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국가개조 35제(37) - 벤처기업 육성

과제 31.  벤처기업 육성

―――
미국에서는 창업하는데 25달러만 내면 된다. 그 다음은 공무원
이 모두 다 나서서 지도해준다. 벤처기업이라고 특별한 지원대
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중소기업도 지원하고 창업도 지
원한다고 소리만 높였지 지원할 내용도 지원한 내용도 없었다.
―――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공무원의 도장값을 없애고, 결제기율
을 확립하고, 선진국처럼 시험평가 능력을 확보해서 그들이 만
든 제품이 기존제품에 비해 무엇이 새로운지를 평가해서 전파
해주고, 대기업의 횡포를 차단하는 ‘약자보호법’을 만들면 된다.
―――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업을 육성한다는 개념은 사라져야 한다.
시스템만 훌륭하게 설치해주면 벤처기업은 스스로 육성된다. 이
제까지 정부의 육성계획들은 모두 특정 부류에 주어진 특혜에
불과했고, 특혜에 길든 기업들은 100%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창업자는 ‘기술’과 ‘자본’을 양손에 쥐고, 회사를 설립하는 사
람이다. 정부는 창업자들의 창업절차를 간소화하고 이들
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너무나 많
은 도장값을 내야하고, 너무나 많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고군분투해야 겨우 2~3년 만에 창업의 뜻을 이룬다. 한번쯤 창업
을 시도해본 사람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창업에 성공한 사람
을 존경한다.

  새로운 업체가 쉽게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는커녕 잘 운
영되고 있는 중소기업도 시스템 부실로 인해 무더기로 도산돼 왔
다. 이들 도산업체들 중 상당한 부분은 흑자도산이다. 이 흑자도산
문제는 어음관행만 없애버리면 해결된다. 그 간단한 것 하나를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어음관행을 없애달라는 것은 사업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바래온 주문이다. 어음관행을 없애는 일은 매우 쉽다. 대
금결제를 은행지로로 하고 결제기율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는 이
미 앞에서 다룬 바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벤처기업이란 무엇인가.
‘자본’을 가진 사람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만나 설립하는 기업이
다. 여기에는 2가지 애로가 있다. 하나는 기술자가 가진 기술이 미
처 증명되지 않은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낯선 기
술자’에게 거금을 투자할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술과 자본이 결합될 때, 기술을 가진 사람과 자본
을 가진 사람 간에 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관례마저 없
다. 그만큼 자본과 기술의 결합은 생소하고 어렵다.

  기술은 실험실에서 자란다. 그러나 우리 대학과 기업에는 실험실
이 없다. 3공 때 유치됐던 외국 기술업체들은 이미 돌아가 버린 지
오래다. 한국에서 자생된 기술도 별로 없다. 외국으로부터 유치된
기술도 별로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벤처기업에 운명을 걸기에는
지금의 위기가 너무 다급하다.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지금 미국 GDP의 30% 이상을 생산한다.
주로 응용소프트웨어이다. 응용소프트웨어는 인프라가 있어야 자
란다. 그리고 그 인프라는 응용수학 모델의 다양성으로 만들어낸
수학 패키지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응용소프트웨어
들이 빈약하다.

  이스라엘,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는 값싸고 질 좋은 설계인력이
풍부하여 설계능력으로 성장을 주도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미국과
프랑스 자본가들에게 매력적이다. 이스라엘 과학 기술자들의 임금
이 미국인들의 60%에 불과한데다 팀 단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흩어져 있는 과학 기술자는 의미가 없다. 지금의 기술은 에디슨
과 같은 한사람만의 힘으로 유지될 수 없다. 각기 다른 기술을 가
진 사람들로 형성된 팀조직이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과학 기술자는
인구 1만 명당 280명으로 그 밀도가 선진국의 2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대기업이 그 비싼 과학 기술자들을 고용
해 연구개발의 노하우를 쌓게 해주었는가. 그나마 대기업에 속해
있는 몇 안 되는 연구자들은 연구개발에 대한 리더십도 부족하거니
와 실험실도 제대로 없는 연구실에서 단기에 남의 기술을 습득해
상품으로 연결시켜주기에 급급했던 나머지 외국기업에 비하면 창
의력이 거의 죽어 있는 상태이다.

  물론 상품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술은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집합된 기술이 아니라 개인별로 가지고 있는 영세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이나마 상품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은 정부의 필수역할이다. 그래서 기술을 가진 사람과 돈을 가진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정보 시스템은 언제나 가동되어야 한다. 그러
나 우리에게는 이것마저 없다. 이를 위해 365일 ‘창업자의 광장’이
가동될 필요가 있다.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해놓은 제품은 그 이튿날 값싼 모조품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황무지에서 누가 기술을 개발
하려 할 것인가. 개발품을 특허 내려면 3년은 기다려야 한다. 특허
행정 능력이 쇄신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특허 심사관의 실
력이다. 그런데 지금의 공무원 사회가 갖는 문화와 사회적 위상을
가지고 고급 실력자들을 공무원 신분으로 대거 유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공무원은 소수로 정예화 되고 대우가 향상되어
야 한다.


Prev	국가개조 35제(38) - 관광산업 육성	지만원


Next	국가개조 35제(36) - 설계인력 양성으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