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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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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극대화 정신은 한국병의 병균

빌.게이츠의 말 가운데 중요한 교훈이 들어 있었다. 그는 그의 비지니스가 "재미있는 것"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신했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벌게 해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만일 처음부터 그렇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정상인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그는 초장에 IBM의 제의에 비지니스를 넘겨 주었을 지 모른다.

소니의 이부카 회장과 모리타 회장이 젊었을 때에 만났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녹음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같이 가느다란 철사에 녹음하는 일에 몰두했다. 맥카더 사령부에서 확성기 음이 흘러나왔다. 신들린 듯 달려갔다. 창 너머로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몇 일간을 졸라 그들은 녹음기를 잠시 빌릴 수 있었다. 철사가 아니라 테이프에 녹음돼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들은 질긴 종이를 만드는 업체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질긴 종이는 없고 두꺼운 마분지뿐이었다. 그들은 거기에 자석가루를 바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려는 그들의 순수한 집념은 이렇게 무모한 모양으로 시작됐다.

그들이 만든 녹음기는 덩치가 커서 상품가치가 없었다.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들은 녹음기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무모하게 도전했기 때문에 그들에겐 기술소화능력이 길러졌다, 그 소화 능력으로 소니사는 미국보다 먼저 트랜지스터 라디오, 워크맨, 비디오리코더 등을 발명했다.

1957년에 소니사가 손바닥 크기의 소형 라디오를 생산했다. 부로바 중역이 30만개를 주문해 왔다. 라디오에 부로바 상표를 부착해 달라는 조건이었다. 소니의 신화적 인물인 모리타씨는 본국으로 이 사실을 타전했다. 당시 소니사의 형편은 겨우 판자집 신세였다. 이때에 부로바의 제안은 엄청난 횡재이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본사에서는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계약하라]고 했다. 하루 밤을 꼬박 새운 모리타씨는 일개 임원의 신분으로 이 제안을 거절해 버렸다.

놀란 쪽은 부로바 중역이었다. "부로바사는 50년 전통을 가진 세계 굴지의 회사입니다. 소니사는 이제 시작한 천막회사가 아닙니까? 소니 제품에 부로바 마크를 넣는 것은 소니에 엄청난 영광이 아닙니까?] 모리타씨가 대답했다. 부로바사도 50년 전에는 소니사처럼 시작했을 것입니다. 부로바가 50년 동안에 지금처럼 훌륭하게 자랐다면 소니사도 50년 후에는 부로바 만큼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소니의 제품은 소니의 이름으로만 팔 것입니다".

그 후 불과 20 년만에 두 회사의 프로필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만일 모리타씨의 머리속에 "이윤극대화"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면 그는 부로바사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인생이나 기업이나 큰집으로 시작해야 큰집을 지을 수 있다. 컨닝으로는 큰집을 짓지 못한다.

선진업체들은 무모한 방법으로 제품개발에 몰두한다. 노력과 돈의 투자를 의미한다. 그들의 제품에는 환경비용이 포함돼 있다. 정당하게 치러야 하는 이러한 비용들을 우리는 컨닝식으로 회피해서 돈을 벌려고 했다.

정당한 비용을 회피하려는 컨닝 정신을 가지고는 눈앞에 보이는 약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수만 사원들의 정신을 병들게 한다. 컨닝하는 정신에 프론티어적 발상이 싹틀 리 없는 것이다. 손톱 상하는 것만 볼 줄 알았지 내장 상하는 것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밤이면 금강에 오페수를 몰래 방출하는 식으로 사회를 속이는 마음을 가진 사원들에 의해 회사가 속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러한 회사의 사원들은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다. 단지 회사와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사원들과 게임을 하고 있는 기업이 앞으로의 가격파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의 최고경영자들은 누구나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해 왔다. 이에 따라 모든 중간 경영자는 이윤을 극대화시켜야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중소업체의 고유업종인 콩나물 공장도 빼앗아 가며 이윤을 높였다. 이윤이 잠식되는 것이면 정당한 A/S마져 외면해 버렸다. 클레임도 받아주지 않았다. 소량주문도 거절했다. 연구개발에도 충실할 수 없었다. 장기적으로 기업에 보약이 될 수 있는 모든 투자가 생략됐다. 잘해보려고 노력하다가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친 경영자는 이윤극대화라는 단 하나의 잣대에 의해 해고됐다. 소신경영이 자랄 수 없었다.

한국 경영자들의 경험이란 이런 식의 병든 경험이 대부분이다. 한국기업엔 유능한 경영자가 양성될 수 없었다. 우리가 그토록 당연시해온 이윤극대화 정신은 기업에게는 물론 사회 전체에 엄청난 독약이었다. 이윤은 어디까지나 개선의 결과여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당연시하는 이윤극대화 정신, 다지고 보면 한국병의 가장 큰 병균이다. 개선을 목표로 하라! 그러면 이윤은 자연히 열릴 것이다.

출세를 목표로 하는 사람, 큰돈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인생을 추하게 살아간다.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하며 인생 자체를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돈도 생길 수 있고 명예도 생길 수 있다. 빌.케이츠의 큰돈도 개선과 몰두의 산물이었다.

2001.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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