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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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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문화에서 토의 문화로

한국사회는 어느 곳에나 높으면 지시만 하고 스스로는 아랫사람이 일해 온 것에 대해 판단만 하려고 한다. 오랜 동안 이러한 생활을 하다보면 실무에도 점 점 더 어두워지고 그렇다고 넓은 경영자적 시야나 분석적인 시각을 기르는 것도 아니다. 부하에게 일을 시켜놓고도 조금만 복잡하게 보고를 해도 짜증을 낸다. 이런 것이 쌓이면 상하간 언로가 막히고 계층간에 불신을 쌓게 된다. 임원은 팀장에게 일을 시키고 보고를 받는다. 임원과 팀장간에 불화와 반목의 골이 매우 깊다. 팀장은 과장에게 일을 시키고 보고를 받는다. 이들간에도 불화와 반목이 깊어져 있다. 결국 사장은 높은 임원들을 믿고 일을 맡기지만 관료적 타성에 젖어온 임원들은 오히려 밑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할 맛을 잃게 만든다.

기업의 직원들이 더러의 임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은 우리 모두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중역들은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지도 않고, 회사 업무 내용을 잘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떤 임원은 E-MAIL도 하지 못하고 워드도 칠 줄 몰라 중간 간부에게 타자를 시킨다 한다. 아가씨가 있어도 창피해서인지 꼭 바쁜 중간 간부에게 타자를 시킨다고 한다. 배우지도 않고 배우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사장이 모든 업무를 깊이 챙기고 있는데 대해 비난만 한다는 것이다. 사장 혼자서 앞서 간다는 것이다. “뛰는 사람보다 입으로만 관리하는 사람 수가 많다”고 말한다. 높은 사람이란 스스로 업무를 개척하고 업무의 개념과 스펙을 정의해서 여러 직원들에게 분배해주고 지도하는 실무 매니저 형 리더여야 한다. 미국회사에 근무해본 사람들은 미국 회사 사장들이 실무자라고 말한다. 한국의 중역들처럼 입으로만 지시하고 결재만 하려 하는 높은 사람은 자신의 생산성도 내지 못할뿐더러 많은 사람들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높은 간부가 과제의 개념과 스펙을 정하기 위해서는 토의가 필요하다. 토의의 질이 업무의 질과 효율성을 좌우한다. 토의가 원만하지 못하면 업무의 설계가 불완전하고, 업무의 설계가 불완전하면 일 전체에 대한 QC가 없는 꼴이 된다. 그런데 많은 고위 간부들은 이미 많은 직원들로부터 기피인물이 돼 있다. 현장에서도 어떤 팀장은 나이가 들었어도 단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반면 어느 현장에서는 팀장과 단원간에 만리장성이 가로막고 있다. 토의를 주재하고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문화를 이제부터 만들어 나가려면 이에 익숙하지 못한 고급간부는 개인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즉 영업수주나 자문단에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Free-Agent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처럼 수백-수천명 단위로 바글거리는 기업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선진기업이 모두 소수의 핵심 인력만 보유하고 실제 터미널 포인트의 생산성은 자유분방하게 능력을 키운 Free-Agent를 고용함으로써 배수 단위로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가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기업의 현장팀은 모두 Free-Agent로 내 보내고 회사는 이들과 그때그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현장 팀들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뭉쳐 각기 자기들의 능력을 개발할 것이다. 능력 있는 팀에게 기회가 많이 갈 것이며 계약 단가도 높아질 것이다.

팀은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창의력을 발동하고 팀훈련을 쌓아 팀의 명성을 올릴 것이다. 만일 이렇게 리더십이 약한 업체가 이런 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생산성이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향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건설 컨설팅 회사는 단순 엔지니어 기능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 경영 능력을 파는 것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들은 Out-Sourcing할 수 있어도 경영능력만은 특화된 핵심역량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론이 이러한데도 한국 기업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음미해보면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현장만 있고, 경영이 없는 것이다, 본부에서 경영 직책을 맡고 있는 중역들은 경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현장에 대해서도 현장팀보다 상대적으로 어둡다. 그래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제반 기술을 경영할 수 있으려면 한 사람이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영능력을 가진 사람이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효율적이냐, 아니면 기술을 가진 사람이 경영능력을 기르는 게 더 효율적이냐를 놓고 보면 전자의 경우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은 시공자와 설계자가 가지고 있다. 컨설팅 회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경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컨설팅 사는 서둘러 경영의 기본과 시스템적 시각을 기르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건

  건설 컨설팅 회사는 경험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여 각자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A가 프로젝트를 맡으면 회사의 능력은 A의 능력과 성의(誠意) 만큼만 대표된다. 경험은 잘해야 과거만큼만 잘 할 수 있다. 남부다 잘 하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팀-파워에 의해 창출된 창의력이다.  일본 국민의 교사이자 소니사의 신화를 만들어 낸 아키오 모리타 회장은 “경험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고정관념의 벽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경험자를 쓰지 않고 창의력이 엿보이는 사람을 뽑아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뒤에서 손때를 묻혀 길렀다.

한국 기업에는 창의력을 억압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소위 사장의 신임을 업고 득세한다는 일부 중간관리자 및 행정간부의 야릇한 매너와 불건전한 행동들이다. 어떤 간부는 실질적으로는 사장보다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고 말들 한다. 사장에게 결재를 맡은 것도 질질 끄는가 하면 사장이 부결시킨 것도 개인적으로 접근하면 잘 되더라는 말도 있다.  여직원이 퇴근하면 “얼굴 한번 쳐다보고 시계 한번 내려보고” 하더라는 말도 있다. “지금 네가 퇴근하는 시간을 내가 보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때 여직원은 무엇을 느끼겠느냐는 말도 한다. 그만큼 이 초일류기업의 분위기는 여직원들에게도 숨이 막힌다고 한다.

일할 게 있으면 스스로 알아서 야근을 할텐데 구태여 행동을 이런 식으로 제약하면 일할 맛이 나겠느냐고 호소들 한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간부에게 한국인 파트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한국인은 Intelligent하고 Capable 하지만 Creative 하지가 않다"고 대답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국인들은 사회적 고정관념이 있고, 계급질서 속에서 Well Behave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말이 상사에 의해 어떻게 인식 될가에 대해 관심을 쓴다“고 대답했다. 한국 사원들은 외국인과는 벽이 없이 모든 얘기를 터놓고 하는 반면 같은 한국인끼리는 서로 문을 굳게 잠그고 있다고 한다. 더러는 사장의 퇴근시간까지만 기다리다가 철새처럼 우르르 몰려 나간다고도 한다.

  미국 상사들은 부하들이 창의적으로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즐기고 격려하지만 한국 상사들은 자기 책임에 대한 말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체면을 상했다(Lose Face)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원들과 상사들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고, 상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창의력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계급이 창의력을 죽이기 때문에, 창의력을 유발시키기 위해서는 계급을 의식하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히딩크의 축구가 성공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0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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