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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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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경영과 과학경영

마츠시다 고오노스케씨가 경영혁신을 위해 전문기술진을 초청했다. 그 기술진이 공장을 둘러보고는 매우 간단한 주문을 했다. 기술적인 지도를 받기 전에 상식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청소할 때 먼지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작업 중에 담배를 피우거나 콧노래를 부르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들이었다.

마츠시다 고오노스케씨는 이에 공감하고 작업환경을 대폭적으로 개선했다. 바닥을 윤나게 개조했고, 분산돼 있던 작업장을 질서 있게 배치했다. 에어컨을 설치하여 작업장을 산만한 외부로부터 차단시켰고, 공장의 규율을 재정비했다. 정리,정돈,청결 등을 내용으로 하는 5S 운동이 시작된 것이었다.

A라는 작업자가 쓰고난 공구를 B라는 작업자가 한참씩 찾아 헤매면 시간이 낭비된다. 필요 없는 물건이 공장 내부에 널려 있으면 주위가 산만해 진다. 청결하지 못한 작업장에서는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들은 구태여 전문가의 기술적인 자문내용이 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적인 내용들 마저 갖추고 있지 못한 업체는 의외로 많다. 선진국들은 기술적인 혁신분야에 외부전문가들의 수학적 두뇌를 동원하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는 기본적인 근로환경 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대구지역의 염색공장들은 이에 대한 전형적인 예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혼탁한 공기가 시계를 가린다. 낮은 천장에 공기 배출구 마저 마련돼 있지 않다. 외부인은 단 30분간을 견딜 수 없는 작업환경에서 부녀들이 일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이 경영혁신을 한다고 줄줄이 외부 강사를 초빙한다. 근로자들이 전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으니 의식을 개혁해 달라는 것이다.

건강에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다. 운동은 많은 노력과 극기를 요한다. 게으른 사람은 묘약으로 건강을 간단히 해결하려 든다. 이것이 수많은 한국 경영자들의 마음이다. 간단하면서도 기찬 아이디어로 일거에 엄청난 부를 얻고싶어 했다. 노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면 모두 외면해 버렸다.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디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러한 매직은 없다.

많은 경영자들이 경영혁신에 대한 비전을 잃고 있다. 경영혁신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낱말이다. 그러나 이 쉬운 낱말은 리엔지니어링이나 벤치마킹들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낯선 낱말로 모호하게 채색됐다.

경영이라는 낱말은 두 가지로 정의된다. 하나는 [수많은 타인으로 하여금 목표를 달성시키는 기술]로 정의되며, 다른 하나는 [끊임없는 의사결정의 연속]으로 정의된다. 전자는 경영을 행동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하고, 후자는 경영을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는 재래식경영학으로, 후자는 신경영학으로 분류돼 왔다.

1950년대부터 모든 선진국에서는 신경영학이 확산돼 왔다. 신경영학이 주무기로, 재래식 경영학이 보조무기로 자리해온 것이다. 응용수학이 경영합리화의 프리마돈나로 화려하게 등장되면서부터 순수수학은 박대를 받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과 공사에는 반드시 수학적 분석을 의무화시켰다. 대기업 치고 응용수학으로 무장된 분석팀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는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응용수학 모델은 벨연구소를 포함한 기업 연구소에서 탄생됐다. 우리는 벨연구소가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응용수학자들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최고급 수학저널에는 벨연구소 수학자들이 개발한 정리와 알고리즘들로 수 놓였다. 한국으로서는 아직도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 이미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이러한 응용수학자들을 팀으로 보유하지 않고서는 괄목할 만한 리엔지니어링을 낳을 수 없다.

수학적 분석능력 없는 리엔지니어링이란 엔진 없는 화차와도 같은 것이다. 한국정부가 추진한 모든 건설사업에는 수학적 분석과정이 생략됐다. 그렇게 하면 공무원과 업자들간의 야합이 불가능해 진다.

경영혁신의 대상은 화이트 컬러와 불루 컬러다. 미국회사의 경우 화이트 컬러의 비능률적인 업무처리가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난 것으로 연구됐다. 적게는 매출액의 20%에서 많게는 40%까지를 낭비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이트 컬러에 대한 경영혁신은 매출액의 수십%에 해당하는 엄청난 비용을 절약케 할 수 있다.

불루 컬러에 대한 경영혁신은 공장 운용의 합리화다. 도요타의 경우 종전에 12명이 다루던 작업량이 한 사람의 작업량으로 개선됐다. 이 엄청난 개혁을 주도하는 엔진이 있다. 첫째는 사원들이고 둘째는 외부 전문인력이다.

도요타의 경우 사원들의 문제 발굴 능력은 엄청나다. 1인당 년간 70건의 창안안건이 도출된다. 그런데도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 기술적인 혁신은 바로 응용수학으로 무장된 전문가들의 몫이다. 우리는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진짜 전문가의 위력에 대한 비전은 갖고 있지 못하다.

200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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