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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교전 승리에 도취하지 말라/ 뉴스메이커

뉴스메이커 1999-07-15 0329호/지만원〈군사평론가〉

북한이 드러내놓고 도전 행동을 벌인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DJ정부의 운명은 햇볕정책에 달려 있고, 북한과의 사태가 악 화되면 DJ정권이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북한이 잘 알고 있기 때문 이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햇볕정책이 북한의 도발을 부추긴 셈이 다.

그러나 일선 장병들은 정치꾼들과는 달랐다. 침범 5일째인 6월 11일 남한 경비정들이, 덩치가 두 배나 큰 북한 경비정들을 상대로 박치기 를 했다. 이는 매우 칭찬받을 용감한 일이었다. 허를 찔린 북한은 당황 했다. 작전에 참가한 4척의 북한 경비정 모두가 심한 손상을 입었고 20여 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

예상치 못했던 수모를 당한 북한은 15일 그 수모를 만회하려고 기관총 으로 선제 공격을 가했지만 결과는 일방적인 참패였다. 한국 해군의 첨단 장비와 북한의 수동식 조준 장비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팔뚝 굵기의 76미리 함포의 공격을 받아 북한 어뢰정 1척이 침몰되고 5척의 경비정이 극심한 파손을 입었다. 김정일의 심정이 처참할 것이 다. 낙후된 북한 무기의 실체도 절감했을 것이다.

비록 남한보다 3배나 많은 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가장 큰 배는 500t급에 불과한데다 구식이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사격 시스템 을 갖춘 1,000~4,000t급의 한국 배에는 도저히 적수가 될 수 없다. 북한 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겠지만 앞으로는 드러내놓고 싸우는 정규전 방 식으로는 도전해오지 않을 모양이다. 강릉 잠수함 사건처럼 몰래 침투 하여 보이지 않는 비정규전 방법으로 그 수모를 만회하려 할 것이다.

서해 사태에서 나타난 특징은 현장의 전투군인과, 군 수뇌부 정치군인 들의 정신 자세가 너무나 틀리다는 사실이었다. 군 수뇌부는 국민에게 북방한계선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북 방한계선의 정당성 자체를 왜곡하는 세력들이 생기고 있다. 드디어 홍 순영 외교통상부 장관이 NLL을 북한과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장관은 침몰된 어뢰정 인양을 위해 북한에게 NLL 재진입을 허용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서해 전투를 부부싸움으로 미 화했다.

NLL은 “해상의 휴전선”이다. 휴전선은 쌍방이 싸우다가 “동작 그 만” 상태에서 서로가 차지한 구역을 선으로 그은 것이다. 남북한이 남남으로 갈라서면 국제법에 따라 그어져야 하겠지만 지금은 전쟁을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절대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NLL은 북한 서해로부터 6km 이내에 그어져 있다. 북한 해군의 활동이 이 선으로 인해 위축돼 왔다. 이를 양보하면 군사작전상 인천의 갑문을 북한에 내주는 꼴이다.

지난 98년 속초에서 그물망에 걸린 잠수정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는 마 치 북한의 대변인처럼 북한을 옹호했다.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 고 있다. 정부는 “영해 침범”을 “월선행위”로 가볍게 표현했다. 내 부적으로는 진돗개를 발령해놓고도 이 용어가 북한에 자극을 준다는 이유로 “경계 강화”라는 말로 대치했다. 46년 간 한결같이 교육되고 준수돼 오던 해상 교전 규칙을 포기했다.

“남한이 북한에 엄청난 달러와 물자를 주고 있는 마당에 몇 척의 어 선이 내려와 고기좀 잡아간다 해서 그들을 공격할 수 있느냐”는 극히 목가적인 말도 했다. 일선 장병들은 용감하게 싸웠지만 상위 군 통수 권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국민이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군 수뇌가 아니라 현장에서 목숨을 내걸고 전과를 이룩한 해군 장병들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장병들의 용감성은 병든 정치 꾼들에 의해 얼마든지 병들 수 있다.

재래식 군사무기에서는 남한이 북한을 훨씬 능가한다. 서해의 작전을 지켜보는 국민은 “아, 북한 별거 아니구나”하고 안심했을 것이다. 그 러나 우리는 월남전을 기억해야 한다. 온갖 첨단 무기와 융단 폭격 수 단들을 가졌던 미국이 보잘것없는 무기를 가진 월맹에 패하지 않았던 가.

이번 서해 작전을 치르고 난 김정일은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 는 건 역시 대량 살상 무기뿐”이라고 더더욱 마음을 굳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포동 2호와 3호의 발사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해군 무기와 공군 무기는 금괴만큼이나 비싸다. 달러가 없는 북한은 시간이 갈수록 이 분야에서 남한에 뒤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군사 자산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서울을 한 시간 안에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미사일과 장거리 대구경 야포다. 남한을 향해 600기 정도의 스커 드 미사일이 발사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름들이 대구경 장거 리 야포가 수도권을 향해 날릴 수 있는 포탄은 분당 1만 발이다. 이는 패트리어트 같은 무기로 방어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북한은 남한 인구를 세 번 이상 사망시킬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화생무 기를 가지고 있고, 숨겨둔 핵무기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남한 내에 있는 십여 기의 핵발전 시설을 미사일이나 특공조의 투입으로 폭파시 킬 수 있다. 이는 체르노빌의 악몽을 연상케 한다.

월맹이 그러했듯이 북한 역시 비정규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위치 는 모르지만 20여 개의 땅굴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굴 당 중무장한 병력이 1개 여단씩 쏟아져 나올 수 있다. 땅굴로 나온 북한 군 병력은 우리 병사가 막사에서 눈을 부비기도 전에 우리 병사가 들 어가야 할 방어진지를 깔고 앉을 것이다. 잠수함이 내려와 우리 해군 항구에 기뢰를 설치해서 한국 해군 함정을 가두리 신세로 가둬둘 수도 있다.

아직은 지상군이 한국전을 좌우한다. 상대적으로 약한 무기를 가지고 도 싸우는 방법이 우수하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북한군의 지상군 전 법은 한국군에 비해 더 과학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해공군 협력 시스템도 한국군보다 우세하다. 96년 9월 강릉 잠수함 사건에서 보여 준 바와 같이 북한 병사들의 정신력과 보병 전술은 한국군보다 월등했 다.

한국 해군은 이제까지 세계에서 최고의 무기만을 사다가 배에 얹었다. 함정과 함정이 드러내 놓고 싸우면 북한은 백전 백패할 것이다. 전투 기를 가지고 드러내놓고 싸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드러내 놓지 않고 싸우면 우리가 열세일지 모른다.

저들은 서울 불바다 무기가 있지만 우리에겐 그런 게 없다. 저들에겐 대량 살상용 무기가 많지만 우리에겐 없다. 저들에겐 일생 동안 전쟁 을 연구하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에겐 그런 사람이 없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겁을 먹자는 것이 아니라 조그만 전자 게임에서 이겼다고 도취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1 / 장병들이 철책을 점검 하고있다
사진2 / 서해사태에 따라 전차가 전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3 / 북한인민군 창설 기념 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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