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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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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은행과 기업이 동반 자살하는 이유

19991215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은행과 기업이 동반 자살하는 이유

기업과  은행이 서로 야합해 가면서 동반자살을 재촉하고 있다. 예를 들
어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동차를 외국에 직접 수출할 때의 수출단가가 1만
달러일   경우, 그룹은 이 자동차를 외국 지사에 직접 내보내지 않고 먼저
그룹내의  종합상사에 1만2천달러에 판다. 종합상사는 여기에 마진을 얹어,
1만2천500달러의 수출단가로 해외지사에 내보낸다.

  그룹은 어째서 이렇게 한단계 더 거쳐서 수출단가를 높일까? 제조업체가
직접  수출을 하면 그룹 수출고가 단가 1만달러씩에 계산되지만, 종합상사
를  통해서 수출하게 되면 수출고가 단가 1만2천500달러씩에 계산된다. 수
출고가 높아야 그 만큼 더 많은 수출지원금을 은행에서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자동차를 실은 배가 항구를 출발하면 외국에서 자동차가 팔리기도
전에  그룹은 수출계약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여러 계열사들에
운용자금으로 배급한다. 나중에 자동차가 팔리면 그 대금으로 은행에서 꾸
어간 돈을 갚아야 하지만, 그룹들은 그 돈을 해외에서 다른 용도로 소화해
버린다.   빚을 갚지 않겠다는 배포다. 돈을 꾸어준 은행들도 받을 생각을
않고  있다. 그래서 일단 은행에서 돈을 꾼 이상 그룹은 해외에 나간 자동
차가 팔리든 안팔리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물건만 배에 실으면 재벌들은 최장 3년간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정부는  수출실적을  높여  국민에게 업적을 홍보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간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에 의해 수출실적이 부풀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이런  혜택을 받은 <주>대우의 경우 장부에 나타난 자산가 29조
원 가운데 17조원이 구멍 나버린 것으로 실사됐다.

  200억달러 흑자라고 정부는 홍보하고 있지만, 이 흑자는 사실상 유령 수
치에 불과하다. 그 흑자 속에는 떼어먹힌 은행돈이 들어있고, 팔리지 않아
서  녹슬어 버린 차량도 들어있고, 몇년이 지나야 조금씩 들어오는 푼돈도
들어있다.   <주>대우가 가장 많은 수출을 했다지만 수출고는 허깨비 같은
은행   장부에만 잡혀 있고, 번 돈은 누군가에 의해 산산이 증발돼 버리고
없다.   대우의 빚이 95조원으로까지 누적됐던 것은 은행과 정부와 기업이
국민이  저축해 놓은 돈을 서로 나눠먹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은행의
대출 시스템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용평가 시스템이다.

  누구나 신용대출을 늘리라고 말은 하지만, 은행에는 대출 고객들의 신용
자료를 축적하는 시스템이 없다. 카드결제 자료는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데   가장 좋은 자료다. 미국에서는 누구나 카드만을 쓰려고 한다. 현금을
쓰면 기록이 잡히지 않지만, 카드를 쓰면 그 사람의 돈쓰는 실적이 기록되
기 때문이다. 바로 그 기록이 신용평가를 위한 가장 좋은 자료다.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자금을 결제한다면, 그 온라인 자료는 기업의 신용
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좋은 자료가 된다. 온라인 결제 자료는 기업의 거
래 빈도와 규모를 다이내믹하게 파악할 수 있어 오히려 1년에 한번씩 발표
되는 재무제표 자료보다 더 훌륭하다. 재무제표는 가짜 자료이지만 온라인
결제 자료는 진실한 자료다.

  은행은  이렇게 좋은 자료는 축적하려 하지 않고, 오직 보증인을 세우고
땅문서만 잡으려 한다. 그러면서도 은행인들은 높은 보수와 퇴직금을 타내
가고 있다. 우리가 은행에 맡긴 돈으로!

  집권 초기에 개혁 세력들은 금융기관에 주인을 찾아주자고 했다.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니까, 재벌 총수와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총수는 과연 기업
의 주인인가? 한보, 청구, 동아, 진로, 삼미 등 수많은 기업에 기업주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주인(?)들은 기업을 이용해 은행 돈을 빌리고, 그 빌린
돈에서 뒷돈을 빼내갔다. 근로자들이 번 돈도 빼내갔다. 그리고 기업을 걸
레로 만들어 국민에게 던져버리고 사라져 버렸다.

  이들  총수들은 기업의 도둑들이었지, 결코 주인이 아니었다. 은행에 주
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럴 수 있는 기업주들에게 은행을 맡기
자는   것이 아닌가. 이렇듯 은행에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던 개혁세력들은
지금은 공적자금이라고 불리는 맹물 통장을 가지고 가장 큰 은행부터 국유
화시켰다. 그리고 거기에 자기 사람들을 심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IMF 직후에 재정경제부 산하에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예
금보험공사는  31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포함한 220조원을 동원해 은행에
털어넣었다. 그 결과 서울은행 지분의 98%, 제일은행 지분의 97%, 국내 최
대은행인 한빛은행 지분의 75%, 조흥은행 지분의 87%, 한아름종금, 한아름
금고  및 신충북금고의 100%, 서울보증보험의 94%, 대한생명의 100%, 그리
고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100%를 보유해 버렸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대우
에 31조원을 더 털어넣을 모양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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