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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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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의 30% 축소, 1000%의 행정 현대화

"정부는 국가경영의 엔진"이다. 규모를 축소하고 경영능력을 현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의 힘은 과학적인 접근 방법에서 나온다.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조직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를 정리해야 한다.

첫째, 우리나라 정부 부처는 200만 기업을 "땅뺏기"식으로 나눠갖는 토호들이다. 자기 부처가 관장하는 기업 수가 많아야 이권이 많이 생긴다.

둘째, 부처 내의 조직들은 기능 단위로 쪼개진 "조각 조직"이다. 회계과가 회계인들만 모여있는 곳이듯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한국의 "과"단위다. 이들 간에는 통합 기능이 없다. 구매과장이 최신 찰영장비를 구매했지만 시설과장은 맘모스형 장비가 설치될 공간을 마련하지 않았다. 운영과장은 필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인사과장은 교육받은 찰영기사를 다른 곳으로 발령냈다. 이런 문제는 부처급에 가해지는 가위질로 해결되지 않는다.

셋째, 행정부는 국가를 경영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인허가권을 가지고 도장값을 받으며 국민의 창의력을 방해하고 있다.

넷째, 하나의 사업에 대해 너무나 많은 장관이 칼자루를 나눠쥐고 있다. 수질 문제는 5개부처 장관이, 관광사업은 14개 장관이, 사고예방은 28개 장관이 각기 유사조직을 꿰차고 권한을 행세하기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이 문제는 "자르고 붙치기"로 해결할 수 없다.

2 개 부처 이상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자. 전국에 13,000개 정도의 주유소가 있다. 이들이 보유한 유류 탱크는 5만여개나 된다. 탱크의 용기가 부식해서 유류 누출량이 저장량의 20%에 해당하는 65만 드럼이나 된다. 이는 엄청난 지하수 오염을 유발하고 오염은 심각한 암을 유발한다.

이러한 사실은 환경 학자들의 조사결과다. 그러나 환경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는 민간 학자들의 발표에 쐐기를 박고 1% 이내라고 발표한다. 환경 학자들은 학교나 연구소에 소속돼 있어 정부 압력에 매우 취약하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 기구가 국민을 위하는 학자들의 활동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유류 저장 탱크는 왜 부식하는가. 유류 저장 탱크의 스펙은 "안전" 분야를 관장하는 내무부가 소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방서에서 무슨 기술이 있어 탱크의 기술 스펙을 연구할 수 있단 말인가. 해낼 수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각 부처는 이렇듯 이권부터 확보한다. 결국 그들이 만든 규정은 부식을 조장하는 것이 돼 버렸다.

내무부 규정에 의해 부식이 조장되고, 부식 때문에 유류의 20% 이상이 유실돼도 환경부는 내무부와의 마찰을 원치 않는다. 약점 없는 부처가 없기 때문 피차간의 마찰은 모두에게 손해이기 때문이다. 년간 65만 드럼이 누출되다고 발표되면 국민 여론은 환경부의 게으름을 질타할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문제를 덮어버린 채 1% 미만이 새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발표한다. 칼자루를 나눠가진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도장 값을 나눠갖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가 있을 때 서로 은익해 주는 일이다.

나눠쥔 칼자루가 정리되지 않으면 모든 약속이 물거품으로 끝난다. 그래서 역대 총리는 식수문제 에 대해, 고건 총리는 규제혁파에 대해 대국민 약속 이행을 장담했지
만 모두가 허언으로 장식할 수 밖에 없었다.

다섯째, 한 대의 PC가 해낼 수 있는 일에 수백명의 공무원이 투입돼있다. 문제는 풀리지 않고 공무원 수만 늘어났다. 환경 감시는 한 대의 PC가 해낼 수 있는 일이지, 수백-수천명의 공무원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에는 무인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을 모두 공무원으로 틀어막고 있는 곳이 많다.

여섯째, 업무량에 비해 공무원 수가 너무 많다. 잡지사 같으면 한 사람의 기자가 수행할 수 있는 일을 서기관과 사무관급 8명이 수행하고 있다. 보고서의 한자 포함 정도를 놓고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부처급에 가해지는 가위질로 해결되지 않는다.

일곱째, 국책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한 분석은 과단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만개의 "과단위" 조직이 있다. 과장들이 하는 일은 "의사결정", "규정관리", "인허가 행정"이다. 이 세 가지 중 전자의 두 가지는 과장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책이 부실하고 국책사업이 부실하다. 인허가 행정 때문에 규제가 양산되고 부정이 개입됐다.

국가단위 "의사결정"에는 고도의 "시스템분석"능력을 요한다. 이러한 인재는 국내외를 합쳐도 백명이 않될 만큼 희귀하다. 선진국에서는 슈퍼 분석가들이 해야 할 "의사결정"을 장관이나 과장과 같은 분석의 비전문가들이 수행하고 있으니 정부에 생산성이 있을 리 없다.

의사결정은 청와대 와즈멘 클럽에, 규정관리는 국무총리실 규정관리국에 밑기고 "인허가 행정"은 "현장 사업관리"로 전환돼야 한다. 장관은 대통령이 내려준 청사진을 집행하는 현장 리더로서 국가자원의 효율성과 행정의 현대화에 전념해야 한다. 이는 현장 창의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해야 장관들이 이권사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수퍼 분석가들이 팀을 이루어 결정해야 할 "국가의 운명"을 한 사람의 재경원장관에 일임했으니 국가가 일순간에 추락하지 않는가. 더구나 28개 정부부처 마다 제각기 밀실행정으로 사업을 결정하기 때문에 투명성도 없고 통제도 불가능하다.

여덟째, 청와대는 "머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에는 행정서기에 불과한 370여명의 공무원들이 "내시"(內侍)역할만 하고 있다. 장관의 보고내용을 미리 받아 대통령에게 속삭여주는 역할이다. 370명이라는 숫자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줄인다고만 해결되 지 않는다. 청와대가 명실공히 두뇌 역할을 수행하려면 슈퍼급 분석가들로 채워진 와이즈맨 클럽을 두어야 한다. 모든 국책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은 여기에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수십명의 과장급들이 1년 내내 할 수 없는 일을 이들은 순식간에 해낼 수 있다.

아홉째, 한국의 규정은 "관리"되고 있는 게 아니라 "방목"되고 있다. 현실성 없는 규정들이 중구난방식으로 양산됐고, "계장" 들이 저마다 규정을 꿰차고 "규정장사"를 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규정통합"(RI: Regulation Integrator)개념의 도입이다.

열번째, 정부 부처에 경영진단 업무와 제도개선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조직이 없다.

열한번째, 현장위주로 근무하지 않고 책상에서 문서행정 위주로 근무한다.

열두번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다수의 공무원이 제각기 도장을 찍어주기 때문이다.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세번째, 업무수행 기간이 너무 길어 사업과 민원처리가 지연되기 때문에 국민적 손실이 크다.

열네번째, 감사원이 행정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있다. 따라서 정부조직의 리엔지니어링 작업과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은 감사원 개혁작업이다. 공무원들은 1년 내내 감사에 지적받지 않기 위해 일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감사는 공무원의 근무행태를 좌우하는 것이다. 공무원의 근무자세에 문제가 있다면 그중 80%는 감사원 탓이다.

새정부에 의한 행정 개혁의 원칙들이 회자되고 있다. 첫째, 청와대 인력을 줄임과
동시에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둘째, 권한과 책임을 과감히 하부 조직으로 이양하고 셋째, 재경원, 총무처 등은 줄이고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은 늘린다는 것이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 세가지 대안으로는 위에 열거된 열여섯 가지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일개 기업체의 조직을 리엔지니어링하는 데에도 이론과 원칙과 기술이 필요한데 공중에 날아 다니는 분석되지 않은 몇 개의 여론으로 국가 조직을 재단하려 하는가. 무조건 권한과 책임을 밑으로 이양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매우 희귀한 슈퍼급 분석가들로 이뤄진 팀 단위에서 주관해야 할 국책사업 분석업무를 과장들에게 맡기면 사업들이 제대로 수행되겠는가. 서로 어긋나고 비현실적인 규정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과장들이 양산해내면 규제혁파는 언제 하는가.

의사결정의 질을 높히고 현장 위주의 능동적이고 능율적인 행정을 펴려면 "의사결정의 집권화-집행의 분권화"(centralized decision making-decentralized management)라는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고속전철사업이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보자. 여러개 부처 장관들이 끌어안고 씨름을 했지만 의사결정에 필요한 분석능력도 없고, 계획과 설계도도 갖추지 않은 채 수십조의 국부를 증발시키지 않았는가. 의사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현장경영의 융통성은 장관과 그 이하에 주어져야 한다.

첫째, 청와대 비서실을 축소하고 수십명의 와이즈멘클럽 (wise men club)을 두자. 이들로 하여금 연구소들을 동원하고 실무진들과의 토의과정을 통해 공개적인 방법으로 국책사업에 대한 분석과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자.

둘째, 국무총리 밑에 "규정관리국"을 두고, 모든 부처가 양산한 규정을 일괄 관리해야 한다. 규정관리국 안에는 각 부처별 규정 관리관들이 포진할 것이다. 연구소들을 활용해 불필요학고 비현실적이며 상호 어긋나는 규정을 일사분란하게 정리하도록 하자. 이러한 방법만이 "규제혁파"와 "행정현대화"라는 길을 닦을 수 있다.

셋째, 의사결정과 규정관리 기능을 상위에 맡긴 장관은 이제 서비스 및 사업 단위의 팀을 구성하여 현장경영만 하게 된다. 같은 일을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장 단위에서의 창의력이 동원돼야 한다. 이러한 창의력은 청와대에서 나올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들 스스로 불합리한 규정에 직면할 것이다. 이들은 "규정관리국"에 규정의 부당함을 건의하게 될 것이다.

현장 위주의 행정을 펴기 위해서는 지금의 다단계 지휘계선을 간소화시켜야 한다. "계장-과장-국장-차관보-장관"이라는 기나긴 계선을 "팀장-장관" 계선으로 단순화시키자. 사업관리 팀장들이 사업을 수행하려면 여러 부처에서 양산한 수많은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규정의 망국성을 가장 먼저 개탄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 될 것이다.

장관은 규정의 개정, 페기, 신설을 "규정관리국"에 건의만 할뿐이다. 각 사업관리팀장은 자기가 필요한 규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할 것이다. 규정에 대한 권위있는 해석은 "규정관리국"이 내릴 것이다. 이는 규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넷째, 장관이 합리적인 현장 행정을 펴고, 사업 집행의 효율성을 높히기 위해서는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경영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 예산관리 시스템, 회계 시스템, 경영진단 시스템의 도입이 강력히 제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없이는 천문학적 낭비를 절대로 예방할 수 없다. 미국은 이를 위해 세계적인 석학을 등용했다.

청와대의 시스템분석팀과 국무총리실의 규정관리국은 숨가쁘게 과제를 양산하여 연구소에 위탁할 것이다. 연구소가 활발해질 것이다. 앉아서 도장값 받는 "인허가행정"이 발로 뛰는 "경영행정"으로 바뀔 것이다.

시스템 시각과 과학기법의 응용만이 "30%로의 축소"와 "행정 현대화"를 실현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단지 중앙부처의 조직 현대화에 필요한 대안이다. 감사원과 지방정부에 대한 현대화 방법은 별도로 논의될 것이다.

2000.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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