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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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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불바다’막아줄 능력은 미군밖에 없다/ 한국논단 2002. 2월호

지만원의 세상진단 / 한국논단 2월호

미군기지 아파트 건립문제의 본질

2001년 12월 7일 주한미군이 용산 기지 내에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주한미군의 계획이 언론에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 계획을 진즉 받아놓고도 사실을 은폐하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은폐하는 것도 옳지 않았지만 더욱 옳지 않았던 것은 마치 미국측이 아파트 건립에 대한 약속을 어긴 것처럼 발표하여 죄를 미군 측에게 씌우려 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사형 당한 한국 마약 범에 대한 외교적 수모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었다.

녹지없앤 자리엔 흉물스런 콩크리트 건물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국방부는 12월 14일 절충안으로 대체부지를 제의했다. 대체부지로는 캐피탈 호텔 옆에 있는 미군 수송부(TMP)와 유엔사(UNC) 컴파운드다. TMP는 2만3,351평, UN 컴파운드는 1만6,132평으로 두 개를 합치면 4만평이 되어 수요를 충족시킬 모양이다. 서울시는 대체 안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이라 한다.

용산 미군 기지는 총 78만평으로 그나마 서울시내에서는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도심 속의 녹지 섬이다. 서울 시내 전체가 콘크리트로 변해있는데 그나마 녹지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은 아마도 주한미군이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는 거기에 서울시청을 짓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1991년 용산 골프장 (27만평)이 반환됐다. 거기에서 10만평을 헐어 내 중앙박물관(93-2003)을 짓는다며 공사를 시작했지만 부실한 설계와 부실한 공사계획으로 인해 지금은 흉물스런 골칫거리로 둔갑해 있다. 잘 보존 돼 있던 녹지가 우리 손에 넘어오자마자 콘크리트 구조물로 둔갑한 것이다.

박물관 정문으로 설계돼 있는 곳은 헬기장이지만 헬기장은 옮겨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영내에서 3분 거리에 있어야 할 헬기장 대체부지 1만5천 평이 서울시내에서는 찾을 수 없는 모양이다. 결국 중앙 박물관이 신축된다 해도 정문은 헬기로부터 나오는 소음과 먼지와 바람에 시달릴 모양이다. 거기에다 옆에는 박물관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미군병영 문화가 출렁이고 물 많은 박물관 자리 늪지로부터는 계속해서 습기가 올라올 모양이다.

학예인원(Curator)도 턱없이 부족하고 건축이 완성된다해도 연간 유지비도 100억대가 넘는 모양이다. 공사비는 5,000억 원에 육박하고 헬기장을 옮기는 데에도 1,000억 이상이 들어간다 한다.

이전비용 100억달러, 이전계획 백지화

사라진 녹지공간, 흉물스런 콘크리트 박물관, 유물을 파손시킬 엄청난 습기, 그래서 더 많이 들어가야 할 운영비, 미군부대 옆에 볼쌍 사납게 서 있을 중앙박물관, 헬리콥터의 소음과 먼지와 바람이 불어닥칠 입구 모두가 돈먹는 하마요 골치덩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차라리 미군 기지에 그대로 남겨두는 쪽이 훨씬 더 유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78만평의 용산기지에 대해서는 90년 한미간에 이전합의 양해각서 초안까지 만들긴 했지만 미군측이 새로운 건설비용으로 100억 달러를 요구해 93년부터 사실상 백지화됐다. 미군은 지난해에 6층 짜리 호텔을 신축하기 시작했고, 이번 테러사태를 계기로 서울, 오산, 평택, 대구 등에 2,733 가구의 아파트 건립을 10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모양이다. 용산 기지에는 현재 4만5천 평에 걸쳐 지어진 연립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8층 짜리 아파트로 1,066세대를 건설하려는 모양이다.

바로 이 문제를 놓고 “미군기지되찾기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김용한) 등 시만단체들을 선두로 하여 반미 감정이 일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보수세력들이 “기지가 있으면 주택도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주한미군의 아파트 건립 계획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미군의 주거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반대하는 측은 용산기지를 미국이 영구히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데 대한 의구심을 부각한다. 우선 주한미군이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건립 10년 계획이 타당한가에 대해 알아보자.

전체적으로 보면 주한미군의 숙소 비율은 일본 및 독일에 비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발표돼 있다. 일본과 독일에서의 숙소비율이 70% 이상인데 반해 주한미군의 경우에는 10% 수준인 모양이다. 영내에 거주하는 미군이 10%인데 반해 도심 여기저기에 흩어져 사는 영외 거주자가 90%다. 주한미군은 용산기지 근무자 중 현역 340명, 군속 1,000명이 영외거주를 한다고 설명한다.

주한미군의 복지문제는 차치한다 하더라도 군은 유사시의 전투 즉응 태세를 제1의 가치로 삼는다. 주한미군의 전투 즉응 태세는 우리 한국을 위해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 9.11테러로 인해 세계 곳곳에 있는 미군가족들이 테러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한국군은 예외 없이 군부대 가까운 곳에 지어진 군인아파트에서 생활한다. 미국본토에 있는 미군도 주거지역을 영내에 두고 있다.

미군 전투력과 한미우호에 금이간다

이 엄연한 사례를 보나 당위성으로 보나 주한미군의 아파트 건립계획은 그 자체로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더구나 현재 용산기지 내에 지어진 단층 짜리 연립주택은 70년대에 지어진 구형 건물로 석면이 날아다닐 정도로 많이 낡은 모양이다. 낡은 주택과 턱없이 부족한 주택 보급률 때문에 주한미군의 짜증이 배가되고 사기가 저하되며 한국근무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생기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전투력과 한미우호에도 금이 갈 뿐 아니라 주한미군을 초대한 주인(Host Nation)의 입장으로도 민망한 노릇이다.

“아파트 건립”을 마치 “용산 기지 영구주둔 획책”으로 비약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1,066 세대에 불과한 아파트 하나 때문에 용산기지의 반환여부가 좌지우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영외에 있는 대체부지를 사용한다면 아파트와 기지반환은 별개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미군의 아파트 건립문제를 용산 기지 주둔의 영구화 책략으로 보는 것은 감정적인 비약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당국은 한국 국방부가 제시한 두 개의 대체부지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한 모양이다. 이는 아파트 건립부지 4만여 평의 녹색공간을 보존하는 잇점이 있기는 하지만 비용면에서는 2중 3중의 부담이 될 것이다. 1066세대를 두 공간에 나누어 짓는다면 별도의 단지 비용과 경계비용이 추가되고 여기에 더해 미국수송부(TMP)와 UNC 시설을 새로 건설해 주는 데에도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녹색공간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녹색공간은 사실상 주한미군이 주둔해 있었기 때문에 보존된 것이다. 그 부지가 우리에게 반환되면 서울시는 거기에 20만 평에 달하는 시청 건물과 부속 시설 그리고 주차장을 지을 것이다. 남산에서 한강을 잇는 초록띠는 한국의 시설들에 의해 이미 훼손해 버린 지 오래다.

미군이 있었기에 녹색공간 보존됐다

조달본부, 조달본부 아파트, 국방부, 전쟁기념관, 중앙박물관, 강변 아파트 단지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띠가 흉하게 늘어서 있다. 거기에 서울시청까지 가세하면 용산 기지의 숲은 일거에 콘크리트 바닥으로 타락할 것이다. 차라리 숲 사이로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미국식 아파트를 짓는 것이 자연보존 차원에서는 훨씬 더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국방당국은 용산기지이전을 명문화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대한 합의각서를 2002년 3월 15일까지 체결한다고 하지만 용산기지 반환에 대한 꿈은 사실상 포기된 상태다. 1990년대 초에만 해도 우리 나라의 경제와 재정은 양호한 편이었다. 그 때의 경제와 재정을 가지고도 1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지 이전비용을 수용하지 못했다. 설사 당시 주한미군이 억지를 썼다 해도 문제는 그 때에 바싹 조여서 해결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와 재정은 형편없이 악화돼 있다. 아무리 욕심이 많아도 이제 용산기지 반환은 그림의 떡이 됐다. 거기에 기지반환에 대한 주한미군의 면역성은 상당히 증폭돼 있다. 기지 고수를 위한 전략도 우리 국방부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모든 여건상 용산기지 되찾기는 이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태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한.미간의 감정의 골만 키울 뿐이다.

주한미군 우리 지켜주는 인계철선

용산기지에 아파트를 짓고 용산기지를 주한미군기지의 허브 기지로 발전시키려는 미군의 계획도 이러한 판단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용산기지를 되찾으려면 그들에게 대체 기지를 건설해줘야 한다.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면 용산기지를 내놓으라 할 수 없다.

기지를 내놓으라 하는 이들은 “녹지의 땅”과 도시건설과 돈 그리고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는 국민의 생명이다. 주한미군은 우리를 지켜주는 인계철선이요 전쟁을 억지시키고 있는 가장 큰 전투력이다.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시간당 60만발을 서울에 쏟아 붓는다. 안보의식이 있는 서울시민이라면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염려해야 한다. 서울에는 4만8천명의 미국인 및 일본인들이 살고 있다. 서울불바다 무기를 초전에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는 없고 오직 미국에 있다.

미군은 서울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유사시에 서울시민이 받는 공격을 초전에 제압하려 할 것이다. 서울에 수많은 미국인이 살고, 서울에 미군 총사령부가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전쟁시의 서울시민에게 유일무이한 안전보장이요, 위안거리다. 용산기지를 내놔라, 미군 물러가라 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요, 북한이 더 이상 우리에게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소위 진보 통일세력의 주장이다.

아프칸 이후의 북한은 남한만의 주적이 아니라 미국이 이끄는 문명셰계의 주적이다. 북한이 남침용 무력을 가지고있는 한, 그리고 북한이 테러무기와 테러기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은 한국에 주둔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북한에게 위험한 테러무기와 남침무기를 내놓으라고 압박할 것이다.

남을 증오하면서는 절대 발전못한다

이는 자칫 한반도에 전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하지 않고 미국이 바라는 바를 북한으로부터 얻으려면 수십 년의 세월이 갈 것이다. 어떤 길이 선택되든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 장치가 설치되기까지는 주한미군은 한국에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조그만 틈만 있어도 반미감정을 부추기려는 진보집단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민족의 자존심을 건드려 보다 많은 국민을 반미세력으로 응집하려 한다. 반미감정, 반일감정이 극도에 이른 북한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남을 증오하는 마음을 가슴에 담으면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저들은 우리를 공산주의 방식으로 이끌어 가려 한다.

원자탄의 첫 시험장이 됐던 일본은 미국을 증오하지 않았다. 전후 곧바로 미국을 모방하자”(Copy the West)는 운동을 일으켰다. 그 다음엔 “미국을 따라잡자”(Catch up with the West)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그들은 생산기지와 품질 측면에서 미국을 앞서가고 있다.

일본은 1950년대 초. 미국이 낳은 품질이론의 대가들을 줄줄이 모셔다가 품질의 과학화를 배웠다. 미국인 데밍 박사의 이름을 따서 산업계의 노벨상이라는 데밍상 제도를 만들었다. 미국의 아들 데밍 박사를 미국인보다 더 숭배했다. 그 결과 미국을 제치고 품질 일등국이 됐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봐주지 못하는 일부 한국인들의 반미, 반일감정은 이제 차단돼야 한다. 머리를 숙이고 잘난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들의 자존심이야말로 진정한 자존심인 것이다. 북한보다 더 경계해야 할 대상, 미국보다 더 경계해야 할 대상은 바로 사사건건 반미감정으로 연결-비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이는 일부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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