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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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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와 히딩크에서 배운 것

  한국 축구팀이 비록 2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16강을 최고의 목표로 생각했던 국민들의 바
램에 비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이룩했다. 독일과의 게임에도 역량과 실력은 대등했지
만 단지 확률에 의해 패한 것으로 본다.

  몇 등을 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도 하면 된다는 기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귀하고 중요하다. 필자가 생각해 본 교훈은 이렇다.

  1. 우리 국민은 리더만 훌륭하면 얼마든지 잘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리더가 훌륭했을
때 우리는 전쟁의 잿더미 위에 곧바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리더가 도둑질에 여념이 없
을 때 우리는 추락했다.

2. 이번 축구는 시스템 축구였다. 이는 우리 사회의 조직에 상당한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우리 조직은 거의 예외 없이 "기능조직"이다.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과(課)라는 조직단위를 만들었다. 회계과는 회계인들만 모여있는 곳이다. 모든 과 단위가 자
기 일만 철저히 한다면 전체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만들어진 1940년대 조직이다. 포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소위 테일러식 생산방식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제품과 서비스는 이런 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여러 기능을 수
행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내가 채워주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채워주는 소위 "올 코트 프레싱"이다. 일에 착수하기 전에 전략을 짜야 하고 좋은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짜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옛날 축구는 "나는 내 포지션만 잘 지키면 된다"는 식이었고, 잘못은
남에게로 전가됐다. 그러나 이번 축구는 모두가 팀장이 되어 순간 순간 발생하는 빈 곳을
누군가가 채워주는 식으로 운영했다. 그래서 체력강화, 능력의 다양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 나라 대기업을 가면 분위기가 살어름판이다. 상하간에는 말을 건네기조차 싫어하고
상급자를 가급적 회피하려 한다. 질문이 있어도 무능하게 평가될까, 혹은 귀찮게 군다는 인
식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한 나머지 혼자서 일을 한다. 창의력이 있을 수 없고, 어제의 문제
로부터 배울 수도 없으며 조직의 성과가 날로 커질 리 없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그런 냉랭한 상. 하 관계를 없애고 누구나 다 동등하게 지혜를 짜
내도록 했고, 커뮤니케이션이 자유자재로 흐르도록 훈련했다. "상하관계, 그건 한국적 여건
입니다"하고 포기했더라면 히딩크는 오늘의 기적을 일구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장애물에 순
종한 게 아니라 극복하고 파괴한 것이다. 우리 기업도 히딩크와 똑같이 해야만 발전을 기할
수 있다.

               2002.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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