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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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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들의 한계와 중요성

한국에는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수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내국인 컨설팅 회사들은 분석의 시각과 기술면에서 영세하며, 외국인 컨설팅 회사는 문제 파악에서부터 대안에 이르기까지 구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내국인 컨설팅 회사들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점들을 살펴보자. 첫째는 토털 시스템을 보는 눈이 없다는 점이다. 팀장들은 직급이 높은 사람이지 시스템 시각에 훈련된 사람들이 아니다. 팀장 밑에는 몇 명의 팀원이 있다.

팀장은 팀원들에게 맡을 분야을 정해주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 "자네는 인사, 자네는 경리, 자네는 공장 현장, 그리고 자네는 행정을 맡아 하게". 팀장이 하는 일의 전부다.

각 팀원은 자기가 맡은 분야에 대해 고객기업 사원들과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그 인터뷰를 그럴 듯 하게 정리한다. 그것을 합철한 것이 바로 컨설팅 리포트다. 여기에 무슨 줄기와 맥이 있겠는가? 그래서 경영 진단서는 최고 경영자에게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한다.

진정한 의미의 팀장은 어떻게 일해야 하나? 팀장은 팀원의 창의력을 유발하여 분석의 마스터플랜에 만들어 내야 한다. 창의력을 이끌어 내려면 팀장에게 시스템 개념이 있어야 하고 토의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토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팀장이다. 선진국 팀장은 시스템 분석가들이다. 그들의 역량에 따라 컨설팅 결과가 달라진다. 유능한 팀장은 팀원 연봉의 10배 이상을 받는다.

그는 마스터플랜이 실질적으로 어떠한 작업들로 구성돼야 하며, 각 작업이 어떤 잘차와 내용으로 구성되는지에 대한 작업표준(standard)을 만들어 낸다. 업무는 A라는 팀원이 전담하더라도 그 사람이 하는 일은 토의에 의해 최상의 내용으로 표준화 한다. 이게 바로 힘을 합치는 방법이다. 각 작업에 대한 표준화만 최고급으로 이뤄져 있으면 신입 사원도할 수 있고, 능력이 다소 부족한 사람도 별 실수가 없이 해 낼 수 있다.

한국에서의 컨설팅 수가는 외국 컨설팅사냐 한국 컨설팅사냐에 따라 다르게 거래된다. 외국계 회사에는 발명의 대가로 지불된다. 같은 재료비가 들어도 일류 화가가 그린 그림이 비싸듯이 같은 컨설팅 목표를 가지고 흥정하는 데에도 외국계 컨설팅사에는 man-hour를 별로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계 컨설팅사에는 man-hour가 주요 계산 기준이다. 한국계 컨설팅은 "발명"의 대가가 아니라 "시간당 얼마" 하는 시급(時給)이다. 컨설팅에 대한 기업의 시각이 한국 컨설팅의 영세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컨설팅은 노동이 아니라 발명이다. 발명은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시각이 훌륭하게 훈련돼 있는 1명의 컨설턴트가 1시간에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항목을 그렇지 못한 컨설턴트가 보면 100명이 100시간을 보아도 찾아내지 못한다.

컨설팅이란 1) 문제 발굴, 2) 시스템 대안 개발이다. 컨설팅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하는 일은 "관찰"과 "대화", 두 가지다. 그 과정에서 문제를 발굴해 내고 비전을 창출해 낸다. 무슨 문제가 발굴될지, 무슨 비전이 창출될지 미리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대안에 대한 목합(mock-up) 즉 시스템 설계를 발명해 내는 게 컨설팅이다. 그야말로 발명 즉 이노베이션 과정이다. 발명과정을 시간표 화한다는 것은 형식이다. 컨설팅 계약은 그 사람의 관찰능력과 문제해결 능력 즉 "발명 능력"을 구매하는 것이다.

컨설팅에서 99%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은 시스템 분석가이다. 시스템 분석가의 능력이 없으면 직무 분석자들이 아무리 훌륭해도 컨설팅 결과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단지 진단서의 부피만 두꺼워질 뿐이다. 바로 이 시스템 분석가가 내국인 컨설팅사들에 별로 없는 것이다.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시스템 분석가는 부문 분석자들이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본다. 진단의 기초는 관찰이다. 외국인 컨설팅 회사가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 분석가를 가졌다 해도 그들은 현상을 내국인만큼 관찰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내국인 컨설팅 회사들이 훌륭한 시스템 분석가들을 확보하면 할 수록 외국인 컨설팅 회사는 한국에서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둘째는 컨설턴트가 컨설팅 기간 중에 경영진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시스템 분석가는 경영 관리자들로 하여금 자기들의 문제를 스스로 고백하도록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경영관리자들에게 말동무를 해줄 수 있는 컨설턴트를 갖는다는 것은 최고 경영자의 복이다. 자기의 문제를 시스템 분석가에게 털어놓는 동안 경영 관리자들은 스스로 문제를 정리하고 스스로 해답의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유능한 컨설턴트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영 관리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이는 관리자로부터 최고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적용된다. 따라서 컨설팅이 종료되기 전까지 회사의 모든 간부들은 상당한 량의 시각을 교정 받게 된다. 그는 간부들의 실질적인 가정 교사인 것이다.

셋째는 컨설팅 회사가 문제를 프로젝트 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컨설팅을 수행하는 것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별개이다. 프로젝트는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수행되는 기술적인 문제이다. 기업의 문제들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경영 관리자들의 시각을 교정시켜 줌으로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며 다른 하나는 시스템을 교정시킴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대부분의 컨설팅 회사들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경영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핵심이 빠진 것이다. 유능한 시스템 분석가가 없기 때문이었다.

넷째는 컨설팅 회사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다방면의 시스템 분석가들을 필요로 한다. 내국인 컨설팅 회사는 다방면의 시스템 분석가 집단을 가지고 있기는커녕 경영 관리자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고 그들의 가정교사가 되어 줄 만한 시스템 분석가마저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프로젝트를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은 다방면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회계학 만을 공부한 사람은 전통적인 회계 방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경영 수학(OR; Operations Research) 만을 공부한 사람은 그가 수학 공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분적인 분야에 대해서만 문제를 인식한다.

전산학 만을 공부한 사람은 경영 시스템과 의사결정의 틀을 이해하지 못한다. 리더십 심리를 공부하지 못했거나 부하를 지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인간적인 요소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네 가지 모두를 공부한 사람은 기업 문제의 90% 이상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연구소들이 있지만 훌륭한 연구결과는 많이 나오지 못했다. 단지 프로젝트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정보 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정보는 사용자의 능력만큼만 유용한 것이다. 같은 정보라도 분석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지 차이다. 분석은 의사 결정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지금의 의사결정은 상식만을 가지고는 할 수 없다. 분석 모델이 동원되어야 양질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분석 기법의 기본은 수학이다. 거의 모든 컴퓨터 소프트웨어에는 수학적 로직이 들어 있다.

그 수학의 질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다른 것이다. 이 세상에는 수량화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 이들 역시 수학적 사고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비수학적 문제라 하더라도 수학적 접근 방식으로 푸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시각 하나에 따라 500명이 해오던 일을 단 5명이 수행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고객과 하청업체에게 간단한 양식(Data format)을 통일시켜 주면 거래 시간과 행정을 수십 분의 1로 절약시킬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시각을 구해 내는 일이다. 리엔지니어링이 모든 경영인들에게 회자되어 왔다. 그러나 리엔지니어링 과제를 창출해 내는 일은 시스템 분석가의 시각에 달려 있다. 리엔지니어링 과제란 경영진단 결과에 의해 도출되는 프로젝트를 달리 표현하는 말이다.

현대적 시스템 분석가들이 석사와 박사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모든 과목들 중에 리엔지니어링 정신과 제로 베이스 시각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복잡하게 얽힌 현상에서 프로젝트 제목을 뽑아내는 것도 상당한 시각을 요하는 것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일은 더더욱 훈련된 시각과 기술을 요하는 것이다.

기술이 없는 사람은 문제를 찾지도 풀지도 못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리엔지니어링 개념에 흥분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은 아무 것도 이루어 내지 못했다. 기술과 방법론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벤취마킹에 대해 흥분했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선물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그 어느 한국 업체도 겸허하게 다른 한국 업체들로부터 배우고 저 하지는 않는다.

경쟁 관계에 있는 A업체는 B업체의 장점을 찾으려 들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자기 업체가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업체의 장점은 세밀한 관찰 절차를 거쳐야만 발견될 수 있다. 다른 업체를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자가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 해도 온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 산발적인 귀동냥 지식으로 벤치마킹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스템적 시각이 없는 사람은 현상으로부터 본질을 찾아내지 못한다. 본질을 알아야 교훈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적 시각이 없는 이들에게는 리엔지니어링도 벤취마킹도 단어 지식에 불과한 것이다.

가장 훌륭한 시스템적 시각은 회계학, 경영 수학, 전산 정보 시스템 그리고 리더십 이론을 두루 섭렵한 분석인들로부터 얻어 질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직무 분석자들을 가진다 해도 이들은 단 한사람의 시스템 분석가를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내국인 컨설팅 사들에는 시스템에 대한 컨설팅 시각과 기술이 없다. 내국인 컨설팅 사가 시급히 갖추어야 할 것은 첫째 고급 시스템 분석가를 확보하는 일이며 둘째는 몇개 분야의 고급 직무 분석자들을 확보하는 일이다.

상식적인 직무 분석인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분석 패케지를 포함한 다양한 수학 패케지를 이용할 수 있는 전문 분석인들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회계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리 모델에 익숙한 시스템 회계사들을 의미한다. 전산 프로그램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산 정보 시스템 전문가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팀은 기업 문제의 9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

특히 발상을 전환하고, 현대적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지금의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유능한 컨설팅 사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능력을 갖춘 컨설팅 사들이 별로 없다.

가장 바람직 한 방법은 고급 시스템 분석가를 국내외로부터 찾아내 그에게 경영진단을 의뢰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비전을 발견하게 되면 문제는 70% 정도 풀린 것이다. 직무 분석가들로만 구성된 규모 큰 컨설팅 회사보다는 기술적 비전을 가진 한사람의 시스템 분석가가 더 중요하다.

기업이 컨설팅을 의뢰하는 과정이 지금처럼 관료적인 한 개인을 컨설턴트로 선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컨설팅 회사를 지정하는 일은 중간급 관리자의 건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중간급 관리자는 유능한 개인보다는 규모 큰 회사를 건의해야 결재 받기에 편하다.

중간급 관리자라면 아무도 모험적인 일을 추진하려 하지도 않으며 결재 과정에서 말썽이 될만한 일을 대안으로 건의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유능한 컨설턴트는 최고 경영자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어떤 직무 분석가들을 고용할 것인가는 시스템 분석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기업체가 훌륭한 시스템 분석가를 찾아 컨설팅을 의뢰한다는 것은 경영진에게 객관적인 외부자 시각과 전문가적 시각을 동시에 공급해주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분야에 훈련된 한국인 인재는 특히 미국에 많다. 우리는 인재를 키워서 외국에 바치고 있는 것이다. 옛날 박대통령처럼 이들을 대거 불러 들여야 한다. 정부 조직, 기업 조직에 얼마나 많은 인재가 필요한가? 경영이 지금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의 기업, 정부, 농어촌이 붕괴하는 건 시간 문제다. 그것도 2-3년이다.

200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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