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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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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정신운동의 한계

19990519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정신운동의 한계

제2건국운동의 테마가 의식개혁이다. 모든 국민의 의식이 천사처럼 개혁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바람일
뿐이다. 자기가 낳아서 기른 자식의 의식도 고치지 못하는데 그 누가 수많
은  타인들의 의식을 고칠 수 있단 말인가. 설사 모든 이들의 의식이 천사
처럼  개혁됐다 해도 의식 자체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 시너지는 반
드시 시스템이라는 과학적 기계를 거쳐야만 나오는 것이다.

  의식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의식을 고치고 싶으면 시스템을 먼저 고쳐야
한다. 시스템이 의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자. 세 대의 공중 전화
기가 있다. 한국인들은 세 줄을 선다. 그러나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선
다. 가장 짧은 줄을 골라서 섰지만 재수가 안좋아 오래 기다렸다. 그때 무
엇을  느낄까. "일찍 와야 소용없다. 줄을 잘 서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회   곳곳이   이 처럼 요행에 의해 차례를 배분한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요행의식이 자란다. 요행이 차례를 배당해주는데 누가 열심
히  일하고, 공부하고, 저축할 것인가. 요행의식을 가진 국민에게 무슨 과
학 마인드가 자랄 수 있겠는가?

  반면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선다. 맨 앞에 서있는 사람이 먼저 끝나
는  전화기를 차지한다. 일찍 오면 일찍 차례가 온다. 예측도 가능해진다.
사회 곳곳이 이렇게 논리에 의해 차례가 배분되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
에게는   논리의식이 자란다. 세 줄이냐, 한 줄이냐가 국민 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이렇듯 엄청난 것이다.

  의식개혁을  주창하는 인사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말이 있다. "국민 각자
가   각기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국가가 어찌 잘되지 않겠으며,
사원들 각자가 최선을 다하면 어찌 회사가 잘되지 않겠는가?". 이 말이 틀
렸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는 맞는 말이 아니다.
열심히  일할수록 그리고 근로자 한사람당 생산성이 상승할수록 이윤이 점
점 더 내려갈 수도 있다.

  도요타   자동차에 12대의 기계가 하나의 공정을 이루고 있었다. 12대의
기계에 12명의 근로자가 배치됐다. 일감을 기계에 걸어놓으니까 기계가 일
했다.  기계가 일하는 동안 근로자는 할 일이 없었다. 이를 지켜본 사장이
각자에게 똑같은 기계를 하나씩 더 사주었다. 근로자 개인당 생산성이 2배
로 올랐다.

  열두  사람이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장의 마음은 기뻤다.
그만큼   이윤이   상승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손익계산서에는 이윤이
점점 더 내려갔다. 사장은 열심히 일할수록 이윤이 내려가는 이 기막힌 사
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부사장인 다이이치오노 씨가 이 사실
에 골몰하다가 차 안에서 무릎을 쳤다.

  그는   각 근로자 앞에 미처 소화되지 못한 재고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재고가 많이 쌓일수록 그만큼 자금도 사장됐다.
일주일 후에 구입해도 될 소재를 미리 구매한 것이다. 어지럽게 던져진 재
고는 또 다른 일손에 의해 정리정돈됐다. 그만큼 인건비가 나갔다. 낭비가
이중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는 후공정에 의해 소화되지 못한 재고는 낭비
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하나의 작업 원칙을 만들었다. "전공정은 후공정에서 소화한 것만
큼만  만들고, 시간이 남아도 그대로 서 있으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니
까  두가지 비용은 절약됐다. 그러나 시간이 남는다는 원래의 문제는 그대
로 남아 있었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사장은 시간이 남았을 때 똑같
은   기계를 더 사줄 생각을 했지만, 부사장은 왜 한 사람이 열 가지 스무
가지  기계를 다룰 수 없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1번 기계를 다루는 근로자
에게 2번 기계를 다루도록 했다. 그는 2번 기계를 배우면서 기계의 오묘한
원리를  터득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복한 기계 수가 증가할 때마다
그의  자부심과 직업에 대한 안정감도 향상됐다. 스스로를 직장에 꼭 필요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열두사람이 다루던 열두대의 기계를 한
사람이 다루게 됐다.

  한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대의 기계를 다루게 하는 데에는 작업 반경이
문제가 되었다. 작업 반경을 줄이기 위해 그는 기계의 설치를 일렬로 하지
않고  U자형의 연속으로 배열했다. 몸만 돌리면 여러 대의 기계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인건비가 12분의 1로 절약됐다.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적시생산(Just in Time)시스템을 탄생시킨 것이다. 현
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둔채, 열심히 일하라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일하는
방법  즉,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과학시대의 제2건국운동이 정신개조를
들고나온 것은 엄청난 시대착오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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