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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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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생활화

일본의 '이나'라는 타일제조 회사가 타일을 생산했다. 타일의 크기가 울퉁불퉁 했다. 균일하지 못한 이유를 진단했다. 타일은 기다란 가마 속에서 구워졌다. 하드웨어 기술자들은 그 가마 속의 온도가 균일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타일의 크기는 개선될 수 없는 것이라고 포기해 버렸다.

통계학자가 이를 진단했다. Experimental Design 이라는 기법은 제조과정분석에서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 단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남의 설계를 가지고 OEM이라는 원숭이식 생산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통계학자는 통계기법을 활용하여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냈다. 타일의 일곱 가지 성분중 석회의 양을 1%에서 5%로 증가시키니까 타일의 크기가 일정해 졌다. 기술자들의 고정관념을 통계학자가 해결한 것이다. 수학의 힘이었다.

일본의 간잔지 호텔은 데밍상 수상업체다. 데스크의 높이, 위치, 조명, 기록 양식의 복잡성, 매너, 소음, 음악의 크기와 종류, 편의 시설의 위치 및 청결 상태 등 수많은 요소를 변화시켜 가면서 고객의 만족도를 측정했다.

세부적인 실험은 전문가에게 위탁했다. 호텔내의 식당 및 상점에서도 수많은 요소들이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통계학자들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서울에 있는 초 특급 호텔들은 눈에 금방 뜨일 수 있는 요소들 마저도 고치지 않는다.

관심있는 손님이 똑같은 사실을 여러 번 지적해주어도 고치지를 않는다. 종업원들도 전혀 훈련이 돼있지 않고 있다. 적당히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홍보에 돈을 쓴다고 해서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는 없다. 이미 한국의 호텔은 바가지 요금과 질 낮은 서비스 및 매너로 유명해져 있다.

군은 수많은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이 군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군이 노후장비를 과감하게 도태시키지 않아서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과감하게'라는 말은 당위적인 의미밖에 없었다. 차종에 따라 언제 도태시키는 것이 과감한 도태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못했다.

이 간단하게 보이는 문제도 수학의 응용력이 필요하다. 수천만 원에 새차를 구입한다. 기름을 넣거나 정비를 할 때마다 차계부를 적는다. 기록내용은 단 두 가지다. 주유할 때 게이지에 나타난 주행거리와 그 때에 치른 돈의 액수뿐이다. 구입비에다 지금까지의 총 지출비를 누계하면 지금까지의 총비용이 된다.

그 총비용을 지금의 주행거리로 나누면 km당 평균비용이 된다. 그 평균비용을 틈틈이 계산해 보면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km당 평균비용이 차차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그 평균비용이 가장 낮아지다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다.

바로 그 턴잉 포인트가 차량의 경제적 도태시기인 것이다. 정책이 구체적이려면 수학적 응용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사회는 요란하게 여론만 들끓었다. 당위론 차원에서의 여론이었다. 소리만 요란했지 아무런 발전이 없었다. 당위론의 결론은 남의 잘못이요 남의 의식이다. 그러나 방법론의 결론은 실질적인 개선이다.

과거 수십년간 관행화 되어온 운전병 기록양식이 잘못돼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매 운행이 끝날 때마다 운전병은 두 가지 항목을 기록했다. 하나는 운행거리이며 다른 하나는 유류 소모량이었다. 운행거리는 계기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유류 소모량은 운전병이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2차대전 때 미군이 만든 매뉴얼이 있었다. 운전병들은 운행거리에 그 미군 소모율을 곱해서 연료 소모량을 계산해 적었다. '계산된 사용량'은 '실제 사용량'과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군에는 가라 정리가 만연돼 왔다.

합리적인 방법이 있다. 군에는 각 차량에 연료를 공급하는 연료계가 있다. 년초에 만탱크를 채워주고 연말에 만탱크를 채울 때까지 주입시켜준 총주입량이 년간 소비량이다. 전방의 도로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아스팔트 도로가 있는가 하면 급경사 비포장 도로가 있다.

도로 종류에 따라 유류 소모율이 각기 다르며 수리부속 마모율도 각기 다르다. 도로 종류별 유류 및 수리부속 마모율은 예산 계획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가 익숙해있는 가감승제 방법으로는 산출될 수 없다. 이는 다중 회귀분석이라는 고급 통계수학 모델로만 해결되는 것이다. 이것이 수학의 매직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료는 단 두 가지다. 운전병은 도로 종류별 운행거리만 기록하면 된다. 그리고 유류계는 각 차량별 년간 주유액만 누계해 내면 된다. 컴퓨터 내에 있는 고급 수학모델이 블랙박스의 역할을 수행해 준다.

한동안 재래식 경영분석가들은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개발해주지 않은 채 군이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비난만 했다.

군수물자 각각에 대하여 군은 년간 소요량을 예측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은 모든 중대 단위로부터 년간 소요량을 제출토록 했다. 모든 중대 단위로부터 제출된 소요량을 합하면 그것이 곧 군의 총소요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이들을 합치면 실사용량의 수십 배에 이르렀다. 군수부대 장교들은 모든 중대장들이 책임감 없이 소요량을 보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구소에 있던 재래식 경영학자들이 군수장교들과 의견을 같이 했다.

모든 중대장들이 정확하게 소요량을 보고해 줘야만 군 전체의 소요량이 정확히 산출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통계학 개념이 없는 일반 상식인의 생각으로는 그렇게 밖에 생각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계학자의 눈에는 군수장교와 재래식 경영학자들 모두가 불합리했다. 경영과학 기법들은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 종잡을 수 없이 불확실하게 변화하는 자료에서 법칙을 찾아낸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의 대기업들은 지난 40여 년간 모든 어려운 의사결정을 시스템 공학 전문가들에게 의뢰해왔다. 경영의 의사결정이 상식만 가지고도 풀 수 있는 것들이라면 왜 선진국 업체들이 한 건에 수백 수천만 불에 해당하는 의사결정 과제를 왜 시스템 공학자들에게 의뢰하겠는가? 엄청난 수학기법들이 정부와 기업을 도와주어야 한다.

2001.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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