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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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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38) - 관광산업 육성

과제 32.  관광산업 육성

   기술 산업 육성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달러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많이 벌 수 있는 수단은 관광산업이다. 한강에 세계 최고
   의 정원을 가꾸자. 이는 한국인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그림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물일 뿐 아니라 빛을 잃은 국민에게도 활
   력소가 될 것이다.

   관광중심을 경주에서 서울로 바꾸자. 이는 서울의 개념을 바꿔
   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 전체를 정원으로 설계하면 하와이가 문제 아니다. 설계
   도에 따라 입주자를 선정하고 관광단지별로 완전한 폐수 처리
   시스템을 정부가 설치하고 입주자로부터 처리비를 받아내자.

  IMF 시대는 암흑기다. 아직은 물가를 중심으로 한 정서적
충격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몇 년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충
격의 파장이 깊고 넓게 확산될 것이다. 국민의 가슴 속에도 점점
더 짙은 암흑이 깔릴 것이다. 이들 가슴 속에 희망의 불꽃을 심어
야 한다. 의미 있는 상징이 필요하다.

  수십만 인파가 몰려 수십리 한강변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너도 나도 힘이 솟을 것이다. 이것이 외국인들
에게 어떻게 비칠까.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바로 그 한강을 가꾸
고 있는 모습이 감동을 줄 것이다.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다. 일
하는 모습 그 자체가 관광품일 것이다.

  ‘한국인들이 무섭게 일어선다.’ 이 한마디가 전 세계에 확산돼 보
라. 신인도 회복수단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이 주말마다 고속도로를 메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는 지
금의 어려운 시기가 아니면 높은 인건비 때문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사업이다.

  퇴직한 사람들을 앉혀놓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엄청난 낭
비이다. 받는 그들도 폐인이 될 수 있고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
다. 그러나 한강을 가꾸는 성스러운 일에 동원되면 신이 날 것이다.
여기에 주부, 학생, 교수들이 자원봉사로 나서보자. 여기에 각종 준
정부 기관의 왜곡된 일자리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투입해보자.

  이 기회에 모든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어 보자. 나무를 심고 도시
정원을 가꾸고 쓰레기를 청소하고 공동 화장실을 청소하자. 관광지
마다 입구에서부터 악취가 진동한다. 내국인도 두 번 다시 찾기 싫
은 그런 곳들을 어찌 외국인이 찾겠는가.

  달러를 하루라도 빨리 벌어들여야 한다. 기술이 필요한 제품산업
을 부흥시키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관광산업은 제
대로만 접근하면 금방 일어선다. 관광산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이토록 방치한단 말인가.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은 두 번째로 큰 산업
이다. 그 노다지 산업을 우리는 방치하고 있다.

  얼마나 방치했는가. 국가의 관문인 김포공항을 보자. 싱가포르
공항이 특급호텔 로비라면 김포공항은 고속버스 터미널쯤 된다. 관
광객을 유치하려면 우전 공항의 택시운영 시스템부터 선진국형으
로 바꾸어야 한다. 싱가포르 공항에는 택시 승차대가 7개이다. 손
님도 택시도 기다리지 않는다. 손님이 많으면 택시도 많이 들어온
다. 공항방송 때문이다. 그러나 김포공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사람도 일렬, 택시도 일렬이다. 택시가 없어 손님들이 2시간 이상
도 기다린다. 방문객의 불평과 불만의 소리가 높다.

  한국이 관광지로 인기를 얻으려면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
하다. 호텔시설과 서비스는 촌스러운 반면, 요금은 살인적이다. 미
국에 가면 40달러의 방도 매우 깔끔하다. 100달러의 방은 우리 나
라 특급호텔보다 더 좋다. 미국의 해변은 어디를 가나 명경지수다.
부두에도 기름 한 방울 없다. 바다와 같은 호수들이 모두 자연 그대
로 보존돼 있다. 물밑에 있는 흰 모래가 태고의 속살처럼 눈부시다.

  항구의 부두는 어느 곳이나 관광지다. 목조도로가 바다 멀리까지
뻗쳐 있다. 그 구조물 위에 각종 식당과 선술집들이 즐비하다. 물
위에 지어진 음식점 분위기는 어디를 가나 낭만적이다. 가장 비싼
메뉴와 가장 비싼 포도주를 주문해도 커플당 70달러면 팁까지 넉
넉히 해결된다. 바닥 밑에서 찰랑거리는 바닷물결이 불빛, 달빛에
어른거릴 때마다 ‘또 한 잔의 포도주’를 유혹한다.

  중국음식은 어디에 가도 맛있고 풍성하며 1인당 15달러면 팁까
지 해결된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이웃 국가들에서도 이 정도의 값
이면 맛있는 음식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이 정도의 가격으로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매운탕과 갈비탕이다. 이런
음식으로 어찌 관광객을 유혹한다는 말인가. 안주 없이 마시는 선술
집도 한국에는 없다. 일단 술 마시러 들어가면 배가 불러도 안주로
바가지를 써야 한다. 이런 곳에서 무슨 낭만이 싹트며, 낭만이 없
는 거리에 무슨 관광객이 모여들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음식을 연구해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관광의 요건은 볼거리, 먹거
리, 놀거리라고 하지만 관광의 멋은 역시 분위기다. 격조 있는 관광
객들이 의외로 많다.

  미국 서부에는 존 스타인백 컨트리라고 불리는 몬터레이라는 관
광지가 있다. 해변은 언제나 조용하고 거리는 한산하다. 다람쥐와
수달피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공원도 있다. 파도 타는 해변도
있고, 석양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는 해변도 있다. 물론 골프장도
많다.

   그러나 골프장 인구보다는 역시 해변과 공원의 인구가 많다. 나
무 밑에서 독서하는 관광객도 많다. 깨끗하게 청소된 자연 그대로
가 곧 관광지인 것이다. 조용하지만 이곳은 미국에서도 가장 유명
한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관광지를 역사적 유물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의 쇼핑대상은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도시 그 자체다. 볼거리
보다는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숨쉬는 낭만이다. ‘경주’는 오래 전의
수도였다. 왜 현재의 수도가 과거의 수도보다 못해야 하는가. 가장
훌륭한 관광명소는 서울이어야 하고, 서울 내에서도 고궁보다는 도
심이어야 한다. 말이 고궁이지 그들이 얼마나 인간 친화적이었던
가. 서울 도심에 현재의 문화를 심어야 한다. 이는 현재의 살벌한
거리를 낭만과 여유가 숨쉬는 ‘인간’의 거리로 만드는 일로부터 시
작되어야 한다.

   싱가포르의 건물들은 그 자체가 예술적인 조각품들이다. 건물의
코너 코너에는 조각품, 분수, 화초가 가꾸어져 있다. 도시 전체가
정원이다. 도시의 거리거리마다 ‘하커센터’라는 야외 공동 음식점
들이 있다. 늘어서 있는 음식과 음료 부스(booth)들을 한바퀴 돌면
서 원하는 것을 고른 후, 공동 공간에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있으
면 주문해 놓은 것들이 모여든다. 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플 때 쉬
어가는 곳이다. 혼자서 맥주 한 병만 마시고 갈 수도 있다. 마시고
먹는 것보다 더 신나는 것은 싸고 풍성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월남의 옛 사이공 거리에는 ‘람브레타’라는 세발자전거가 명물
이다. 세발자전거 앞에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다.
그 바구니에 앉아 한가롭게 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 정해진 정거장
도 없다. 아무데나 세우고 내려 사진을 찍거나 쇼핑을 할 수 있다.

  검푸르게 우거진 가로수에 덮여 있는 인도에는 마실 것도 있고,
간식거리도 있다. 한가로움을 연상케 하는 비치파라솔이 도로변을
장식하고 있다. 한가롭게 앉아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 아픈 다리에
휴식을 제공하면서 땀을 닦는 사람들도 낭만을 조성하는 무대들이
다. 도시 곳곳에 그들 특유의 여흥 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

  독일의 거리에도 세발자전거 문화가 들어설 것이라 한다. 교통,
환경, 관광, 문화는 네 개의 ‘따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종합문제
이다. 서울의 거리를 인간이 숨쉬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통
개념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몇 개의 거리를 선정해서 모델로 가꿔보자. 자전거, 골프
카트와 같은 배터리 차량, 람브레타식 세발자전거들이 다니는 낭
만의 거리를 만들고, 곳곳에 공간을 마련하여 문화행사와 거리 토
론회 같은 것들이 스스로 채워지게 하자. 곳곳에 싱가포르의 하커
센터 같은 것들을 설치하자. 차도를 좁히는 대신 인도를 넓혀 군데
군데 쉼터를 만들자. 이렇게 하면 교통문제와 공해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면서 서울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가꿀 수 있다.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변은 벚나무 밭이다. 벚꽃이 필 때면 도
시인들의 마음도 핑크빛으로 들뜬다. 벚꽃이 절정에 이를 때면 축
제가 열린다. 벚꽃나무 밑에는 조명이 심어져 있고, 조명에 비친
벚꽃은 낮에 보는 벚꽃보다 더 없이 환상적이다. 미국인들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그들도 벚꽃이 일본 국화임을 알고 있다.

  한강은 포토맥 강에 비할 바 아닐 만큼 풍만하지만 벌거숭이다.
왜 이 엄청난 보물을 방치하는가. 수십리 한강변에 꽃나무 밭을 만
들자. 그 꽃나무 밑에는 조명을 심자. 한강은 달러박스가 될 것이
다. 삭막한 콘크리트 숲 사이를 떠도는 초라한 유람선이 몇 푼의 달
러를 벌겠는가.

  단양 고수동굴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감이다. 그러나 한번 다녀온
사람은 다시 가고 싶지 많을 만큼 버려져 있다. 가는 길의 도로표
지도 영망이고, 동굴 앞에도 냄새가 진동한다. 동굴 앞에는 무질서
와 불결함이 판을 친다. 그 훌륭한 천연동굴 하나 가꾸지 못하면서
무엇으로 관광 진흥을 한다는 말인가.

  제주도는 하와이 못지않게 훌륭한 관광지로 가꿀 수 있다. 세계
적인 정원사와 시스템 설계가들을 불러 설계비를 많이 주고 설계
를 부탁하자. 낭만과 운치와 품격이 살아 숨쉬는 섬을 만들어 달라
고. 외국인들이 몰려오면 우리 문화가 선진화된다. 우리는 아름다
운 강산을 물려받았다. 물려받은 자산마저 제대로 가꾸지 못하면
서, 어떻게 창조력을 요하는 현대 산업을 육성한다는 말인가.

  우리는 과거 한때의 찬란했던 문화를 자랑한다. 그러나 현재의
문화가 별로이면 그 찬란했던 문화는 한날 졸부들의 허풍에 지나
지 않는다. 현재의 문화가 아름다울 때만 과거의 문화가 돋보이는
것이다. ‘문화’하면 ‘과거’만 떠올리지 말고, 현재의 문화부터 가꾸어
가자. 외형도 가꾸고, 국민매너도 국제수준으로 가꾸자. 가장 훌륭
한 관광자원은 역시 ‘사람’이라는 사실에 착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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