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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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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자는 현장 편에 서라

현장 지식(First hand knowledge)은 경영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해들은 지식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관찰해서 얻은 지식을 의미한다. 계장-과장-부장-임원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창구를 통해 얻어듣는 지식은 왜곡되거나 축소되거나 또는 걸러진 것들이다.

많은 근로자들이 참모 조직을 불신한다. 현장감 없이 간섭만 한다는 것이다. 공연이 중간에 서서 최고 경영자의 의도를 왜곡, 축소, 차단하는 불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들은 말단 근로자들의 불평보다는 중간 참모들의 말에 무게를 둔다. 거의 모든 최고경영자들이 범하는 공통된 잘못이다.

간부와 현장의 소리가 다를 때에 최고 경영자는 팔을 걷어 부치고 현장에 나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에 비로소 간부들은 사장을 속일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현장을 보다 자세히 알려고 스스로 나선다. 간부들이 앉아서 일하면 관료주의, 권위주의가 싹튼다. 이를 예방하고 간부들로 하여금 현장을 뛰게 하려면 최고 경영자는 현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

한국 업체의 참모부서는 아이디어 부서가 아니라 행정 부서다. 그들은 자기들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 행정 량을 증가시킨다. 이 행정이 창의력을 가로막고 관료주의 성곽을 올려 쌓는다. 그들의 눈은 현장의 생산성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최고 경영자의 눈치만 바라본다.

진정한 의미의 참모부서는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해야 한다. 가장 성공한 기업은 소수정예의 전문가를 참모로 고용한다. 참모는 그의 전문성을 가지고 말단조직을 도와주어야 한다. 말단 조직을 돕는 일은 바로 최고 경영자를 돕는 일이 된다.

이는 마치 이윤을 좇느냐 개선을 좇느냐에 대한 철학과도 같은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으면 경영자들은 자기들의 성과를 잘 나타내 보이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간부들이 개인 성과를 돋보이게 조작하는 동안 기업은 몰락의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다. 하지만 개선을 목표로 하면 이윤은 개선의 결과로 자연히 창출된다.

참모의 자세 역시 마찬가지다. 참모가 최고 경영자를 직접 도우려고 하면 그들은 자기들의 업적을 과대 포장하기 위해 기업의 장래를 헐게 된다. 그러나 참모가 말단 조직을 도와주게 되면 기업은 발전하게 된다.

참모 조직이 방대하면 경영의 질이 하락한다.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문서가 많아지며 타이밍을 놓친다. 이들이 양산시킨 행정 량은 모두 말단 작업 부서로 하달된다. 말단 부서에서는 행정 량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하락한다.

공교육 기관의 교사들에게 내려지는 산더미 같은 행정, 밤낮으로 발명을 위해 창의력을 짜내야 할 연구자들에게 행정을 부과한다. 이들을 관할한다는 행정 기관이 무능하고 삐뚫어진 공무원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여 살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참모들은 밑에서 들은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최고 경영자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만 했다. 참모부와 참모부 사이에 만리장성이 존재해 왔다. 각 참모들이 파악하고 있는 개념에 바이어스가 생겨도 수정될 길이 없다. 밑에서는 간단했던 일이 최고 경영자에게는 매우 복잡하게 변질된다.

가장 훌륭한 업체는 말단 조직을 통해서 생산성을 극대화시킨다. 이는 최고 경영자 자신이 말단 근로자들의 입장에 세워줄 때에 가능한 것이다. 최고 경영자가 현장을 중요시하면 참모들도 현장을 중요시 할 것이며, 최고 경영자가 시스템 개선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면 참모들도 시스템 개선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게 될 것이며, 최고 경영자가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진취적이면 참모들도 진취적으로 시각을 바꾸어 갈 것이다.

최고 경영자가 현장 위주로 뛴다는 것에는 네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상황 파악을 정확하게 할 수 있고 둘째는 의사결정을 현장에서 함으로써 행정 량을 줄이며 셋째는 의사결정의 순발력을 높일 수 있고 넷째는 근로자들과 한 식구라는 동대 의식(spirit de corp)을 키울 수 있다.

200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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