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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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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문화에서 경쟁문화로

동기가 있는 곳에 노력이 간다. 동기를 부여해주지 않고 통제만 하는 것은 피차간에 피곤만 쌓는 일이다. 동기를 부여해주고 통제를 풀면 창의력으로 일하고 생동감 있게 일한다. “경쟁”은 매우 강력하고 보편성 있는 동기 유발 수단이다.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어하는 것은 제3의 인간 욕구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라는 식의 요구를 가지고는 생동감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없다.

경쟁 메커니즘이 없는 조직에 경쟁 메커니즘을 설치해야 한다. 어떤 간부들은 “같은 조직 내에서 서로 협력해야지 경쟁을 하면 쓰느냐”고 말한다. 바로 이런 생각이 생동감을 죽이고 있다. 경쟁 자체는 좋은 것이다. 문제는 그 경쟁이 기업의 최종 목표를 저해하는 경쟁이냐 살리는 경쟁이냐는 것이다.  무조건 단기이윤을 많이 내라는 식의 경쟁은 기업의 이미지를 허물고 기업의 저력(Fundamental)을 약화시킨다. 하지만 누가 새로운 발견,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느냐에 대한 경쟁은 기업을 생동감 있고 장래성 있게 만든다.

일을 시키는 방법과 매너도 매우 중요한 동기 유발 수단이다.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일을 시키는 방법이 다르다. 외국인은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일을 주고, 의논해주고, 격려해주고, 취약한 점을 훈련시켜 준다. 반면 한국인은 막연한 내용을 지시하고 마음대로 안 해왔다고 짜증을 내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같이 근무하는 어느 회사에서는 많은 한국 측 직원들이 한국 측 간부보다는 외국간부 밑에서 일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한다. 이는 한국에 진출한 수많은 다른 외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간부들의 한결같은 토로이기도 하다.

간부가 목표만 확실하게 정해 줄 수 있으면 목표 달성 여부만 체크하면 된다. 중간에 간섭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목표를 딱 부러지게 준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제품으로 말하지만 확실한 스펙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측 간부들은 목표에 대한 딱 부러지는 스펙을 설정하는 데 훈련되지 못했다. 이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지혜를 짜내는 데에도 전혀 훈련되지 못했다. 목표는 애매하게 주면서도 한국 측 간부들은 아래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해주기를 바란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만족해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그래서 사람 하나 하나를 통제하려 하고 열심히 일하는지 안 하는 지 눈으로 보고싶어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혹시나 적당히 놀지 않나 하고 의심한다. “자네, 요사이 자리를 잘 비우는 것 같애!”. 이런 말을 듣는 순간 사원들은 일이야 망가지든 말든 자리만 지키고 있으려 한다. 이런 소문은 매우 빨리 퍼져서 모든 사원이 자리만 지키고 있게 된다. 이러한 문화권에서는 상. 하 모두의 마음만 상하고 불신감만 증폭된다.

이런 사장을 모시는 직원들은 이렇게 지적하는 사장에게 신경을 집중한다. “사장에게 걸리면 없다“는 말이 유행한다. 요행히 사장에게 직접 지명되어 과제를 받고, 또 그 일을 잘 수행하면 좋은 점수를 받지만, 묵묵히 그리고 착실하게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자연 해바라기성 게임 문화가 싹트게 마련이다. ”아, 저 친구 또 사장에게 점수 좀 따려고 저런 말을 하는구나“ 하는 비아냥의 정서도 퍼지게 된다.
“저 사장이 있는 한,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정서가 팽배해 있는데도 사장은 이를 감지하지 못한다. “컨설턴트가 아무리 훌륭한 개선안을 내놓아도 사장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선안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불만이 많은 사장 밑에서는 간부와 사장간의 불화를 악용하여 지원부서의 장이 권한을 남용하게 마련이다. 권한을 남용하는 지원부서장에 대한 불만은 그대로 사장에게 전가된다. 악의 고리가 증폭되는 것이다.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데도 총무부장의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농담으로 던지는 말이지만 “왜 그렇게 일찍 퇴근하느냐”는 말을 더러 듣는다. 그래서  퇴근시간을 늦추면서 앉아는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일하는 게 아니라 불만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 놈의 회사, 확 망해 버렸으면!”. 필요해서 가는 출장인데도 “왜 출장을 가느냐, 무엇 하러 가느냐”하고 물으면 일할 기분이 싹 가신다고 한다. “인계 인수는 야간 시간에 하라”는 말이 너무 치사하게 들린다고도 말한다. 마음만 바뀌면 야근도 알아서 할텐데 구태여 이런 식으로 통제하니 당면한 일만 때우게 되고 회사 장래를 위해서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회사를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야 일할 맛이 나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것이 아니냐는 말도 한다.

이넌 간부가 보기 싫어 현장에서 필요한 문서를 가지러 와도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여직원더러 건물 밑으로 가지고 내려 오라 해서 Quck-Service처럼 받아간다 한다. 본부에 와서 한마디 건네다가는 싫은 소리나 훈계만 듣고 가기 때문에 말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본부의 통제실이나 지원부장은 현장 사람들을 경시하고 고압적이기 때문에 “현장 멸시 풍조”를 의식한다 한다. 그래도 현장을 선호하는 것은 본부에 근무하면서 사장의 얼굴을 대하는 것보다 더 자유롭기 때문이라 한다. 현장은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는 Focal Point이다. 하지만 현장 사람들과 본부 참모들 간에는 적대관계가 형성돼 있다. 본부는 통제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원을 해야 하는가. 통제를 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현장인력과 적대관계가 형성되지만,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호관계가 형성된다.

평가에 대한 것도 논란이 많았다. 현장 단원들에 대한 1차 평가는 단장이 한다지만 2차 평가부터는 사실상 애매 모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현장통제실장이 어떻게 그 많은 직원들을 제대로 파악하겠느냐는 데 대해 불신한다. 평가내용이 비밀에 붙여지고 있었다. 타임 시트, 머리 수 채우기 등 가시적인 요소만을 가지고 평가하고, 업무의 질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열심히 잘 해봐야 기대한 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수록 상처만 더 받는다 한다. 적당히 눈치껏 일하는 게 상책이라 한다. 암암리에 평가 당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느냐를 체크 당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카운터에서 출입자 명단을 적는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감시원이 어디에선가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꽤 많았다. 바로 여기가 대한민국의 초일류 기업이었다.

이러한 정서는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표를 정해주기 어려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개 팀을 서로 경쟁시키는 방법이다. 개인 개인이 서로가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면 기업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준다. 개인들은 팀 내에서 서로 합심-협력하여 팀 파워 즉 시너지를 발휘하고, 팀과 팀이 경쟁해야 한다. 탐간의 경쟁은 곧 개인 능력은 물론 팀 능력을 개발시켜 준다. 팀간에 경쟁을 시키고, 경쟁을 공개적인 업적 컨테스트 형식으로 이끌어 가면 객관성이 향상된다. 영업은 영업 담당자간의 대결로, PM은 PM 담당간의 대결로,  기술팀에서는 기술팀간의 대결로, 현장 100여 개 팀은 현장 팀간의 대결로 오픈 컨테스트를 활발하게 시킨다면 팀의 능력이 A급인지 C급인지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

개인 능력을 일일이 평가하고 싶은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400여명의 능력간에 서열을 매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평가가 중요하다 해도 공정하게 할 자신이 없으면 그만 둬야 한다. 매우 어려운 반면 설사 공정하게 평가했다 해도 그로부터 얻는 건 별로 없다. 이런 식의 평가는 사람을 작게 만들고 기업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평가는 모티베이션 수단이다. 열심히 일했는데 부당한 평가를 받으면 일할 의욕을 상실한다. 100명중 1등을 한 사람이 있다. 물론 보험설계사 같은 경우에는 왜 1등인지 분명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컨설팅회사에서 1등이 나타나면 나머지 99명은 모두 일할 맛을 잃게 된다. 무엇을 달성하기 위해 동기를 부여하는가. 생산성을 위해서다. 생산성을 위한 것이라면 팀 파워 즉 시스템 파워의 생산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중요한 것이지 개인의 생산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팀이 1등이면 팀원간에는 서열이 없어야 한다. 팀원간에 서열을 매기면 팀 -파워가 깨진다. 열심히 토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팀을 1등으로 만들었는데 그 팀 내에서 다시 1등과 4등을 매겨 보자. 팀 내에 위화감이 생기고 팀워크가 깨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기준은 물량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조작이 안 되지만 물량은 조작되기 쉽고 왜곡되기도 쉽다. 또한 아이디어가 좋으면 미래의 물량이 좋아진다. 단기 이윤의 극대화는 사실상 기업의 성장과 창의력을 망치고 고객을 돌아서게 하는 독약이다. 단기 이윤 극대화 정신이야말로 기업을 허무는 지름길이다. 개선을 추구하면 이윤은 저절로 따른다. 아이디어에 대한 Open Contest 결과를 보면 누가 유능한지, 누가 열심히 일했는지 백일하에 드러난다. 한사람 한사람을 통제해서 마음을 토라지게 만들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감시는 Tailor 시대의 산이다. 몸을 통제하려 하지말고 동기유발 메커니즘에 의해 통제해야 한다. 동기가 있으면 사람은 움직인다. 그 다음엔 문화와 가치관을 가지고 사람을 통제해야 한다. 첫째, 마음을 사야 하고, 둘째, 최고 경영자의 가치관을 공감시켜야 한다. 그러면 각 사원들은 일일이 상급자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라도 그 가치관에 의해 능동적으로 일하게 된다. 동기 유발에 대해서도 한국사회 전체가 왜곡돼 있다. 한국사회에 천민 자본주의가 만연돼 있다. 돈을 가지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돈이 동기 유발의 모두라고 생각하는 경향인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우선 수많은 직원들이 적은 돈을 받고라도 분위기 좋은 회사가 있다면 나가겠다고 말하며, 적은 연봉을 받더라도 마음 편하고 자기를 알아주는 팀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미국인들은 행복의 조건을 돈과 자유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직장에서는 돈을 벌고 행복은 직장 밖에서 찾으려 한다. 직장에서 여덟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도 아홉 시간에 하려고 한다. 이런 게 통제의 한계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남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생각한다. 남에게 가장 잘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은 직장이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길이 남으로부터 인정받는 지름길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경우 사람들은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도 인정받을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와 상사간에 동기와 목표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제3자로부터는 인정받을 만한 일을 했는데도 직속 상관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폄하하거나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할 맛이 나겠는가.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면 할수록 그 결과가 직장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경영학 용어로 목표의 합치(Goal Congruence)라 한다. 개인의 이익이 곧바로 직장의 이익이 돼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처리하면 회사에 도움이 되고 저런 방향으로 처리하면 개인의 승급에 도움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도록 일을 처리할 것이다. 이를 우리는 이기주의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비난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개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그것이 바로 회사의 이익으로 직결되도록 시스템을 짜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미국사회에서는 금전적 보상이 동기유발의 핵심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정 반대다. 우리 옛말에도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돈보다는 기분이 더 중요한 동기유발 요인이다. 미국 학자들이 조사한 아래의 결론은 동기유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동기유발 요인의 우선 순위>

  1)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
  2) 일 자체가 재미있어야 열심히 일한다
  3) 내가 기울인 노력을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
  4)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5) 내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
  6)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보다는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여유
     가 주어지는 데서 일하고 싶다.
  7) 내가 한 일이 그대로 결과로 나타났을 때 열심히 일한다
  8)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
  9) 너무 쉬운 일이거나 반복적인 일은 싫다
10) 회사의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려주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
11)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
12) 보수가 높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
13) 여러 가지 부수적 혜택이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달리 안정된 직장, 높은 보수, 다양한 혜택 등의 금전적 조건들은 동기유발 요건의 하위 서열에 속한다. 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결론인 것이다. 한국인들은 왜 금전적 보상에 무게를 둘까? 이윤극대화 마인드, 돈이면 안될 게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200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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