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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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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의 과학 마인드

이제까지 우리는 과학을 생활해오지 못했다. 과학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하는 것으로만 생각해왔다.

미국인들도 처음엔 품질관리를 전문요원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교환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원들이 품질관리 요원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원들이 정해진 근무요령을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개선을 생각하면서 근무했다. 일본인들은 그 개선 마인드를 일상 생활을 통해 강요하고 습관화하도록 했다. 과학의 생활화인 것이다.

백화점에서 3만원 짜리 카메라 케이스를 샀다. 꽤 비싼 천으로 만들어 졌다. 쟉크를 열어보니 바느질이 잘 안되어 한 자락의 천이 너덜거렸다. 바느질 하나로 인해 그 많은 천과 그 많은 수공을 낭비시킨 것이다. 이러한 실수가 걸러지지 않는 기업이라면 생존할 수 없다. 개선 마인드가 없는 사람들이 경영하는 회사다.

불량품이 발생한 데 대해 많은 이들은 의식구조를 탓한다. 근로자의 정신력 탓으로 돌리는 한 불량품은 계속 나올 것이다.

카메라 케이스를 만든 경영주는 바로 A형의 주부였다.'견본이 여기 있으니 꼼꼼히 잘 좀 해주세요'라고 막연하게 당부만 했다. 받는 사람도 작업장의 공정 시스템을 평가해보지 않았다. '꼼꼼히 잘 만드셨겠지요?' 이 한마디 물어보고 앉아서 납품을 받은 것이다.

경영이 시스템화되거나 표준화되지 못한 것이다. 품질은 경영의 산물이다. 경영자는 불량이 나기 쉬운 작업공정을 분석해서 그것을 극복하는 요령을 표준화하고 숙달시켜야 한다. 이러한 것을 게을리 하면 엄청난 비용이 유발된다.

전방에서 사격 대회가 열렸다. 한 장교는 막연한 개념만 가지고 병사들을 강훈련 시켰다. 정신력이 사격의 근본이라고 생각해서 극기 훈련도 시켰다.

다른 한 장교는 명중시키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생각했다. 동그란 조준구멍을 눈에 가까이 갖다 댈수록 동그라미가 크게 보였다. 그 동그라미가 크게 보일수록 조준이 정확했다. 그 장교는 병사들에게 정확하게 조준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숙달시켰다.

사격대회에서 전자의 팀은 형편없이 패했다. 패한 팀의 장교는 패인을 병사들의 정신력 탓으로 돌리고 병사들에게 기합을 넣었다. 사격대회에서 진 병사들은 이긴 병사들이 그들에 비해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이기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결과 병사들은 그들의 상관에 대해 불신하기 시작했다. 상호불신이었다. 이는 군대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우리 경영계에 만연해 있다.

200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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