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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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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32) - 노사정위원회의 성공열쇠와 경제 분쟁 해결

과제 26.  노사정위원회의 성공열쇠와 경제 분쟁 해결

―――
   노사정위원회 성공의 열쇠는 정부 축소다. 선진국 정부가 GNP
   의 18%만 세금으로 걷어다 국가 살림을 제대로 해주는 데 반
   해, 한국정부는 GNP의 60%를 걷어다가 탕진해 버리고 있다.
   한국정부의 살림이 GNP의 20%이내로 축소돼야 한다.
―――
   정부 개조 없이는 비전이 없다. 비전이 있어야 근로자와 재벌에
   게도 살신성인의 애국심이 자랄 것이 아닌가.
―――
   우리 사회에서 중재가 실패하는 이유는 토론 기술이 없기 때문
   이다. 토론에 의한 중재기술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들을 문밖에
   세워두고 양측에 대한 설득과정 없이 양측주장들을 반반씩 수
   용했다. 그러니 양쪽이 모두 불만일 수밖에!

  ‘지금의 경제위기는 실물경제 위기가 아니라 일시적인 금융
위기다.’ 이는 매우 잘못된 진단이다. 경제문제를 이렇게
안이하게 진단하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해결 범위와 강도가 미미한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는 애타는 노력에 비해 의외로 작은 집을 짓
고 있다. 첫째는 노력과 지혜를 통합하는 데 시스템이 없고 둘째,
패러다임상의 스케일이 의외로 작다. 이러한 규모로 IMF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노동의 유연성 확보는 국제경쟁력에 절대적 요건이다. 그래야 생
산성이 올라가고, 외국의 선진업체들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기 때
문이다. 이는 한국 경제 회생의 절대적인 관건이다. 그러나 엄청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우선 근로집단의
반발이다. “왜 근로자가 먼저냐. 정말로 근로자만 양보하면 경제가
속히 회복될 수 있느냐. 속히 회복될 수 있다는 비전이 있을 때는
일시적인 고통을 감수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떼는 우리만 죽는 게
아니냐.”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
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지금은 역할도 고통도 나누어야 할 때이다.
정부의 역할과 고통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처단위
의 칼질’만 하면서 냄새만 요란하게 풍겼을 뿐, 지금까지 정치인과
공무원이 양보한 게 하나도 없다.

  한국경제 파탄의 제1의 원흉인 금융인, 그리고 그들과 야합한 경
제사령탑에 있었던 사람들은 무엇을 양보했고 무슨 책임을 졌는가.
국민과 근로자에게 이 기막힌 고통을 떠넘긴 책임을 규명하여 그
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사법처리를 강행하는 최소한의 조치마저도
취하지 않고, ‘그들이 저질렀지만 책임은 약자가 지라’는 식으로 슬
쩍 넘기려 하면 누가 반발하지 않겠는가.

  그들 때문에 잃어버린 일자리를 근로자들에게만 전가하고, 그들
이 멋대로 진 빚을 이제는 국민더러 갚으라 하니 누가 이러한 심판
에 순응하고 싶겠는가. 재벌들은 무엇을 양보했고, 무슨 책임을 지
는가. 아직은 아무 것도 없다. 틈만 있으면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대기업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세 가지다. 상호지급보증 철
폐와 연결재무제표의 작성 그리고 사실회계 자료의 생산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회장들에게 경영능력이 있다면 맨
주먹으로 시작해야 한다. 재벌들은 정상적인 주식 배당금만 가져간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번 돈과 은행에서 빌린 돈을 뒤로 가져갔다.
이에 대한 솔로몬의 즉결 판결이 있어야 한다.

  재벌들이 세 가지 항목을 수락한다 해도 한국의 낙후된 공인회
계 시스템을 가지고는 가짜자료와 변칙자료만 생산할 뿐이다. 국제
사회는 ‘한국인 전체’를 불신하고 있다. 대통령, 경제장관, 공신력의
상징이어야 할 은행까지도 불신하는 외국인이 어찌 한국 공인회계
사를 믿어줄 것인가.

  IMF와 협조하여 미국의 공신력 있는 공인회계 법인체를 초치하
여 금융기관과 30대 재벌기업들로부터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를 강
요하면 재벌 문제가 즉시 해결된다. 이는 기업의 정도경영을 강요
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기도 하다.

  정리해고가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된다면 공무원에게도 적용되어
야 한다. 일단 공무원 신분을 확보하면 ‘무능해도 보호’되고 ‘무위도
식해도 보호’되어왔다. 바로 이것이 무사안일과 공무원의 퇴화를
부추겼다. 공무원에게 임기보장은 없다. 70% 이상의 공무원이 나
가야 한다. 모든 정부 산하기관들이 10% 이내로 축소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GNP의 20%이내의 예산으로 살림을 할 수 있다.

  군의 군살도 제거되어야 한다. 군은 연간65억 달러, 정부 달러 예
산의 80%를 쓰고 있다. 국내에는 한국 오퍼상을, 미국에는 교포 오
퍼상을 2중으로 거느리고 적게는 수배, 많게는 500배의 가격으로
바가지를 쓰고 있다. 대년 수십억 달러가 공중으로 증발되고 있다.

  정부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개혁도 주도해야 한다. 이
정도의 과감한 조치가 없는 한 국민은 비전을 잃게 될 것이며, 비
전을 잃으면 IMF마저 한국을 떠날지 모른다.

  노사정위원회가 발족됐다. 대화의 장은 마련됐지만 위에서 다루
어진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갈 길은 멀다. 정치인, 공무원,
재벌, 금융인, 근로자 중에서 누가 먼저 희생을 자청할 것인가. 바
로 앞줄에 쓰여진 순서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선택된 설
득 대상은 근로자였다. 근로자는 반발했다. 왜 근로자가 먼저냐고.

  세 가지 선택이 대두된다. 첫째, 5개 집단 중 어느 순서대로 양
보를 시키느냐 둘째, 어느 집단의 양보 폭이 가장 많아야 하느냐 셋
째, 양보의 폭이 적어야 하느냐 많아야 하느냐. 이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① ‘누가 먼저’가 아니라 ‘동시’에 양보해야 한다.

② 5자 간에 양보의 폭은 비슷해야 한다.

③ 소폭 양보가 아니라 대폭 양보라야 한다. 100명 중 10명을 자
   르면 로비와 불만이 높지만, 100템 중 80명을 자르면 모두가
   체념하고 수긍한다.

  따라서 신정부는 제3의 위치에 있는 국민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5개 집단의 대폭적인 양보안
을 ‘’동시에 내놓고 동시에 집행’할 수 있는 청사진이다. 그러면 왜
내가 먼저냐, 왜 내 몫만 특별히 많느냐는 불만이 없어질 것이다.

중재의 중요성

  우리 사회에는 엄청난 적대관계가 존재한다. 근로진과 경영진의
관계도 적대관계이고, 기업과 고객의 관계도 적대관계이다. 공무원
과 국민의 관계도 적대관계이고, 여당과 야당의 관계도 적대관계
다.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관계도 적대관계이다.

  이러한 적대관계에는 반드시 강자와 약자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
서 선진국들에는 약자보호법과 각종 ‘중재조직’들이 다양하게 운용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약자보호법도 없고, 중재자도 없
다. 법과 관행은 언제나 강자 편에 서왔다. 토론을 사회한다는 것
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조직이든 사조직이든 토론 기술만 습득한
다면 우리 사회는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다.

   1980년도에 국제무역에서 기업간의 과당경쟁이 문제화됐다. 한
기업이 외국 업체와 수출 상담을 벌이면 다른 업체가 바로 그 외국
업체를 접촉하여 수출단가를 낮추게 했다. 수입단가도 과당경쟁에
의해 올라갔다. 이는 국가적인 손해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망신이
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경제 부처 실장들이 모여 3일씩이나 토
의했다. 그러나 토의는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토의 진행방법에 시스템이 없고, 사회자에게 영감이 없었기 때문이
다. 그 결과 자유방임 현상이 지금까지 계속돼오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이 개선안을 내놓으면 고개들을 끄덕이다가도,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놓으면 또 그에게 고개를 끄덕
였다. 이 세상에 장점만을 가진 대안은 없다. 모두가 장단점을 가
지고 있다. 그래서 사회자의 분석능력과 창의력이 훌륭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모든 토론자들로 하여금 대안을 생
각해내게 하며, 각자의 의견을 목표 지향적으로 모아가는 세미나는
좀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구경하기 어렵다. 각종 회의 역시 ‘모아가
는 회의’가 아니라 ‘늘어놓는 회의’다. 시스템적 접근 방법이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이 바로 회의진행 분야이다. 명사회자가
되지 않으면 훌륭한 컨설턴트도, 훌륭한 경영자도 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문제
해결 위주로 유도해가며, 대안을 비교케 하는 소위 시스템적 접근
방법이 이용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의가 별로 생산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연구소에서까지 회의를 낭비라고 생각
한다. 일본의 직장 토의문화는 세계적이다. 이 직장 토의문화가 일
본을 세계 최고의 품질국가로 만든 것이다.

  북한에서는 ‘신기료 장사 셋이면 제갈 공명보다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토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창조할 줄 안다는 것이다. 반면, 남
한에서는 ‘사공이 셋이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토의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대면해서 토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회단체에서 중재자들이 나셨지만 이
들은 토의의 전문가들이 아니다. 토의에 의한 중재 시스템의 활용
은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교
통정리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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