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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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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용 과학화 절실

◎사회운용 과학화 절실

우리에게 익숙한 ＳＯＣ는 도로나 항만과 같은 「하드인프라」 뿐이다．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프트인프라 」다．１백척의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항만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단 열척의 배만 들어와도 서로 충돌한다．항만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인 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충돌을 예방하려면 레이더와 연결된 전산 소프 트웨어가 필요하다．레이더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지금은 상식 인이 다룰 수 있도록 개발돼 있다．일반 ＴＶ를 이용한 래스터스캔닝 기 술 덕분인 것이다．그러나 우리나라 항만에는 아무 것도 없다．싱가포르가 앞서 있는 것은 항만의 「하드인프라」가 아니라 「소프트인프라」다．우 선 거기에는 항만의 안전을 위한 소프트인프라가 설치돼 있는 것이다．수 많은 짐을 합리적 우선순위에 따라 과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스케쥴링 이라는 수학기법도 전산화되어 있다．

부시대통령이 １천６백１０억달러에 해당하는 도로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그중에서 １０％의 돈은 소프트 인프라에 투입했다．도로를 확장하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도로의 운용을 효율화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그 １０％의 돈은 이른바 「생각하 는 도로시스템」（ＩｎｔｅｌｌｉｇｅｎｃｅＨｉｇｈｗａｙＶｅｈｉｃｌｅＳｙｓｔｅｍ）에 투입되고 있다．현재의 교통량을 고려하여 가장 빠른 시 간에 목표에 이르게 하기 위한 소프트시스템이다．리모콘 크기의 명령기만 가지고 다니면 누구나 목표지점에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길을 음 성과 그림으로 안내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두가지 핵심기술이 필요하다．하나는 자기 위치를 자동적으로 알수 있게 하는 기술이고，다른 하나는 도로망과 교통량이라는 두가지 정보를 사용하여 여러가지 대안중 에서 가장 빠른 길을 선택케 하는 수학로직이다．지금은 미국이 띄워놓은 군사위성을 이용하여 누구든 싼값으로 자기의 위치를 알수 있다．ＧＰＳ（ＧｌｏｂａｌＰｏｓｉｔｉｏｎｏｎｇＳｙｓｔｅｍ）라는 도구에 의해서다 ．

가장 빠른 루트를 결정하는 데에는 네트워크 이론이라는 고급 응용 수학이 동원된다．신호등의 길이를 정하는 것에도 수학로직이 이용돼야 한 다．그러나 우리에겐 개념조차 없다．사회를 운용하는 시스템에 과학이 외 면당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과학이라고 생각해왔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운용의 과학화다．

걸프전때 이 라크는 ６백２１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그러나 정작 전쟁이 발생 하자 이들은 단 한번도 떠보지 못하고 앉아서 당했다．급한 나머지 이라 크는 Ａ급 전투기 １백２０대를 골라 이란에 피신시켰다．전쟁이 끝나도 이란은 그 전투기를 돌려주지 않았다．이러한 수모를 당하게 된 것은 이 라크 전투기가 미국전투기보다 성능이 낮아서가 아니었다．전투기라는 하드 웨어에만 투자할 줄 알았지 운용의 과학화에는 투자할 줄 몰랐기 때문이 다．

제품의 과학화는 운용의 과학화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이러한 소프트웨어는 돈을 주고 살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두뇌를 동원해서 스스로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지금의 한국군 역시 이라크의 모습 그대 로다．

어느 한 사회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여러가 지가 있다．돈많은 중동국들을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ＧＮＰ보 다 더 확실한 기준은 문화다．문화는 시스템의 산물이다．시스템이 열등하 면 문화도 열등해진다．선진국은 사회를 과학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소프 트인프라」에 투자해 왔지만 후진국은 눈에 보이는 「시설」에만 투자한다 ．시설은 인부들이 건설하지만 소프트인프라는 고급두뇌들만이 건설할 수 있다．세금비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운영시스템마저 안돼 있는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다．한국사회에는 두뇌제 품이 없는 것이다．

연전에 한국통으로 알려진 하버드교수가 한국에 대 해 평했다．한국사회에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에 의해 통치 되는 미분화된 사회라는 것이었다．미국인교수가 한국을 보는 눈은 정확했 지만 정작 사회문제진단에 앞장서야 할 한국의 행정대학원 교수들의 눈은 그렇지 못했다．세미나에서 어느 한 발표자가 「국가경영」이라는 낱말을 사용했다．그러자 가장 유명하다는 학교의 행정대학원장이 이의를 제기했 다．「국가」단위에 어떻게 「경영」이라는 낱말을 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 었다．경영이라는 용어는 기업체에만 사용할 수 있고，국가에는 통치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통치되는 사회를 가지고는 절대로 경영되는 사회와 경쟁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정책과 시스템 개발에 가장 앞장서야 할 행정대학원 교수의 상식이 오히 려 뒤져 있는 것이다．행정대학원엔 주로 공무원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사회운영을 과학화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스템개념을 공무원들에게 충 전시켜 줄 곳이 한국에는 없는 것이다．＜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1994.12.30 (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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