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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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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유발(Motivation)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인간 에너지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리더십이다. 어떤 리더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끌어 간다. 이는 유치하고 효과 없는 방법이다. 그러나 어떤 리더는 동기를 유발시켜 이끌어 간다. 사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에너지를 발휘해 주도록 유도해 가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리더십이다.

조직의 성과는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일치할 때 극대화된다. 개인에게 유익한 것이 바로 조직에게도 유익할 때에 조직의 성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이를 경영학 용어로 목표의 합치(Goal Congruance)라고 부른다. 동기유발은 바로 이 '개인의 목표'와 '기업의 목표'를 합치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미국인들은 행복의 조건을 돈(Money)과 여가(Leisure)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은 회사에서는 돈을 벌고, 여가는 회사 밖에서 즐긴다. 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타임카드와 씨름해야 한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 것으로 타임카드에 나타나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이다. 타임카드 시스템 하에서는 효율을 높일수록 손해를 본다.

회사와 개인간에 이러한 게임이 계속되면 개인도 회사도 다같이 상한다. '개인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할 때 개인은 '개인의 이익'을 따르는 것이다. 지금의 망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 간부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 이익을 희생시키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걸 보고 많은 경영자들은 '극단 이기주의'라고 섭섭해 하지만 바로 그 자신도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는 자기의 이익을 회사의 이익이라고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일본인들은 행복을 회사 안에서 찾는다. 그들은 자기의 재능과 창의력을 인정받을 때 최고의 행복을 느낀다. 창의력과 재능은 회사 내에서 가장 잘 발휘된다. 개인이 더 많은 행복을 추구할 수록 기업 성과는 올라간다.

개인의 발전이 곧 회사의 발전인 것이다. 이러한 목표의 합치는 가만히 앉아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최고 경영자들이 훌륭한 철학을 가지고 이들을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윤극대화 마인드에 절어버린 최고 경영자는 사원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없다.

돈에 대한 그의 철학이 수많은 사원의 철학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원들의 마음속에 불만이 싹틀 수밖에 없다. 사원들이 따라줄 리 없다. 그러자 경영자는 사원들의 의식을 탓했다. 이러한 경영자는 동기유발이라는 것 자체를 모른다. 경영수업 없이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열심히 일해도 적은 봉급을 받는데 어떤 사람은 재주 좋게 적당히 지내면서도 승급을 한다. 이러한 불공평성에 대해 개인은 두 가지로 반응한다. '나도 적당히 해야 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목전의 작은 이익 때문에 자기 일생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발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직장은 자기 훈련을 쌓기 위한 가장 훌륭한 운동장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자기에게 보약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사회에서 자기의 트레이드마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동기는 시각과 안목에 따라 유발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고 경영자는 사원들의 시각과 안목을 일깨워주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각자가 하고싶어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문화와 시스템을 가꾸어 주는 일이다.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운동장을 가꾸어 주는 일이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부실 시공은 고질적인 사회문제이다. 부실시공을 예방하는 일은 하나의 정부 목표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정부는 두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강압적인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동기유발 방법이다.

물론 정부의 선택은 언제나 강압적인 방법이었다. 이로 인해 정부는 네가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첫째는 가격을 부당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함량미달의 하도급 시스템을 방치하고 있는 일이며 셋째는 감리 시스템을 설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고 넷째는 업자와 야합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사회간접시설도 퇴화되었지만 업체의 경쟁력도 한없이 퇴화되었다. 모든 요소가 업체를 퇴화시키도록 작용했기 때문이다.

같은 건설 업체가 싱가포르에 가면 훌륭한 시공을 하고 한국에서는 부실시공을 해왔다. 이를 의식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틀린 생각이다. 의식이 훌륭했다면 한국에서도 좋은 시공을 해야 했고 의식이 나빴다면 싱가포르에서도 부실시공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스템 탓이다. 싱가포르에는 훌륭한 감리 시스템이 있지만 한국에는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국 건설업체는 시스템의 약점을 이용하는 눈치꾼에 불과했다. 가장 엄격한 감리를 받아야만 한국업체는 좋은 시공을 할 수 있다. 감리가 요구하는 것만큼만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신뢰성이 낮은 업체는 국제 공사에서 돈을 벌 수 없다. 국제적 감리 회사로부터 엄청난 감리 비용을 요구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공 시스템이 훌륭한 업체일 수록 감리 비용을 적게 낸다. 건설업체의 신뢰성은 두 가지로 증명된다. 하나는 시공 역사이며 다른 하나는 품질 시공을 할 수 있는 시공 시스템을 갖는 일이다.

공인회계사는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의 적정성(Fairness)을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공인회계사는 기업의 '내부견제 제도'(Internal Control System)를 평가한다. 내부견제 제도란 행정절차, 의사결정 절차 그리고 자산 관리 절차들의 집합체를 말한다.

서로 독립적인 세 사람 이상이 공모를 하지 않는 한 부정과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은 훌륭한 내부견제 시스템이다. 평가 결과 내부견제 제도의 신뢰성이 약하면 공인회계사의 감사량이 많아진다. 과거 거래를 일일이 조사하고 외상 매출액이 정말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사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내부견제 제도가 훌륭하면 극히 적은 량의 샘플 감사만 한다.

견제 시스템이 부실하면 회사는 엄청난 감사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견제 시스템이 훌륭하면 감사비용이 저렴하다. 따라서 기업은 감사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내부견제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려고 제도개선을 주도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공인회계사가 업체로부터 받는 수임료는 회사의 내부견제 제도의 신뢰성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하다. 공인회계사의 감사는 단지 통과의례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업체는 내부견제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려 할 하등의 인센티브를 갖고 있지 않다. 단지 기업은 형식적인 문서 한 장 얻기 위해 일정액의 감사비만 지불한 것이다.

건설업체의 감리 역시 이와 똑 같다. 업체의 시공 시스템이 훌륭할 때에 감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저렴해야 하고, 시공 시스템이 부실할 때에는 누진율에 의해 감리 비용이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건설 업체는 훌륭한 시공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감리 회사의 시간은 언제나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따라서 감리 회사는 C급 업체에게는 많은 시간을, 그리고 A급 업체에는 적은 시간을 할당해야만 한다. 공사장에 나가서 공사 하나 하나를 일일이 감리 해야만 하는 C급 업체에게는 많은 시간을 할당해야 한다.

그만큼 C급 업체는 감리비를 많이 내야 한다. 감리사는 고급 인력이다. 이렇게 해서 올라가는 감리 비용은 극단적으로 공사비보다 더 높을 수 있다. 감리비로 인해 시공의 의미를 잃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 때에 감리 회사는 시공 업체에 대해 '부적격'판정을 내릴 수 있다. A급 업체란 시공 시스템이 훌륭한 업체이다. 공사장에서는 몇 개의 중요한 사항만 암행 샘플을 채취하고 나머지는 평시에 평가해 두었던 시공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업체가 A급 업체이다. 따라서 감리 회사는 고객업체(Client)의 시공 시스템을 평시에 감사해 두어야 한다.

감리비를 이러한 식으로 신축성 있게 부과할 때에야 비로소 건설업체는 시공 시스템을 개선함과 동시에 시공 역사를 통해 회사의 신뢰성을 증명해 보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감리비 역시 공인회계사가 받는 수임료처럼 회사 시스템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책정하고 있다. 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없는 것이다.

건설물에다 시공자와 감리자의 이름을 새기는 방법도 부실 시공을 예방할 수 있는 한가지의 보조 수단이 된다. 만일 자동차 옆문에 차주의 사진을 크게 새겨 놓으면 운전자들은 그 얼굴 때문에 인격적인 운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유리에 검은 색 썬팅을 하게 하면 운전자들은 대부분 비인격적인 운전을 하게 될 것이다. 외국의 납골당에는 죽은 이의 사진이 새겨져 있고 그의 업적이 기록되어 있다. 납골당이 아니라 그가 지은 건축물에 그의 이름과 사진을 새겨 넣는다면 누구도 부실시공을 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동기유발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인 것이다.

옛날 말 타던 시절에는 '말 탄 인격'이 있었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전체모습이 노출되었다. 어느 한 사람이 말을 타고 가면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를 다 알았다. 그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멋쟁이 인격도 있었고 추한 인격도 있었다.

말안장 위에 노출된 신체부위 만큼 그의 인격도 말안장 위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지금의 인격은 검은 승용차 안으로 점점 더 깊이 숨어 버렸다. 몸체도 얼굴도 모두 승용차 속에 감추어졌기 때문이다. '말 탄 인격'은 노출돼도 '차 탄 인격'은 숨어버린다. 한국 거리에 사람의 인격은 간 데 없고 자동차의 등급만 설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기업 인격을 코멘트하는 사설 연구소가 있으면 좋겠다. 첫째, 대기업이 하는 일을 회장의 인격과 결부시켜 보여준다면 대기업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다. 영세업체가 운영해야 할 콩나물 공장을 대기업이 흡수했다는 소식도 노출될 것이고, 외국에 가서 남이 따놓은 사업을 빼앗아간 대기업의 행동도 노출될 것이다.

하청 업체에게 옳지 못한 거래를 강요한 사실도 노출될 것이며, 선진국에서 200달러 짜리 상품을 1.000달러에 팔고 있는 업체의 인격도 노출될 것이다. 사회가 공정해지기 위해서는 '차 탄 인격'을 '말 탄 인격'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훌륭한 사회적 동기유발 수단이 될 것이다.

동기를 유발시키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수단은 시스템이다. 의식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100사람이면 백가지 의식이 있다. 훌륭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사물 하나 하나를 보는 시각은 각기 다르다. 그 다양성이 사회의 매력인 것이다.

의식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 근원이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 유도되지 않은 의식은 경영학적 가치가 없다. 다양한 의식을 기업 목표 에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라는 동기유발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그 누구도 인간 의식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목표와 관련된 의식만은 바꿀 수 있다.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의식을 바꾸려면 그러한 의식을 낳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200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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