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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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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와 장사꾼

마쓰시타의 고노스케 회장과 소니의 아키오 모리타 회장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인들이다. 고노스케 회장은 가정이 궁핍해서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자전거포 점원으로 인생을 시작했으나, 모리타 회장은 전통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 두 사람의 가정적 배경은 대조적이었지만 이들은 존경받을 만한 유사점들을 공유하고 있다.

고노쓰케는 남이 개발한 전지용 램프에서부터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세 가지의 두드러진 철학이 있었다. 하나는 '품질은 더욱 훌륭하게, 가격은 반값이하로'라는 품질철학이며, 다른 하나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만 기업을 운영하라'는 기업철학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기업은 이윤을 키우려 말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그의 철학은 종업원을 감동시켰고, 감동된 마음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가 발휘될 수 있었다.

한 때 그의 라이벌이었던 야마모토씨는 철저한 상인(merchant)이었다. 그는 찬스를 빨리 잡아 단기간 내에 폭리를 취한 후 새로운 제품을 찾아 나서는 나비 같은 장사꾼이었다. 이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는 불과 2년만에 끝나버렸다. 단기이윤을 추구하려는 고가주의 '장사꾼'(merchant), 더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가주의 '기업인'(entrepreneur)과의 경쟁에서 누가 이겼는가?

데밍박사는 장사꾼과 기업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장사꾼은 동네에서 돈을 벌어 읍(town)에 나가 쓰지만 기업인은 읍에 나가 돈을 벌어 동네로 들여 온다". 똑같은 노력을 들이면서도 한사람은 천석꾼이 되고 다른 사람은 만석꾼이 된 것이다. 정신력과 도덕성의 차이 때문이다.

모리타 회장은 수백 명의 가솔을 거느릴 만큼 부자 집에서 태어나 최고의 학부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엘리트였다. 그는 장손이면서도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지 않았다. 폭격으로 지붕이 숭숭 뚫린 백화점 건물에 천막을 치고 그보다 10년 연배인 이부카씨와 함께 이 세상에서 한번도 구경해본 적이 없는 녹음기를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처음부터 돈을 벌겠다고 나섰으면 그는 훌륭한 녹음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녹음기를 만들지 못했다면 트랜지스타 라디오나, 워크맨, 베타맥스, 비디오기 등 세계기술의 총아들도 이들에 의해 탄생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은 남달랐다. 어느 날 고노쓰케는 자기 공장에 와서 기계를 빌려쓰고 있는 낯선 젊은 청년을 보고 '바로 저 청년'하고 생각했다. 작업에 몰두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그에게는 禪에 몰두한 도승의 모습으로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그 청년은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공원이었다. 고노쓰케는 그 청년의 고용주에게 '참으로 훌륭한 기술자를 두었다'고 치하했다. 그러자 그 고용주의 대답은 의외였다. '불만이 많고 시끄러운 녀석'이니 그렇게 탐이 나면 데려다 쓰라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고노쓰케 밑에서 매우 훌륭한 인재로 성장했다.

모리타 회장이 접촉한 '이데야'라는 청년은 그의 아들 벌되는 음악가였다. 모리타 회장의 끈질긴 회유에도 불구하고 그 오페라 청년은 비엔나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와 오페라의 프리마돈나로 활약했다. 모리타 회장은 그와 십여 년간 접촉했다. 그 청년은 소니사 창설이래 가장 진급이 빠른 훌륭한 경영자로 성장했고 지금은 모리타씨의 뒤를 이어 회장이 됐다.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엔 늘 의문점들이 피어오른다. 의문점들로 가득 채워진 사람은 스치는 바람에서도 힌트를 얻는다. 그래서 뉴턴은 사과 떨어지는 것에서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고, 고노쓰케 회장은 불교 신자들의 모습에서 경영의 핵심을 터득했다.

한참 어려운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헌금을 기꺼이 내는가 하면, 불사를 건설하기 위해 스스로 무거운 짐을 나르는 신도들의 모습을 보고 '바로 저것이 경영의 진수'라고 생각했다. 저렇듯 몸과 마음을 내던져 헌신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는 생각했다. 그 원동력은 성스러운 목표에 대한 신념이라고 생각했다.

고객을 속이고, A/S를 외면하고, 밤이면 몰래 오염물질을 방기하고, 남의 기술을 훔쳐서라도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이윤극대화 정신은 사원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는커녕 사원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이렇게 병든 마음을 가진 사원들은 절대로 기업을 위해 헌신할 수 없다. 그들은 오직 회사와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다. 노사분규는 바로 이러한 게임의 결과인 것이다. 신념이 있고 없고는 이익을 얼마나 나누어주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 스스로가 정의감과 사명감에 얼마나 집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신념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원들에게 신념을 주려면 기업의 목표는 성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의 훌륭한 기업은 기업의 철학적 목표를 '인류의 행복'으로 정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이윤극대화를 최고의 목표로 삼아왔다.

근로자도 고객도 모두 다 이윤추구의 도구에 불과했다. 이러한 경영주에게 사명감이 있을 수 없으며, 이러한 경영주에게 충성하는 근로자는 없는 것이다. 그는 불공정한 게임에 의해 얼마간의 돈은 벌고 있지만 왜 인생을 살았느냐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는 것이다.

200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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