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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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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 아직은 구두선

한국에서 잘 나가는 고급백화점이 품질 대상을 받고 싶어 어느 컨설팅 기관에 업적을 제출했다. 현장 평가를 위해 회사를 방문했더니 고용사장은 “고객만족”을 최고의 업적으로 내세우며 고객만족상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회의실 정면에 걸려있는 액자를 보면서 필자는 이런 기업에 ‘고객만족상’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앞섰다.

그 액자에는 기업의 목표가 쓰여져 있었다. 1번이 ‘이윤의 극대화’이고, 2번이 ‘고객만족’이었다. 필자는 1번 목표와 2번 목표의 순서를 바꿀 의향이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제2의 목표는 제1의 목표와 상충될 때 양보돼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2의 목표는 고객을 속이는 하나의 말장난(Lip Service)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사장은 매우 주저했다. 이윤극대화는 기업의 존재 목적인데 고객만족이 이윤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국 백화점에서는 통상 1층에 고객센터를 두어서 7층에서 산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1층에 있는 고객센터에서 마음 편하게 바꾸거나 무를 수 있다. 이렇게 하는 미국 백화점은 분명 고객만족이 이윤극대화보다 앞선다. 하지만 한국 백화점의 경우 상품에 불만이 있는 고객은 반드시 7층으로 올라가 상품을 판 점원과 협상을 해야 한다. 바로 이런 시스템에서부터 사장의 의도가 드러난다. 이윤극대화가 고객만족보다 앞서기 때문에 점원은 얼마의 이익을 냈느냐에 의해 평가를 받지,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켜주었느냐에 의해 평가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점원은 어떻게 해서라도 고객을 설득시켜 그냥 돌려보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떻게 고객만족이 있을 수 있는가. 따라서 고객만족이 1번의 목표로 그 서열이 바뀌지 않는 한, 고객만족은 충족될 수 없다. 이렇게 따지고 들었는데도 사장은 미국처럼 고객센터를 운용했다가는 큰일난다고 대답했다. 고객을 활용하여 품질관리를 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1946년부터 일본의 기업들은 어깨에 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가 찌라시를 뿌렸다. “불량 제품을 관용하는 것은 애국이 아닙니다. 제발 하자 내용을 알려주십시오”. 일본인들이 모셔온 미국의 데밍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큰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고객을 거의 빠짐 없이 하자와 불만 내용을 제시해 온다. 하지만 작은 상품에 불만이 있으면 사람들은 말 없이 등을 돌린다. 말없이 등을 돌리는 고객의 불만이 무엇이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최고급 백화점은 아직도 고객을 활용하여 품질을 개선해 보겠다는 품질 정신과, 품질 있는 제품만을 백화점에 전시하겠다는 바이어 정신이 없는 것이다. 일본인들을 욕하기 이전에 우리의 현실부터 따져봐야 할 일이다. 고객만족 없이는 품질향상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그 1류 백화점은 그 해에 고객만족상을 받도록 예정돼 있었다. 필자는 사장에게 오히려 사정을 했다. "수많은 지역에 산재해 있는 백화점들 중에 중앙에 있는 본부 백화점 하나만에라도 1층에 [고객센터](Customer Center)를 설치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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