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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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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싱크로 기술이다

과거는 품질경쟁 시대였다. 더 이전의 과거는 가격경쟁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경쟁 시대이다. 무하자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고인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설계 자체의 품질을 높여야 부가가치 경쟁에 이길 수 있다. 지금은 새로운 제품을 누가 더 빨리 시장에 내놓느냐에 대한 시간경쟁 시대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가격경쟁 마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국민이 200달러에 사 쓰는 TV를 우리는 700달러에 사 썼다. 그러나 지금의 WTO 시대에는 우리도 그 TV를 200달러에 사 쓴다. 이 엄청난 격차는 손재주를 가지고 좁힐 수 없다. 근로자의 임금을 동결해서도 좁힐 수 없다. 자동화 설비에 투자해서도 좁힐 수 없다. 오직 한가지,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만 좁힐 수 있는 것이다. 그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해 우리 기업은 줄줄이 KO 당하고 있다.

건강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그러나 운동은 하지 않고 약으로 간단히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 한국의 수많은 경영자들이 경영에도 그러한 영약이 있는 것처럼 믿어왔다. 지난 몇 년간 거의 모든 업체들이 경영혁신을 주도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기록한 업체는 별로 없다. 혼신의 힘으로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쉬운 방법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에 매직은 없다.

첫째로 바뀌어야 할 것은 '이윤극대화' 정신이다. 이제까지 한국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해 왔다. 이로 인해 기업은 근로자와 고객을 이윤추구의 도구로 취급했다. 이 이윤극대화 정신은 한국 기업에게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에 가장 해로운 독약이었다. 기업은 이윤극대화 정신을 버려야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이 경영의 패러독스이다.

두번째로 바뀌어야 할 것은 경영진의 역할이다. 이제까지는 경영진의 90%가 공석이 돼도 한국 기업은 운영될 수 있었다. 기업의 엔진이 '기능공의 손재주'였기 때문이었다. WTO 시대의 기업 엔진은 '경영진의 신사고'이어야 한다. 제품의 품질은 근로자의 '손재주'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사고력'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바뀌어야 할 것은 시각의 전환이다. 경쟁 업체가 5년 경력자를 선발할 때, 10년 경력자를 선발하려는 것은 늙은 시각이다. 경력이 높을 수록 고정관념의 벽도 높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의 잘못으로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친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 해고하는 것은 늙은 시각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소신과 노하우가 성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제품의 품질이 하락하고 있는 지금 근로자의 의식을 탓하는 것은 늙은 시각이다. '제품 품질'은 '인간 품질'의 산물이며 '인간 품질'은 '경영 품질'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성과의 80%를 경영진이 좌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 80%가 거의 비어 있다. 그 비어있는 공간을 메우기 위해 경영진이 지금부터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기업의 철학적 목표를 180도 바꾸어야 한다.

기업 에너지가 지향돼야 할 물리적 목표를 쉴 새 없이 창안해야 한다. 당위성을 가지고 몰아치지 말고 스스로 일하고 싶어하도록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 경영관리의 유일한 도구인 시스템을 현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사원들은 물론 고객을 향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 네 가지의 역할은 하나의 유기체로 싱크로(Synchronization)돼야 한다. 새로운 목표를 제공해주면서 시스템과 리더십 그리고 동기유발 수단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새로운 목표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야구 투수의 모든 근육이 싱크로되지 못하면 홈런을 때릴 수 없다. 일본이 자랑하는 적시생산(JIT)은 공장내의 모든 공정과, 하청업체들이 이루어내는 싱크로의 상징이다. 만일 일본인들이 이를 JIT라고 명명하지 않고, 싱크로 생산체제라고 표현했다면 더욱 더 실감나게 했을 것이다. 한국경영이 국제경영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가속기가 필요하다. 바로 '싱크로 경영'이다. 관료적 경영이나 단편. 단발적인 경영으로는 절대로 국제경영을 따라잡을 수 없다.

모든 기업들이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오직 부분만이 바뀌어지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개혁을 주도하고 있지만 모든 행정 부처가 제각기 따로 놀고 있을 뿐이다. 모두가 싱크로에 착안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네의 아이디어니까 자네가 한번 해보지'라고 말하는 경영자가 많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부서들 상호간의 일사불란한 싱크로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수도물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다. 수도물 관리에 관련된 5개 정부부처 상호간에 싱크로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싱크로 없는 경영은 죽은 경영이다.

기업이나 정부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은 무슨 일을 추진할 때마다 '싱크로 부서'가 어디어디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각 부서의 '싱크로 역할'이 무엇인지도 정의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변화라 하더라도 싱크로 부서와 싱크로 역할이 정의되지 못하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없다. 모든 일을 추진할 때마다 싱크로를 좌우명으로 삼고, '싱크로'라는 말이 모든 경영체들에 유행된다면 우리의 경영혁신 운동은 엄청난 활기를 띄게 될 것이다.

리엔지니어링과 벤치마킹 등의 낯선 단어들이 마치 독립된 이론들인 것처럼 우리 사회에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경영 이론이 아니라 단지 저자들의 강조점을 한마디로 대표하기 위해 선택된 용어들에 불과하다.

리엔지니어링은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기능을 재 설계해 보자는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된 단어에 불과하다. 벤치마킹은 훌륭한 회사들의 사례에서 배울 점들을 찾아내, 이들을 발전의 이정표(벤치마크)로 삼자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된 단어에 불과하다.

여기에 제시한 싱크로라는 단어 역시 저자의 강조점을 한마디로 부각시키기 위한 단어이다. 수영에서도 싱크로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전자 공학에서는 싱크로가 핵심 이론이다. 모두가 여러 개 요소 상호간의 시스템적 공진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업이나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이제까지 단편적이고 단발적이며 대증적인 방법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문제라 하더라도 토털 시스템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부분에 대한 개선안은 다른 부분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싱크로라는 단어는 바로 모든 부서간의 시스템적 공진을 강조하기 위해 쓰여지기 바란다.

200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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