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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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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절감이 과연 가능합니까?

  며칠 후 연락이 왔다. 필자의 공장 견학을 안내했던 과장의 무색무취한 음성이
들려 왔다. "3일 후 오후 2시에 시간이 있으십니까? 박사님의 제안 내용을 듣기 위
해 간부회의를 소집하려구요"

  회의장, ㅁ자로 배열된 깨끗한 탁자에 전무급인 공장장을 위시한 22명의 간부가
정렬해 있었다. 전무가 입을 열었다. "50%의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10%의 비용절감도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당에 50%씩이나
절감하실 수 있다고 하시니 너무나 뜻밖입니다. 설명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치 필자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엉뚱한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보자는 말투였다. 장내의 눈초리들이 긴장돼 있었다. 여차 하면 줄
줄이 나서서 필자를 공격할 태세처럼 보였다.

   간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그들의 생각은 이런 것
같았다.

  "우리는 그 동안 수많은 컨설팅을 받았다. 그들에서도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못
했다. 이번에도 3개의 일본 컨설팅 회사가 여러 날씩, 여러 사람들을 보내 자료를
가져갔다. 그래도 그들은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 당신은 단 하나의 자
료도 요청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와서 단지 4시간을 방문했을 뿐인데 그 결과를
가지고 50%라고 함부로 말을 하다니!. 글이나 쓰는 선비가 무슨 희한한 생각을 가
졌기에 함부로 50%를 말하느냐. 무책임하거나 뭘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
냐".

  이런 획기적인 개선안에 접했을 때, 기업체 간부들의 생각은 실로 미묘하다. 별로
파격적인 개선안이 아니면 그들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파격적인 개
선안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파격적인 개선안이 나오면 우선은 위협부터 느낀다. 자리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새로운 일을 하라면 어떻게 하나. 간부들은 아무리 작은 변화라 해도 변화 소리만
나오면 겁을 먹는다. 간부들의 위치, 현재의 업무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아래 사
람과 아래 조직만 움직여 주기를 바란다.

  기업 외의 상식인들 이라면 "자기네 회사 잘 되게 해주겠다는 데 왜 간부들이 저
항하는가, 간부들이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겠지만 막상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기업의 장래보다는 자기의 위치가 먼저다. 이들 간부
들의 눈빛에서 은은히 배어 나오는 적대적인 눈빛은 바로 그 50%가 흔들어놓을지
모를 구조개혁 때문이었다.

  필자는 먼저 제3공장의 불필요성을 지적했다.

  "제2공장에서는 골체를 회전시키는 기계로 골체를 돌려 차체의 천장을 밑으로 가
게 해 놓고 천장을 깔고 앉아 천장에 단조품들을 용접합니다. 용접이 끝나면 골체
회전 기계가 다시 차체를 원상대로 돌려 제3공장으로 이동시킵니다. 제3공장에서는
수많은 받힘 대를 놓고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도배를 하듯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천장에 수많은 종류의 내장물을 부착합니다. 저는 이런 제3공장이 불필요하다고 봅
니다. 제2공장에서 차체의 천장을 밑으로 돌려놓았을 때, 단조품을 용접하고, 용접
이 끝나면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게 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내장작업을 계속하면
될 것을 왜 구태여 제3공장에 옮겨놓고 한참 더 불편한 방법으로 일을 합니까?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실 분 혹시 계신가요?".

  22명의 간부들 중 이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
라봤다. 모두가 움찔해 하는 눈치였다. 공장장이 간부들의 얼굴을 둘러봤다. 그의
눈초리가 향할 때마다 간부들이 얼굴을 숙였다. 전무의 얼굴에 은근한 노기가 흘렀
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필자가 말했다.

  "제3공장 부지와 건물은 팔아도 됩니다. 제1 및 제2의 공장 부자면 충분합니다.
혹시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실 분 계신가요?". 한동안을 기다려도 반론이 없었다.
"그러면 우선은 제3의 공장 부지가 절약된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반
응이 없었다.

  그 다음으로 필자가 문제삼은 것은 작업기율이었다. 1990년대 초, 삼원정공과 삼
성이 5S를 선도한 적이 있다. 5S란 정리, 정돈, 청결, 정비, 작업기율을 말하는 일본
말의 첫 글자(initial)들이었다. 5S는 언젠가는 쓰겠지 하고 구석구석에 재어두었던
물자를 모두 치워 버리라 한다. 작업도구는 늘 같은 장소에 두어서 다른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라 한다. 작업장을 깨끗이 청소하라 한다. 생산장비들을 깨끗
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라 한다. 작업정신에 기율(discipline)을 확보하라 한다. 이
는 공장 최소한의 기본 시스템이다.

  여기에 이르자 변명들이 즐비했다. "5S를 아무리 강조해도 노조들이 통제불능입
니다", "철도 차량의 경우에는 전자 업체들처럼 깨끗할 수 없습니다" 등등. 한마디
로 환경적 여건과 노조들 때문에 이 이상 더 잘 할 수 없다는 말들이었다. 여기에
서 필자가 더 말을 하면 감정싸움으로 발전한다.

  말꼬리를 돌렸다. "이 회사의 조직은 팀조직입니까 또는 기능 조직입니까?". 전무
가 대답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능 조직이었는데 사장님의 지시에 따라 팀조
직으로 바뀌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러면 공장도 팀조직으로 돼 있습니까?".

"옛날엔 제1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을 제1부장이라고 불렀습니다만 지금은 제1
팀장으로 부릅니다. 본부의 행정부서도 과나 부가 모두  팀으로 그 명칭이 변경됐
습니다". "그렇다면 옛날의 부장과 지금의 팀장간에 다른 게 무엇이 있습니까?".
"임무가 좀 달라지고 책임이 좀 무거워 졌습니다".

  "지금의 조직은 무늬만 팀조직이지 기능조직에 이름만 바꾼 것입니다. 가능조직
이란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이나 기계를 한 곳에 모아놓은 조직을 말합니다. 회계
과에는 회계기능을 가진 사람만 모여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1공장에는 차량의 골체를 만드는 사람들만 모여 있습니다. 공장을
팀조직으로 바꾸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1,2,3공장 인력 180명을 모두 합쳐 비슷
한 능력을 가진 3개의 팀으로 만듭니다. 군대의 1, 2, 3중대처럼 말입니다.

  각 팀에는 골체 작업자, 단조품 용접공, 내장공이 모두 들어 있어야 합니다. 제조
할 차량이 150대라면 각 팀장에 50대씩 나눠줍니다. 경쟁이 생깁니다. 어슬렁거리
는 근로자가 자연히 없어집니다.

  차량에 하자가 생기면 그것은 어느 팀의 잘못이라는 게 밝혀집니다. 책임의 실명
제입니다. 차량제조 공장을 이렇게 팀제로 바꾸면 공장 인력이 지금의 40-50%로
줄어듭니다. 하자도 줄어들고 시간도 단축됩니다. 장담합니다".

                  200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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