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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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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구조적으로 관리 방법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시간의 가치를 구조적으로 극대화시킬 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남보다 앞서가는 사람은 조각난 시간을 이어 쓰는 데 앞서가는 사람이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의 문제를 풀기 위해 조각난 시간을 이어 쓴다. 식사를 할 때나 조깅을 할 때에도 그는 머리 속에서 문제를 풀어낸다. 어느 날 미국의 유명한 수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자다가 꿈속에서 수학 문제를 풀어 가지고 일어나 논문을 썼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교수의 말을 허풍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를 머리 속에 담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꿈속에서도 영감이 찾아든다.

꿈속에서도 문제를 풀며 운전 중에도 문제를 풀기 때문에 그에겐 책상이 따로 없다. 상식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이 복잡한 수학 기호들로 표현되는 논리를 수 페이지씩 머리에 담고 다니면서 머리 속에서 논리를 전개한다.

기업 문제도 이와 같이 풀어야 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는 종합 기술이 필요하다. 여러 개 분야에 엄청난 상상력을 요하는 것이다. 상상력이 있어야 문제를 많이 발견할 수 있고 문제를 푸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문제를 머리 속에 담고 다니는 일은 개인이 자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1990년대 초. 많은 기업에서 초 관리 운동을 전개했다. 60만원 봉급자가 담배 한대 피우는 데 900원이 날아가며 커피 한잔 마시는 데 1,800원이 날아간다고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의 방법이다. 마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경제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근본적인 시간관리는 구조적인 차원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회사에 결재선이 많다는 사실과 문서가 많다는 사실은 기업이 시간전쟁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군 율곡사업 집행과정이다.

선진국에서는 F-16을 개발하기 시작해서 109대를 초도 생산해 내는 데까지 3년을 보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것을 선택하는 데에만 10년을 보냈다. 그 동안 전투기 값은 3배가 올랐다. 1.5조원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을 4.5조원이나 들여야 했다.

군의 거의 모든 장비가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도입되었다. 들여와 보니 이미 구식이 되어 버리고 수리부품도 고갈되었다. 엄청난 낭비가 단지 시간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면 돈은 더 많이 낭비된다.

시간 지연으로 인해 증발된 수 조 원의 낭비는 무능한 경영자들의 눈에는 보여지지 않았다. 무능한 경영자들의 눈에는 누가 몇 천만 원의 검은 돈을 챙겼느냐에 대한 의혹만 가지고 또 다른 시간을 낭비했다. 군과 감사원은 이러한 구조적 낭비를 문제로조차 인식하지 않았다. 누구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떳떳하다는 것이다.

한 때 국제경쟁은 원가경쟁이었다. 그 다음의 경쟁은 품질경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경쟁이다. 미국의 코다크 사는 매 2년마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 그러나 일본의 후지사는 매 10주만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 후지 사의 제품개발 순발력이 코다크 사에 비해 10배이상 컸다.

후지사의 시장점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코다크의 시장이 날이 갈수록 일본 제품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 두 회사의 설계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구성요원의 자질과 타입이 다르고 설계에 임하는 접근 방법이 다른 것이다. 시간관리에 능한 설계팀인 것이다.

북한 공군 사단장은 육군작전에 대해 달관해 있다. 공군 사단장은 작전 시에 육군 사령부에 직접 나와서 육군 작전을 관전한다. 상황이 진전됨에 따라 그는 공군이 무엇을 지원해야 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지원수단과 방법을 미리미리 대기시킨다. 육군과의 협조가 끝나자마자 대기 중이던 공군기들이 즉시 날아간다. 의사결정 시간도 짧고 의사결정의 질도 높다.

반면에 한국 공군 사단장들은 육군 작전에 문외한이다. 한국 공군은 육군 야전 부대에 소령급 연락장교를 파견한다. 연락장교들은 육군으로부터 공군 지원요청을 받아야 그 때부터 작전사항을 요약해서 공군 사령부에 전달하기 시작한다.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공군 사령부는 그때부터 적군과 아군의 배치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연락장교와 수많은 통화를 더 해야 지원 여부를 결심할 수 있다. 이 결심은 작전명령으로 전환되어 예하 부대에 하달된다.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예하 부대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친다. 안전한 공중 접근로를 찾아내야 하고 목표에 대한 공격방법을 분석해야 한다.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과 명령을 하달하는 과정에서 오해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공군기가 떠오를 때쯤이면 상황은 이미 끝나버린다.

북한 공군의 지원 방법은 남한 공군의 지원 방법에 비해 시스템적이다. 전쟁 능력은 시간 경영 능력이다. 남한 공군이 가지고 있는 전투기가 아무리 우수하고, 남한의 조종사들이 아무리 많은 비행 훈련을 했어도 이러한 산발적인 힘을 가지고는 시스템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다.

이 사례는 일반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경리, 인사, 자재, 구매 부서들은 지원부서이다. 지원 부서장들도 마치 북한 공군 사단장처럼 스스로 현장에 나서야 한다. 회사의 운영상황을 파악하고 자기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엄청난 시간과 행정비가 절감될 것이다. 시간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사업부서장들의 용기를 북돋아줄 것이다.

이는 최고 경영자에게도 적용된다. 현장에 나가서 문제를 발견하는 경영자는 현실에 가장 적합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의사결정이 질이 높아지고, 회사전체가 행정의 틀을 벗어나 순발력을 갖게 된다. 경영자가 직접 현장을 관찰하고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해 내는 것과, 부하들의 좁은 시각을 보고 받아 가지고 결재만 해주는 것에는 의사결정의 질과 순발력 상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건설업과 같이 복잡한 프로젝트는 수많은 일들로 구성된다. 어떤 일들은 선.후의 직렬개념으로 연결돼야 하고 어떤 일들은 병렬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경영과학에서 PERT/CPM(Program Evaluation and Review Technique/Critical Path Method)이라는 모델로 해결되고 있다.

이는 NASA에서 '아폴로'계획을 추진할 때 개발된 이론이었다. 상호 얽혀져 있는 일을 선후관계에 따라 연결시켜 그려보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시스템 개념을 제공한다. 이러한 문제를 조직적으로 푸는 방법은 이미 경영과학 서적들에 잘 설명돼 있다.

다만 시간을 구조적으로 관리하는 이러한 시간관리 방법을 모든 경영자들이 틈틈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소개하고 싶은 것이다. 문제를 푸는 방법은 모르더라도 복잡한 일들을 도표로 그리는 습관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경영자는 엄청난 계획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200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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