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고객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라

따지는 방법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고객의 불만사항이 정당하냐 아니냐를 따지면 고객의 마음은 떠나 버린다. 따라서 고객의 불만 사항은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한사람의 고객이 등을 돌리면 수많은 고객이 등을 돌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본인의 고객관이다.

비싼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고객은 거의 100% 불만내용을 제기해 온다. 그러나 사소한 상품에 불만사항이 있을 때에는 고객은 말없이 그 제품을 떠나버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말없는 불만이 바로 회사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허무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1946년부터 거리에 나사서 고객을 계몽했다. 불만제품을 관용으로 감싸주는 것이 더 이상의 애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이 이러한 철학에 일찍 눈을 뜬 것은 미국인 덕분이었다.

일본 과학기술자협회가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품질이론의 대가인 데밍박사를 초청했다. 그는 일본의 최고 경영자들에게 8일간의 강의를 제공했다. 네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첫째, 고객을 대해는 영업부서의 중요성, 둘째, 모든 의사결정을 통계자료에 의존할 것, 셋째, 복잡한 문제를 프로젝트화할 것, 넷째, 근로자의 정신력만 강조하지 말고 과학적인 운영방법을 개발할 것들이었다. 이 네 가지 가르침으로 인해 오늘날 일본인들은 세계 제1의 품질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수백리 밖에 있는 소매점이 립스틱 하나를 주문해와도 일본인은 정중하게 사람을 보낸다. 이윤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인 한사람 한사람이 이렇게 투자한 결과 일본은 정확한 일본인, 신용의 일본인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시장에 세웠다. 이는 [고객 봉사]가 아니라 [고객 리더십]이다.

한국인이 일본의 조그만 지방마을에 있는 온천장에 이틀간 예약을 했다. 첫날은 즐겁게 보냈다. 그러나 그는 이틀씩이나 온천장에 있기보다는 골프를 치고 싶었다. 온천장에 양해를 구했다. 온천장 종업원은 조금도 싫어하는 기색 없이 친절하게 택시를 불러 짐을 싫어주었다.

한참 가다보니 허리띠를 두고 왔다. 그 허리띠는 오래 전에 10달러에 산 것이지만 일본에서 다시 사려면 꽤 비쌀 수밖에 없었다. 다시 돌아가려니 이미 택시 메타기에는 100달러가 올라가 있었다. 되돌아가려면 왕복 200달러에, 두 시간이나 손해를 보아야 했다. 그는 벨트를 포기해 버리기로 했다. 그러나 골프장에 도착해 보니 그 허리띠가 먼저 와 있었다. 쪽지에 간단한 메모도 적혀 있었다. 그는 완전히 감동되고 말았다.

일본인에게 있어 시장은 이렇게 이미지라는 사과나무를 심는 곳이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있어 시장은 이윤이라는 사과를 따먹는 곳이었다. 시장에 대한 한.일간의 철학 차이는 이윤극대화 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신봉하느냐 아니냐 라는 단 한가지 잣대에 의해 발생했다. 최고 경영자가 이윤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한 고객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이윤극대화와 고객만족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고객의 마음속에 있다. 1957년 소니사가 소형 라디오를 만들었다. 당시 미국인의 마음 속에는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이 있었다. 미국에서 발명되지 않은 제품을 멸시하는 마음이었다. 미국의 유통업체들이 일본인이 만든 얍삽한 제품을 받아 주지 않았다. 소니의 모리타 회장은 제품개발에도 천재였지만 마케팅에도 천재였다.

미국이라는 허허벌판에서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할 수 없다는 설움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는 고객의 마음속에 소니 라디오에 대한 이미지를 심기로 작정했다. 고객이 원하면 유통업체도 받아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일간지에 소니 라디오를 광고하기 시작했다. 이로서 그는 일간지 광고의 선구자가 되었던 것이다.

고객의 마음에 이미지를 세우는 데에는 일생이 걸린다. 그러나 그것을 허무는 데에는 단 하루면 족하다. 이제까지 한국 대기업들에 대한 고객의 이미지는 매우 낮다. 그래도 고객이 그들 제품을 구매해온 것은 국내에서는 그들 제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제품이 꼭 필요했던 사람은 장사꾼을 욕해가면서도 그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호가 개방되자 수많은 고객이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구식 캐논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 캐논사에 부품을 보내달라고 편지를 썼더니 부품을 한 주머니씩이나 보내주었다는 내용이 일간지에 보도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악명 높은 A/S분쟁 사례와 대조되는 실로 감동적인 것이었다. 이 기사는 한국인들로 하여금 돈이 좀 비싸더라도 A/S가 확실하고 수명이 두 배 이상이나 긴 일본 제품을 선호하도록 만들었다. 고객의 비위에 편승하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고객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고객리더십] 없이는 기존의 민족시장 마저 모두 다 빼앗기게 될 것이다.

2001. 11. 21


Prev	이윤극대화 정신은 한국병의 병균	지만원


Next	세계화와 한국인의 비지니스 매너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