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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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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35) - MADE IN KOREA의 이미지 제고

과제 29.  MADE IN KOREA의 이미지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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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마을 운동은 세계적인 것이었다. 누군가가 새마을 운
동과 똑같은 열기로 품질문화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모든 기업
이 다같이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우리도 해볼 만큼 다해봤다
고.’ 그러나 그 어느 업체도 품질문화의 핵심철학과 기술을 터
득하지 못한 채 수박의 겉만 핥고 지났을 뿐이었다.
―――
한국적 제품, 한국적 품질 이미지를 다시 세워야 한다. 품질에
관한 한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해야 한다. 1946년부터 일
본은 미국의 품질이론 대가들을 모셔다가 최고경영자들의 머리
를 바꿔주었다. 당시 일본 경영자들은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공장 문을 기웃거렸다. 한국 경영자들의 또 하
나의 문제는 몸소 터득하려 하지 않고 듣고 부러워만 한다는 사
실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 상품을 사려해도 살
것이 없다고 말한다. ‘MADE IN KOREA’에 대한 이미지
가 없는 것이다. 이미지는 거저 생기지 않는다. 일본의 소니사를
보라. 소니사는 1957년에 판잣집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었
다. 당시 세계의 거의 모든 발명품은 미국에서 나왔고, 미국이 세
계 GNP의 54%를 차지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에게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 확산됐다. 미국에서 발명되지 않은 것은
모두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소니사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역시 미국
에서 쓰레기 대접을 받았다.

  유통업체들이 받아주지 않으니 허허벌판 낮선 땅에서 어떻게 상
품을 판매한다는 말인가. 모리타씨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
러나 그는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었다. 그는 여러 날을 궁리한 끝에 묘안을 찾아냈다. 고객의 머리
속에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심으면 유통업체들이 받아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신문광고의 효시였다.

  광고를 보고 부로바시계 중역이 찾아와 엄청난 제안을 했다. 30
만개를 구매할 테니 라디오에 부로바 상표를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OEM이었다. 모리타씨는 이를 본사에 타전했다. 본사는 이를 엄청
난 횡재라고 생각해서 즉시 계약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중역에
불과한 모리타씨는 고민 끝에 본사의 명령을 거역했다. 이에 대해
가장 당황한 쪽은 부로바였다.

  “소니는 볼품없는 천막회사요, 부로바는 50년 전통을 가진 세계
적인 대기업이오. 소니사 제품에 부로바 상표를 넣게 해준다는 것
이 소니사에게 얼마나 영광이며 이익인지, 도대체 알고나 거절하는
거요?” 이에 대해 모리타씨가 말했다. “부로바사도 50년 전에는 소
니처럼 볼품없이 출발했소. 소니라고 해서 50년 내에 부로바만큼
못되라는 법이 어디 있소. 소니사 제품은 소니사 이름으로만 판매
합니다.”

  모리타씨의 마음속에 ‘단기이윤 극대화’ 정신이 들어 있었다면
그는 본사의 명령에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래의 이미지를
위해 현재의 이윤을 포기했다. 그 후 20여 년이 지나 소니와 부로
바의 프로필은 완전히 전도되었다. 소니는 지금 전 세계인들의 마
음속에 품질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람도 기업도 큰 집으로
시작하면 큰 집을 짓고, 작은 집으로 시작하면 작은 집밖에 짓지
못한다. 장사꾼으로 시작한 사람은 덩치를 키워도 장사꾼에 불과한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기업역사에 ‘모리타씨’와 같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품질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부실한 시스템에서는 부실한 제품만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에는 품질 시스템이 없다. 우
리기업은 일본제품 자체를 재현해 내려고는 했어도 일본의 기업 시
스템을 배우려고 애쓴 적은 없다. 우리의 눈에는 물건만 보이고 시
스템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의 품질 시스템은 4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① 고객을 대하는 시스템이다. 품질의 척도는 고객의 만족도이며
고객의 만족도는 제품이 폐기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본 기업의 철학이다. 이로부터 일본인들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
를 유도해냈다.

  첫째, 그들은 고객을 접촉하는 부서가 마케팅 부서이기 때문에
마케팅 부서가 품질개선의 기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유도해냈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찾아내는 일도 마케팅 부서의 일이며, 고객의 불만을 찾아내서 이
를 새로운 설계에 반영시키는 일도 마케팅 부서의 일이다. 비싼 제
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노출되지만 값싼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
만은 노출되지 않는다. 단지 말없이 그 제품을 떠날 뿐이다. 이로
부터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회사를 도산시킬 만큼 결정적인 것이지
만 이 비용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마케팅 부서는 이러한 말없는 불만을 찾아나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지만 그 많은 고객들 중에
서 말없는 불만을 찾아낸다는 것은 매우 막연한 일이다. 이러한 처
지에서 고객이 스스로 불만을 제기해 온다는 것은 이들에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제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오는 고객에게 일
본 기업인들이 그토록 친절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기업에서의 개념과는 달리 일본기업의 마케
팅 부서는 가장 유능한 엔지니어와 분석인들을 수용하고 있다.

  ② 고객의 불만처리 시스템이다. 고객의 불만은 정당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무조건 수용해 주어야 한다. 수출품에 대해 하자나 불
만 사항이 제기되면 그들은 즉시 달려가서 사과하고 바꾸어 준다.
일본인들은 50년대부터 이렇게 했고 홍콩, 싱가포르, 대만은 80년
대부터 이렇게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그 정도 가지고 뭘 그
렇게 까다롭게 하느냐’라는 자세로 일관했다.

  고객의 불만을 내치려고 고객과 싸우는 동안 기업주들은 그들의
고객을 하나씩 잃어갔다. 그러나 기업주들의 눈에는 고객이 떠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기업의 이러한 마케팅 문화가 장기적으
로 지속되는 동안 이들은 한국기업 모두의 집을 허물고 말았다. 걸
과적으로 일본제품은 신뢰받지만 한국제품은 한국인들로부터도 불
신받게 되었다.

  ③ 하청업체를 대하는 시스템이다. 하청업체가 납품하는 재료와
부품이 불량하면 조립업체의 조립품도 불량품이다. 일본기업은 하
청업체를 선정하는 데 매우 신중을 기하지만 일단 선정된 업체와
는 일생동안 품질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하청업체에 새로운 기
술을 보급해주고 품질개선에 저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다.

  반면에 한국 대기업들은 하청업체가 훌륭한 품질의 부품을 만들
수 없도록 했다. 하청업체들에게 과도한 덤핑경쟁을 유도했고 납품
비리를 강요해 왔으며 대금결제시 횡포를 부렸다. 이 모두는 하나
같이 부품의 질을 낮추는 일이었다. 이러한 기업문화를 본다면 한
국 대기업 제품들은 보나마나 불량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기업
제품이 명맥을 유지해온 것은 대부분의 부품들을 일본에서 수입해
조립했기 때문이다.

  ④ 기업 내의 품질 시스템이다. 근로자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
려는 현상은 일본에도 있었다. 1946년도부터였다. 일본 경영인들은
이를 정신력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일본의 과학자들은 이를 ‘시스
템’ 탓으로 돌렸다. 일본경영이 과학화되는 계기는 이때에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올바른 진단에 의해 일본은 오늘날의 품질 1등국으로 입
성했다. 그로부터 50년 이후에 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
다. 한국의 경영진들은 이를 근로자들의 정신력 탓으로 몰아쳤으며
더러는 이를 ‘신바람’ 탓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의식개혁이나 신바
람 운동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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