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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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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나야 공무원이 신난다

수해철 마다 주민들이 사고 예상지점을 관할관청에 탄원해도 관청은 이를 묵살한다. 주민들의 예상대로 사고가 발생하면 그제서 비상 근무에 돌입한다. 정부에는 "사고가 나야만 쓸 수 있는 예산"은 있어도 "사고예방"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없다. 사고가 나기를 기다리는 식의 행정이다.

사고가 나야만 쓸 수 있는 예산은 년간 3천억 원에 이른다. 일단 사고가 나면 이 예산은 지방관청이나 내무부 재해대책본부에 의해 긴급을 요한다는 이유로 100% "수의계약"으로 처리한다. 부도덕한 공무원들에게는 사고가 나야 콩고물도 떨어지고 수고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으로부터 금일봉과 표창도 받을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월계변전소가 폭발했다. 사고현장을 처리하는 사령탑은 없고, 부처끼리의 책임전가 현상만 발생했다.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고있던 환자들이 복구지연으로 엄청난 재앙을 당했다.

삼풍 참사 이후 현장 사령탑은 소방서가 한다고 돼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소방서 능력만 가지고는 고도의 전문성과 시스템을 요하는 다양한 사고를 체계적으로 예방하고 처리할 수 없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행동요령이 필요하다.

소방서 간부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급류 속에서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구하려 한다. 두 사람의 구조원이 개울 양쪽에 서서 밧줄의 양쪽 끝을 하나씩 나누어 잡고, 그 밧줄의 중간 부분을 구조될 사람에게 접근시키려 한다. 밧줄은 마치 줄넘기용 줄처럼 급류 위에서 불규칙한 물 쌀에 심한 요동을 칠 것이다. 이러한 밧줄을 상류 쪽에서부터 내려주어야 할 것인가 또는 하류에서 올려주어야 할 것인가?"

90% 이상의 간부들이 상류 쪽으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하류 쪽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 간부는 불과 2-3%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보충설명을 가했다. "상류에서부터 접근하면 불규칙한 물살에 출렁이는 밧줄이 피 구조자의 몸을 때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면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 걷잡을 수 없이 떠내려 갈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하류에서부터 접근하면 그런 일이 없을 것 아닌가". 설명이 끝난 후 다시 손을 들어 보라 했다. 그제서 100%의 간부가 하류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시스템의 중요성이다. 사고를 당한 후에 대책을 논의하고 부처간의 협조를 기도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과거의 자료와 경험에서 지혜를 추출하고 여기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상상황"을 가정하여 그에 대한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서 이를 시스템으로 전환해놓아야 한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급하면 착안하지 못한다. 그래서 구조팀의 모든 행동요령은 사전에 준비되고 훈련되고 시스템화돼야 한다. 급할 때는 시스템이 일을 하는 것이다.

200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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