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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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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동티모르 파병, 그만둘 수 없나?

1999.09.22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동티모르 파병, 그만둘 수 없나?

인도네시아 파병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국익이고, 다른 하나
는 의사결정 절차다. 전투병력의 파병은 손해만 불러올 뿐 국익에 대한 비
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리더국가다. 1950년대 인
도네시아가  독립할 당시, 한국정부는 어설프게 북수마트라 아체지역의 독
립운동을  지지하여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 후 인도네시아는 북한과
는  우호적 관계를, 남한과는 비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1960년대 중반에
야  가까스로 수교가 이루어져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
지하면서 경제적 협력관계를 확대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려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3천여개의 섬과 다양한 원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남쪽 외곽
에 위치한 동티모르가 지금 독립을 하려한다. 동티모르가 독립해버리면 다
른   섬들도 뒤를 이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독립주의자들을 탄압하다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미련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동티모르에서 독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록 숫자 상으로는 20%라고 하
지만, 조직력과 무장을 갖추고 원주민들에게 폭행을 가하고 있다. 이 세력
의 주축인 민병대는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애국자로 칭송되고 있다. 인도네
시아  군부는 이들을 암암리에 지원해왔다. 이들 민병대는 동티모르의 30%
정도인  서부지역을 완전 장악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서티모르와 바로 연
결돼 있어 정부군과의 유대는 계속될 것 같다.

  정부군이  철수한 상태에서의 민병대 세력은 지하화할 것이다. 동티모르
는  밀림지역이기 때문에 평화유지군의 영향력이 곳곳에 미칠 수 없다. 어
차피  서티모르에 가도 삶의 터전이 없는 민병대들은 산간지방을 거점으로
게릴라  활동을 계속할 것 같다. 특히 호주를 싫어하는 인도네시아군은 호
주군과의   감정 때문에서라도 쉽게 단념하지 않을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호주인들은 지금부터 집단테러를 당할 수 있다.

  파병을 희망하는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동티모르와 연관을 맺어온 나라들
로 관측되고 있다. 호주는 인도네시아와 가장 가까운 나라로 인도네시아에
서  난민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신생국가와의 유대가 엄청난 국익
으로 연결된다. 지금도 호주는 동티모르 해역에서 대규모 유전을 개발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동티모르를 식민지로 통치해왔다. 동티모르의 독립은 포
르투갈의  위상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들 나라들에 비하면 생소
한 이방인이다.

  정부는   싸움을 말리려고 전투병을 보내기 때문에 한국군과 민병대간의
전투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안이한 생각이다. 민병대가 들
어와  주민을 학살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호소를 받게되면 한국군은 마을
로 나갈 수밖에 없다. 민병대가 손실을 당하면 감정이 악화되고 설욕을 하
려 덤빌 것이다. 전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민병대와  한국군 사이에 단 한발의 총성만 들려도 한국인들은 인도네시
아에서  적대세력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활동중인 한국인들
도 호주세력과 한패로 낙인찍혀 테러를 당할 수 있다. 엄청난 자원 때문에
미국도   눈치를 보는 거대한 나라를 무엇 때문에 모험을 하면서 건드리려
하는가.

  동티모르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고, 역사적 유대관계도 없는 한국이 미
국,  일본, 중국을 제친 채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낯설어 보인다. 우리
보다   2-10배 이상의 병력을 파견하는 나라들도 생색을 내지 않고 있는데
반해 우리만 유독히 '인권'을 외치며 생색을 내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파병에  대한 의사결정은 대통령에 의해 즉흥적으로 내려졌다. 재벌들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성토해온 국민은 또 다른 독단에 의해 이루어진 대통령
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기 어려워 하고 있다. 한국이 동티모르에 군사력을
파견하겠다는 것은 단지 김 대통령의 '인권'철학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
다.

  북한을 탈출한 동포들이 중국에서 도움을 갈망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
을  외면해 왔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몹쓸 고엽제로
신음하는  5만 장병들이 살이 썩어가는 고통을 대물림하고 있지만, 이들도
외면되고   있다. 도청과 감청도 강화되고 있다. '내부인권'은 무시하면서
'외부인권'만   소리높여 외치는 대통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리둥절
하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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