꿨다.

종전의 방법은 고정된 선반에 차체를 올려놓고 작업자와 부품을 차체로 이동시키면서 차량을 완성시켜 가는 것이었다. 헨리.포드는 사람과 부품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차체를 이동시켰다. 이는 컨베에 시스템에 의해 수행됐다.

이러한 테일러식 생산방법은 X이론의 상징이었다. 사람은 게으르기 때문에 위협과 공포분위기에 의해 몰아붙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수의 설계자들이 작업방법을 표준화시켜 놓으면 근로자들은 지시된 동작만 기계처럼 반복하는 것이었다.

'경영자는 경영을, 근로자는 작업을'즉 Management Manages & People Do라는 말이 테일러리즘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지금의 한국공장들의 모습과도 유사한 것이다.

컨베어벨트 시스템 하에서는 장인정신이나 작업자의 판단이 조금도 인정되지 못했다. 작업자들은 오직 각자의 앞을 지나가는 차체에 그의 동작을 보태기만 하면 되었으며 한 순간도 한눈을 팔거나 이동하는 벨트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테일러 시대의 근로자들은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면 되었다. 얼른 보기엔 이들에게 걱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공정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미처 조이지 못한 볼트가 있었고 부품간의 정열을 미처 다 마치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부품을 끼워 넣지 못한 채 컨베어벨트가 지나가 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장근로자들과는 별도의 검사자들을 필요로 했다. 이것이 품질검사의 시초였다. 이러한 검사자들이 발견해내는 하자품수는 전체 하자품수의 10%에 불과했다.

더 많은 검사자들을 투입하면 할수록 원가만 더 상승될 뿐 이미 투입된 원가는 회복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문제를 가급적 초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문제를 초기공정에서 빨리 발견해 낼수록 유실액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웨스턴 전기회사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지휘하던 슈하트 박사에 의해 '슈하트 컨트럴 차트'가 고안됐다. 그는 통계학자였다. 슈하트 차트는 검사자들에게 허용오차의 상하한선을 지정해주기 위해 고안됐다.

이 차트의 덕분으로 불합격품이 초기공정에서 발견될 수 있었으며 불량품 색출확률도 높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차트를 본격적으로 제조공정에 응용한 사람은 그의 참모였던 쥬란 박사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품질관리는 세계최고였다.

미국인들은 테일러 방법을 최고의 과학적 생산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인들이 테일러리즘에 빠져있는 동안 일본은 미국보다 한발 앞서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품질이론 대가들을 모셔다가 강의도 받고 자문도 받았다.

1950년에는 데밍 박사가, 1954년에는 쥬란 박사가 그리고 1958년에는 피겐바움 박사가 일본인들에게 품질이론과 기술을 전파하고 다녔니다.

1950년대에 일본인들의 모토는 '서구를 모방하자'는 것이었다. 얼마 안 가서 일본인들의 모토는 '서구를 따라잡자'로 바뀌었다. 일본의 경영진과 기술진들이 매우 초라한 모습으로 홍수처럼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은 문을 활짝 열고 일본인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줬다.

일본은 죽었다 깨도 미국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덜레스 국무장관의 연설문중에는 이러한 미국인의 우월감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들어있었다.

'일본은 기술면에서 영원히 미국과는 경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은 지금 매우 훌륭한 손수건과 훌륭한 파자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들을 미국에 수출하려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불과 20년만인 1982년도에 승용차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일본차는 나란히 1.2.3 위를 차지했다. 반면 미제차는 겨우 7위를 차지했을 뿐이었다.

200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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