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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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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시스템 개선: 건설감리 기술실의 경우

기술실의 문제는 크게 3가지로 집약되었다. 기술실은 현장에 나가기 위한 사람들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대합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만큼 안정된 사무실이 아니었다. 회사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기술의 핵심부서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기술실 자체의 구심점이 강력하지 않다는 데 대한 불만도 있었다. 이는 리더십의 문제였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없고, 설사 정성을 다해 나름대로 훌륭한 일을 했다 해도 이를 음미하고 칭찬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노력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Time Sheet, 일인당 매출액 등 다른 비현실적인 요소들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작품을 잘 만들고 싶은 인센티브가  없다는 불만도 있었다. 과제가 밀리고 시간에 쫓기면, 적당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렇게 해도 누가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너무 없을 때는 “설계자가 원체 꼼꼼히 일을 했는지 별 하자가 발견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해도 이를 그르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Time-Sheet 작성에 대해서도 블만이었다. 실원들은 이를 개인고과 평정의 기준으로 사용된다고 믿고 있었다. 실장이 배정하기에 따라 1.0 이상의 M.M(Man-Month)를 받기도 하고, 1.0 이하에 M.M를 부여받기도 하는데 이를 고과표에 반영하면 불공평하지 않느냐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1.2 M.M를 받은 직원은 실제로 0.8 M.M만 일하고, 0.6 M.M를 받은 사람은 실제로 1.0 이상의 일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 불평이었다. 그래서 M.M를 적게 할당받으면 우선 기분이 상한다고 했다. 0.6 M.M를 받은 사람은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0.6 M.M 밖에 인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일을 받거나 현장을 도와야 하는 등 일시적인 일이 떨어지면 우선 “공수에도 잡히지 않는 일, 표나지 않는 일”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현장요원들의 자문 요청을 매우 꺼려했다. 쓸 데 없는 행정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작게 만들고 회사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Time-Sheet 작성방법도 매우 원시적이었다. 하루를 무조건 8시간으로 하여 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직접비 성격의 업무 및 OH(간접비) 성격의 업무에 8시간 중 각각 몇 % 씩의 시간을 사용했는가를 기억과 염두판단에 의해 백분율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보다는 각자가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시작시간”을 기록하고 손을 뗄 때 “종료시간”을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유용한 데이터도 생산할 수 있다.

야근기록이 남으면 혹시 훗날 노사간의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선은 정확한 기록 생활을 길러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할 바에야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더 좋다. 직원들의 마음이나 편하게 해주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다.  M.M할당제는 폐지하고 Time-Sheet는 철저히 실제대로 작성될 필요가 있었다. 프로젝트별로만 손익을 계산하면 되는데 구태여 사람 이름을 일일이 넣어가면서 프로젝트별 성과를 계산하는 것은 공연한 자극을 주게 된다.

기술실은 다양한 자료와 노하우를 생산하고 쌓는 곳이다. 과거의 자료들도 있다. 그것들을 일일이 분석해도 지혜를 뽑아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지혜를 뽑아내느냐는 뽑아내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다. 이 뽑아내는 일을 어느 한 사람 또는 한 팀에게 맡기면 많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 개인이 뽑아내면 잔챙이만 건지게 된다. 팀이 뽑아내야 많은 것을 뽑아낼 수 있다. 하나의 팀 밖에 없으면 고급 자료를 뽑아내는 데 게으를 수 있다. “조사해봤더니 별 거 없습디다” 라고 말해도 누가 이의를 걸 수 없다. 몇 개 팀이 경쟁을 해야 좋은 자료가 추출된다. 이처럼 기존의 자료철로부터 얻는 수확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훌륭한 자료는 앞으로 현장팀들을 경쟁시킴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가장 큰 자료 Source는 현장이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과거 자료와 현장으로부터 노하우를 얻어내려면 기술실이 정거장의 대합실이어서는 안 된다. 팀원이 자주 바뀌어서도 안 된다. 그 대신 가능하다면 최초에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팀을 짜도록 해야 한다. 기술실이 도면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주목표로 삼았던 것은 VE(가치공학)이었다. 더 좋은 개선안을 찾기 위해 건축은 건축대로, 전기는 전기대로 각자 검토를 했다. 이런 식으로 일했기 때문에 “이삭을 줍는 효과”만 냈다.

기술실이 사장에게 보여준 VE 결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일 수 있다. 사장에게는 “VE가 2억입니다”하고 보고한 것이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면 아무 것도 없는 경우가 있었다. 오히려 기술실에서 만들어낸 VE 제안서가 시공사, 설계사, 또는 발주자에게 함량미달 품으로 매도된 경우도 있었다. 각기 혼자서만 이삭을 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하는 방법, 토의하는 방법을 바꾸면 “大魚”를 낚을 수 있었다. 이미 설계도면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大魚를 찾아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설계가 완성된 상태에서는 “개념”변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서 설계에 이의를 제기하면 설계사, 시공사, 심지어는 발주에게까지 “Trouble Maker"로 취급될 수 있다.

  하지만 공기단축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 중앙당 본부 건물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완성된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가에 대해 추측들이 있다. 두말할 나이 없이, 되도록 많은 공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옛날에는 A공정이 끝나야 B공정을 시작했지만 A공정과 B공정을 평행으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어느 소규모 건설업체 사장이 4개월 이내에 작은 건물 하나를 지어달라는 요구를 급히 받았다 한다. 사장의 경험으로는 최소한 10개월이 걸려야 하는 일감이었다 한다. 간부와 인부를 불러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밤새내 방법을 찾아보니 방법이 생겼다 한다. 이렇듯 허심탄회하게 토의하면 방법이 나온다.

건설 컨설팅 사는 자기들이 수십%의 공기단축을 실천해낼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현장 인력이 공기를 단축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공기를 단축시키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에는 전기, 설비, 소방 구별 없이 모두가 생각을 보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사 개념을 훤히 이해해야 한다.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기술실이다. 일하는 방법을 이렇게 바꾸려면 토의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 단계에 투자하는 시간이 바로 공기를 수십 %씩 단축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설계회사가 도면을 하청 준다. 하청은 구조, 전기, 기계, 건축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하청업체에 내려준다. 설계회사는 4개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도면들이 이 회사의 기술실에 접수된다. 4개 업체에서 작성한 도면이 상호 조화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서로 융합될 수 없는 에러를 찾아내려면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실 요원들은 4개 분야 도면을 각기 가져다가 개별적으로 체크한다. Integration을 위해 가끔 모여 회의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회의 방법 즉 4사람이 개인 의견을 피력하고 교환하는 것으로는 심층적인 Integration을 기하기 어렵다. 각자의 조각난 시각을 보태는 것에 불과하다. Integration 및 비용절감 효과를 지금보다 개선시키는 방법은 하나의 큰방에 같이 근무한다는 사실로 부족하다. 비타민을 식탁 위에 놓는 것과 약장 함에 놓는 것에는 불편함에 많은 차이가 있다.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와 벽에 걸린 전화기는 편리함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이 다루는 5대의 기계를 일렬로 늘어놓는 것과 몸만 돌리면 접촉할 수 있게 원형으로 놓는 것에는 작업 효과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은 사람들은 하나의 테이블 주위에 앉아야 한다. 몸만 돌리면 토의가 되도록 해야 한다. 넓은 방에 함께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일이 모이려면 매우 번거롭기도 하다.

  같은 테이블에 모여 있다고 토의의 생산성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토의 요령이 시스템 적이어야 한다. 일본의 후지사는 미국의 코다크사보다 새로운 제품을 7배나 더 빨리 내놓는다. 똑같은 수, 비슷한 수준의 엔지니어들을 가지고 있어도 운영의 묘 때문에 그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코다크사는 엔지니어들에게 처음부터 맡긴다. 시행착오를 하느라 많은 시간이 간다. 하지만 후지사는 시행착오를 처음부터 배제한다. 여러 명이 토의를 해서 윤곽을 잡고, 중요한 포인트에 대한 접근방법을 공동으로 고안한다. 일의 틀이 잡히고 주요 핵심 요소에 대한 접근 방법이 정해지면 나머지 일은 아무나 맡아도 할 수 있는 기계적인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고급 과학기술자들이 팀 단위로 존재한다. 팀 단위로 존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과학 기술자들은 가치가 없다. 이 팀 단위로 존재하는 과학기술자들 때문에 미국, 프랑스 등 선진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벤처기업을 설립한다.

  개인이 개발하고 개인 컴퓨터에 담아놓는 노하우나 자료는 작은 것들이다. 시너지의 출발점은 팀이다. 팀과 팀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기업 전체의 시너지가 나온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팀을 만들어 놓고 이를 한 사람이 통제하면 별로 의미가 없다. 팀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경쟁시켜야 시너지가 증폭된다. 이 기업은 건설분야의 상위권 간부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재력에 불과한 것들이다. 잠재력은 실제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효과를 낸다. 팀 단위로 문제를 풀고 팀단위로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기술실의 팀 하나를 생각해 보다. 프로젝트를 따자마자 기술실 실장으로부터 도면을 검토하라는 과제를 받는다. 현장에 파견될 현장팀을 정한다. 기술실 팀과 현장팀과 함께 도면 Study를 하게 되면 우선 기술실 팀과 현장팀이 인간적으로 가까워진다. 현장팀이 현장에 나가 겪는 가장 많은 애로는 기술지원이다. 전화로 또는 만나서 물어볼 일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누군지 몰라 서먹서먹하여 전화를 걸지도 못하고 만나달라 제의도 하지 못 한다.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미처 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로 인해 손해보는 측은 발주자(고객)요 기업의 이미지다. 하지만 기술실 팀과 현장팀이 함께 도면을 검토하고 나가면 그동안 쌓은 인간관계와 공동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불편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제까지 기술실 직원은 Time Sheet 등에 얽매어 현장에서 걸려오는 전화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지만 이제는 그들의 전화를 반기게 된다.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 현장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연구개발 기회인 것이다.

각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도면을 검토한 기술실 팀이 가장 잘 안다. 그 현장에 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술실 팀이 가장 잘 안다.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오거나, 질문이 있거나, 일시적인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그 기술실 팀이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다. 특정 프로젝트에 대하여, 그 도면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고, 현장 사람들을 가장 잘 알며,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기술실 팀이다. 이 팀이 바로 그 프로젝트에 대해 주인이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여기에 고객에 대한 요약 서비스만 보태면 미국인들보다 더 훌륭한 PM을 수행할 수 있다.
요약하면 지금까지는 이 기업의 기술실 업무영역이 도면검토(Design Review) 및 시공전 관리(Pre-Construction Management)에 제한돼 왔지만,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업무를 추가해야 할 것이다.

첫째, 연구개발 업무다. 건설 컨설팅 사가 앞으로 가장 경주해야 할 분야가 바로 연구개발 분야다. 막연한 연구개발이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 표준, 기법, 원가에 대한 새로운 Data Base를 실시간으로 창출해내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 외부정보도 수집하고 현장정보도 수집하며 출장도 다녀야 한다.

둘째, PM(프로젝트 책임관리)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제까지 이 회사에는 각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 프로젝트는 내 프로젝트”라며 챙기는 부서가 없었다.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서는 기술실이다. 현재의 M.M제도 및 Time-Sheet 제도와 같은 불필요한 행정들을 폐기하고 평가를 개인별로 하지말고 팀 단위로 해야 한다. 어차피 수주 받은 것에 대해 구태여 개인 당 얼마를 벌었느냐를 따지는 것은 기분만 상하게 할 뿐 아니라 고급 두뇌를 아무런 이익 없이 낭비시키는 일이다.

     200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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