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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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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선거 및 국회운영 시스템

19990324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선거 및 국회운영 시스템

선진국  국회의원은 법을 제조하지만, 한국 국회의원은 공무원들이 만들
어주는  법을 당수의 명령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쪽에 손만 들어주는 거수
기다.  여당이 되면 과반수의 거수기들을 확보하려고, 야당 국회의원을 사
들이기 시작한다. 훌륭한 리더는 관이 없이도 사람을 움직인다. 그런데 한
국의 지도자는 왜 다수의 거수기를 확보해야만 할까?

  북한이 부자 세습을 꾀해왔다면 남한은 사후의 안전을 위해 자기편 세습
을 꾀해 왔다. 차기 정권을 정적에게 넘겨주면 보복을 받기 때문에 집권자
가  가장 먼저하는 일은 국정보다는 정적을 무너뜨리는 작업이다. 당수 대
당수의 대결은 이렇게 시작된다. 결국 국회의원은 당수들의 전사로 전락하
게 되는 것이다.

  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분석력을 요구한다. 서구 선진국 국회
의원들은   자기가 발의해서 통과시킨 법에 자기의 이름을 붙인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샌드위치를 싸들고 지하철로 새벽에 출근해 늦게까지 연구한
다. 돈을 쓸 데가 없다.

  그러나  한국 국회의원들의 실력은 '마피아 실력'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마피아를 뒷골목에서 비밀리에 힘을 행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
직과  돈을 관리할 수 없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마피아 실력을
가진  국회의원을 갖느냐 또는 분석능력을 가진 깨끗한 국회의원을 뽑느냐
는  전적으로 선거시스템에 달려있다. 한국의 선거시스템 아래에서는 뒷돈
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뽑히고, 일단 뽑히면 패싸움에 동원되고, 지역
구를  관리하고, 뒷돈을 열심히 벌어야 한다. 이런 생활은 오래 하면 할수
록 두뇌가 퇴화될 수밖에 없다.

  당수는 이런 문화권에서 일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분석력이 퇴화된 집단
의  보스인 셈이다. 이런 정치인들 중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다. 이 얼
마나 기막힌 시스템인가? 명예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마피아 문화권
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국회는 양화를 구축(驅逐)하고 악화들만 수용
하고 있는 셈이다.

  첫째,  마피아 문화권을 청산해야 한다. 과거 한국이 경제적으로 부(富)
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마피아 문화권에서 성장하지 않
고 그래도 정도를 걸으며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둘째,  이해 당사자에게 개선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정책
과  시스템을 만들 때 '이해당사자 배제의 원칙'이 있다. 정책과 시스템을
이해 당사자들이 만들면 모두가 아전인수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엔 이러한 원칙이 없다. 모든 규정, 제도, 정책을 '이해 당
사자'들이  만들어낸다. 그래서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에게 유리한 제도
와 정책을 만들어냈다. 선거법과 국회운영법 역시 다수당과 현직 국회의원
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셋째,  정치자금법을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이 어느 한 기업이나 개인으
로부터 많은 돈을 받으면 독립성이 파괴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소수로
부터 큰돈을 받는 행위는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입.출금에 대한 회계를 투
명하게 공개할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이 짜여져 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코묻은 돈'을 받으려면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야만 한다. 돈을 뿌려
서는 코묻은 돈을 많이 얻을 수 없다.

  넷째,   지구당을 없애고 대선거구제를 채택해야 한다. 선진국 의원들은
선거에  큰 돈을 쓰지 않는다. 선거에 돈을 쓰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도 대
선거구제를 채택해야 한다. 넓은 지역에서 여러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
다. 대선거구제에서는 돈을 쓰기도 어렵고 지역구를 관리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들이 있다. 첫째, 지역구 공천을 팔아야
당비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역구 장사의 포기는 여당도 야당도 싫어한다.
선거구제가 바뀌면  깨끗하고  분석력 있는 사람들이 뽑히게 된다. 그러면
구  정치지도자들의 구태의연한 지명권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마피아에
게   선거제도를 맡기면 마피아만 뽑힐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시민단체가
나서서 시스템을 다시 짜고 이를 여론의 힘으로 압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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