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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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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은 이제 끝났다/ 한국논단 2002.1월호

지만원의 세상진단/ 한국논단 2002.1월호

DJ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은 남북한 관계가 외견상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북한은 남한이 가져다주는 돈과 물자를 받기 위한 작전상의 절차만 보여주었을 뿐, 실질적인 화해의 증거는 단 한 개도 없었다.

현정부는 군사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에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되는 “현찰 달러”와 무기를 만드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기”까지 대주려 하다가 미국의 부시 진영으로부터 제지당했다.

북한은 받아먹을것 다 받아먹었다

DJ는 군에 2000년 연말까지 무조건 지뢰를 제거해주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부와 서부 전선에 철로 및 고속도로 등 전략적 통로를 무작정 개설해 주었다. 북한이 NLL과 제주해협을 유린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제주해협의 무해통항권을 인정해주고, NLL이 너무 방대해서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구실로 내걸면서 그 일부를 떼어내 북한에 양보하려고 하다가 국내여론과 부시 진영으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 부쩍 늘어난 북한의 무력증강과 고강도 훈련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못하게 하고 남한의 훈련을 축소하고 보안법을 철폐하고 매향리 시격장 문제와 노근리 사건 등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여 반미감정을 부축이고, 급기야는 주적개념까지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이 역시 부시정부로부터 제지당했다.

이렇듯 상궤를 이탈한 현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이 추진하는 연방제 통일정책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 것을 보면서 사태의 민감한 보수진영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시기에 천우신조로 부시 정부가 출현함으로써 일단 위험국면은 모면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미 DJ의 햇볕정책은 종말을 고한 것이다. 최근 북한은 대남비난 공세를 부쩍 강화하고, 자기들이 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있으면서 적반하장으로 남한이 전방에 대포와 장갑차 등을 배치하고 있다며 생떼를 쓰고 있다. 대테러 수단으로 공항 등에 무장병력을 배치하는 것까지 트집을 잡았다. 급기야는 지난 11.27일 파주 지역에서 기관총을 조준 사격함으로써 남북한 관계를 확실하게 강경-긴장 국면으로 조성해가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북한이 이제 받아먹을 것 다 받아 먹었기 때문에 이제는 남한을 멀리하고 미국과 협상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들을 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그런 여유를 보일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

부시가 궤도 벗어난 햇볕정책에 제동

아프칸 사태 이전의 북한과 이후의 북한은 사뭇 다르다. 아프칸 이전의 북한은 남한의 적이요,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위협이었지만, 아프칸 이후의 북한은 테러와의 전쟁에 동조하는 세계의 공적이 됐다.

아프칸은 오사마빈라덴만 제거되면 더 이상 테러 위협국이 될 수 없지만 북한이야말로 테러를 수출하고 테러 무기를 공급하는 가장 큰 진원지이기 때문에 영락없이 세계의 적이다.

이 세상에 테러에게 대량살상 무기와 테러 훈련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존재하는 이상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끝날 수가 없다. 미국의 북한 목조르기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짖지 않는 개가 물 듯이, 말을 아끼는 부시정부는 클린턴과는 달리 말을 앞세우지 않고 행동부터 한다.

1998년7월 럼스펠드가 ‘북한은 5년 이내에 미국을 위협하는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소위 “럼스펠드 보고서”를 내놓았다. 클린턴은 이를 무시했지만 볼과 한달이 지난 8월31일 북한은 일본 상공으로 사거리 1,400km의 대포동1호를 날려 북한이 곧 탄도탄 보유국이 된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말보다 행동부터 하는 부시정부

부시가 들어서자 그 족집게 럼스펠드가 국방장관이 됐다. 국무성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아미타지 부장관은 북한을 주먹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부시팀은 우리 대통령과 임동원에 대해 의심할만한 정보를 가지고 궤도를 벗어난 햇볕정책을 차단하고 있었다. 바로 이럴 대에 아프칸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게 여러 말을 하지 않는다. 화학무기, 생물학 무기, 핵무기, 유도탄에 대한 사찰을 받으라는 단 한 미디다. 북한은 스스로의 죄를 안다.

클린턴에게는 유도탄 하나를 가지고도 반대급부를 요구했지만 부시에게는 어림도 없다. 아무런 대가 없이 이들 무기를 포기해야 할 입장으로 바뀌어진 것이다.

이런 미국의 압력이 참을 수 없는 것이긴 해도 세계적인 대세가 어제와는 다르다.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은 남한을 무력으로 위협하여, “전쟁이 무섭거든 미국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라”고 시키는 일 뿐이다. 북한이 최근 갑자기 총질을 하는 등 강경 분위기로 선회한 것은 바로 그런 제스처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때에는 MD가 별로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이 MD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북한 목조르기에 직결된다. 북한은 위험한 무기를 아주 많이 가진 나라다.

서울에 사는 미.일 민간인들이 5만 명에 달한다. 4만에 달하는 미군이 있다. 이들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북한을 때릴 때에는 초전에 반격능력을 말살시키려 할 것이다. 위험한 무기를 가진 나라는 초장부터 위험한 무기의 세례를 받는다.

김정일은 무력의 포기가 곧 자신의 죽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북한은 단선로에서 마주보고 달리다가 충돌하게 될 것이다.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한 김정일이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길은 수십 개의 땅굴로 병력을 보내 남한 주민, 남한 군과 뒤섞이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핵무기 등 대량보복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참으로 복잡하고 위험한 전쟁이 될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할 급선무는 더 많은 무기, 더 많은 병력을 갖는 게 아니라 땅굴부터 대대적으로 찾아내고 적과 내통하는 용의자들을 사전에 격리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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