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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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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외여행 실패기

[경향신문] 1993-09-03 (생활/여성) 기획.연재 13면 893자

◎야생다람쥐 발로 놀리자 동물학대/미 30대주부에 동물사랑 즉석교육 받고…

87년부터 약 3년동안 미국 해군대학원 부교수로 지낸 적이 있다.
과거에도 몇차례 미국을 여행한 적은 있었지만 장기간 체류하기는 처음이었다.
당시 내가 있던 곳은 미국 서해안에 위치한 몬테레이만이었다.
이곳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소설가 존 스타인벡의 고향이다.
해안이 곳곳에 있어 주변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모든 해변은 공원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휴식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실제로 일부해변은 공원으로 지정돼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동물원·식물원등의 축사도 있었다.
때문에 객지 설움이라도 들라치면 이곳을 자주 찾게 됐다. 해변공원을 찾았던 어느날이었다. 다람쥐들이 몰려와 아이들이 주는 과자를 먹고 있는 광경이 하도 평화스러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까이 다가섰다. 다람쥐는 내 발밑으로도 모여 들었다.
나는 국내에서 강아지를 대하듯 별 생각없이 발끝으로 다람쥐에 대한 귀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게 창피의 시작이었다.
부근에 있는 아이들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까지도 내게 이상한 눈치를 보이는 것이었다. 30대중반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가까이 다가와 왜 귀여운 동물을 학대하느냐고 따져 묻는게 아닌가. 귀여움의 표시라고 항변했지만 씨도 먹혀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이내 동물 사랑법 즉석교육이 시작됐다.
『다람쥐는 귀엽지만 예민한 동물이다. 이 때문에 다룰때는 주의사항이 필요하다. 먹이를 줄때는 던지지 말고 손으로 직접 주어야 한다.동작이 크면 놀랄 수도 있으니 크게도 빠르게도 하지말라…』
세세한 다람쥐 사랑법에서부터 넓게는 동물 애호정신까지 즉석교육은 30여분이나 계속됐다.
무지가 탄로난 것같아 창피하긴 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게 사람세계의 법칙이니까.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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