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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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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21세기를 여는 두 개의 키워드

19991229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21세기를 여는 두 개의 키워드

모든  세계인들이  새  천년에 많은 바람을 기원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2000년이  시작되는 1월 1일은 1999년 12월 31일과 아무 것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새 천년 1월 1일을 기해 생각할 것이 있는 것 같다. 첫
째는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고, 둘째는 우리가 살
고 있는 공동의 집, 즉 국가를 어떻게 가꿀 것이냐에 대한 생각이다.

  젊었을 때에는 누구나 미래에 그가 되고 싶어하는 가장 이상적인 자화상
을  가지고 있다. 인습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그 스스로가 정한 목표에
도전하며,  스스로의 기율(紀律)에 따라 세상을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인
간, 재산에 속박되지 않고 집시처럼 살아가는 낭만있는 방랑인, 임종의 순
간에 절대자 앞에서 당당히 인생을 결산할 수 있는 기개와 배포를 가진 인
간,  바로 그런 인간이 우리들의 가슴에 들어있는 멋쟁이 인간상이 아닐까.

  법과 질서가 강요하기 때문에 물건을 훔치지 않는 사람은 감시가 허술해
질  때 얼마든지 훔칠 수 있다. 그러나 멋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은 감시가
없어도 훔치지 않는다. 우리의 가슴에는 한없이 넓은 백지가 들어있다. 그
백지 위에 무슨 그림을 그려 넣는가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

  그  인생이라는 것은 얼마나 출세를 하느냐, 돈을 버느냐에 대한 인생이
아니라 얼마나 큰 가슴을, 촉촉한 마음을, 그리고 균형된 인간성을 가꾸느
냐에 대한 인생이다. 많은 이들이 출세하고 돈을 벌어 유명인이 되려고 노
력하지만, 정말로 인생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한순간 한순간을 음미
하며 살아가는 무명인의 삶을 원한다.

  하나의  풀잎으로부터도 인생의 의미를 터득하고, 한 줄기 실바람에서도
깨달음의 희열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무명인의 인생, 이 인생처럼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은 없을 것이다.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꾸고 싶어하
는   사람, 매달림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가슴 속에 정원을 가꾸면서
하루  하루를 아끼는 마음으로 채워가는 사람, 마음이 가난해서 마음이 부
자인 인생, 그런 인생이 가장 멋진 인생이 아닐까?

  통념이  정해주는 인생의 목표는 많다. 대통령이 돼야지, 법관이 돼야지
하는   등의 목표는 흔하다. 그런 식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그 목표만을
위해   숨가쁘게 달리느라 가슴을 아름답게 가꾸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의
가슴이 메마른 것이다. 가슴이 메마르면 보여주는 모습도 추하다.

  누구나 새 천년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기대한다. 그러나 새 천
년이라  해서 우리에게 특별히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얻으려 하
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우리가 심어야만 얻을 수 있다. 심는 만큼 거둔다
는 진리는 새 천년이라 해도 변하지 않는다.

  서기 2000년은 장미빛 꿈을 주기보다는 어려운 짐을 지우는 해로 다가오
고  있다. 지금 우리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안보,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선진국들처럼 발전하
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는 역사로부터 배울 줄 모르기 때문
이다. 우리는 5천년 역사를 자랑해 왔다. 그러나 우리 민족 만큼 역사로부
터 배우지 못하는 민족도 드물 것 같다. 우리는 최근에 들어서만도 수많은
사고를   반복적으로 당해 왔다. 당파싸움에 날새는 줄 모르다가 일본에게
점령당했는데,  지금도 정치꾼들은 소모적인 당파싸움을  답습하고  있다.
IMF를 당하고도 제2의 환란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
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가장 생생한 증거가 아닐까.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
꿔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진국민은 그 문제가 왜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문제로부터 교훈을 추출해내고, 다시는 유사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사구시적 대책을 마련한다. 이들에겐 어제의 문
제가 곧 오늘의 지혜다.

  이와는  정반대로 한국인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누구를 처벌할 것인
가부터   생각해 왔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으려고 문제를
은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문제로부터 교훈이 도출될 수 있겠
는가.   역사는 '어제들'의 집합체다. 어제의 문제로부터 지혜를 뽑아내지
못하는 민족에게 무슨 배움이 있겠는가?

  우리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두번째 이유는 사회를 시스템에 의해 경영
하려 하지 않고,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데 있다. 자동차라는 시스템
이  내는 힘은 괴력이다. 은행 객장에 설치돼 있는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
도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그  시스템들을 만든 사람들이 직접
'밀어붙이는 힘'은 미미하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지혜를 얻어야 한다.
사람은  손수  '밀어붙이는  힘'을 발휘하려 하지 말고, 먼저 시스템을 만
들고, 그 시스템으로 하여금 괴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혜다.

  첫째,  역사로부터 배우는 지혜 둘째, 시스템을 통한 사회개혁 이 두 가
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키가 아닐까 싶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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