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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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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쟁력은 경영진의 경쟁력

국제 경쟁력은 경영진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기업 풍토에서는 훌륭한 경영자가 길러질 수 없다. 이유는 단 한 가지로 요약된다. 기업주가 "단기 이윤 극대화"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단기이윤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감시하고, 감시 수단으로 피라미드 조직을 구사하고 있다.

몇 사람의 과장을 부장더러 감시하라 하고, 몇 사람의 부장을 이사더러 감시하라 한다. 감시 속에서는 자유가 없고, 자유가 없으면 창의력도 없다. 모두가 눈치로 봉급을 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30년을 살면 자신도 모르게 눈치꾸러기가 된다. 어떻게 경영자가 양성될 수 있는가?

만일 우리 나라 국민 모두에게 기업의 최고 목표와 최고의 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99%가 "이윤 극대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경제학에서나 경영학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치관이 알고 보면 한국 사회와 기업을 좀먹는 가장 해로운 병균이었다.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한국병이 바로 이 병균에 의해 발생했다.

최고 경영자가 이윤 극대화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면 모든 간부들이 이윤 극대화를 통해 점수를 얻으려 한다. 그 이윤은 장기 이윤이 아니라 1년 단위의 단기 이윤이다. 이윤은 매출액에서 비용을 뺀 것이다. 아무리 유능한 경영자라도 단기에는 매출액을 많이 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가장 쉬운 방법은 비용을 절약하는 길이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기업에 보약이 될 수 있는 교육 훈련비를 생략하고, 비싼 경영 진단 비용을 생략한다. 경영 개혁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오폐수를 방류하고, A/S를 외면하고, 클레임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든다. 근로자와 고객 모두가 이윤 극대화의 도구로 보인다. 그래서 노사 관계가 적대 관계였고, 고객과의 관계가 적대 관계였다.

한국 경영의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문제"를 보는 시각이다. "문제"의 발굴은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진화하는가? 학교에서는 배우는 방법만 배운다. 실제로 배우는 것은 어제의 문제로부터의 교훈이다. 문제는 발전의 유일무인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간부들이 "문제"를 발굴하지 않고 숨기려 한다. 문제가 생기면 "누구의 잘못인가"를 규명하여 처벌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은 문제가 왜 발생했는가를 조사해서 "교훈"부터 찾아낸다. 그래서 그들은 문제 발굴에 적극적이다.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한국에서는 정부나 기업 공히 공동 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 가지 사항에 대해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 참사와 한보 사태가 발생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것이다.

경영이란 수많은 타인의 능력을 이용하여 목표를 성취시키는 기술이다. 따라서 책임을 확실히 지우는 일은 경영의 핵심 요소다. 한국 경영의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잘못이 발생하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일단 희생양이 물러나면 새 사람이 들어온다. 새 사람이라고 해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란 법은 없다.

결국 기업은 값비싼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내지 못하고 사람만 바꿔댄다. 진취적인 노력에는 반드시 모험이 따른다. 진취적인 간부가 잘 해 보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면 그 간부는 여지없이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간부들이 보신주의를 택한다. 어떻게 유능한 경영자가 성장할 수 있겠는가.

2001.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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