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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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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29) - 금융기관의 독립성

과제 23.  금융기관의 독립성

   은행은 국민이 저축한 돈을 운영하는 곳이다. 기업은 그 돈을
   빌려가는 곳이다. 이들이 망하면 국민이 망한다. 그래서 은행과
   기업의 투명성은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

   국민을 대표해 전문지식과 감사기술을 가지고 은행의 투명성을
   밀착 감시하는 것이 공인회계사다. 이에 더해 미국의 은행에는
   공신력 있는 사회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15인 위원회가 있다. 이
   15명은 야합할 수 없는 다수다. 은행장을 이들이 뽑기 때문에
   은행장이 정치권의 영향력을 받을 필요가 없다. 중요한 의사결
   정도 이들이 하기 때문에 은행장의 전횡도 있을 수 없다.

   한국은행을 재경원 울타리 밖으로 두고 한국은행장 선발방법도
임명방식에서 선출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15인 위원회가 선
출하고 대통령이 인준하는 2중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YS집단의 국정논단과 금융계의 타락이 현재의 위기를 가
속화시켰다. 미국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방지하는가. 미
국의 모든 은행에는 15명 내외로 구성된 신탁위원회가 있다. 사회
적으로 공신력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야합할 수 없는 다수다. 은행
장은 이들이 뽑는다. 그래서 은행장은 누구의 압력도 받을 필요가
없다. 일상적으로 위임된 작은 업무 이외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
15인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따라서 은행장의 독단도 있을 수 없다.

  이들은 매년 1회씩 외부 공인회계 법인체에게 감사를 의뢰하고
이들로부터 제안된 제도개선 방안을 결정한다. 은행의 진정한 주인
은 국민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여
론이 일었다. 그러나 기업, 은행, 학교 등 모든 공공성격의 조직은
사회가 주인이고 사회가 감시한다.

  이 기회에 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정립이 요구된다. 주식회사
의 주인은 누구인가. 우리 대부분은 기업적 주인이 재벌회장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기업의 1차적 주인은 주주단이고 2차적 주인
은 국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은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족벌들이 마치 자기들의 개인 기업인양 독단권을 행사한다. 국제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왜 정상이요 상식인 것인가. 우리의 상식이 비뚤어져 있는 것이다.
은행과 대기업이 타락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보자.

  대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많게는 자기자본의 40배의 돈을 대출
받고 있다. 그 돈은 국민이 저축해둔 돈이다. 은행은 그 돈을 마치
자기들 돈인양 무책임하게 대출해주었다. 경영능력이 바닥난 대기
업이 망하니까 은행도 동반 자살했다. 수많은 예금자들의 돈이 날아
갈 판이다. 너도 나도 은행으로부터 예금을 인출해갈 것이다. 산업
자금이 일시에 고갈될 것이다. 그러면 국가 전체가 침몰한다.

  그런데 어째서 기업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그래서 정부
는 국민을 대신해 기업을 감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업 감시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요한다. 그래서 선진국 정부는 공인회계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 잡혀 있는 것이다.

  미국 은행들은 기업 자본금의 50%이상은 대출해주지 않는다.
일단 돈을 빌려주면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
․ 감독한다. 이러한 규정은 은행과 기업이 동반 자살하는 것을 예방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15인 위원회는 이를 감시 ․감독한다.

  은행에 대해서는 대통령일지라도 사사로운 간섭을 할 수 없어야
한다. 은행의 독립 없이는 경제 질서가 마비된다. 우리는 지금 세계
에서 가장 혹독한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첫째, 한국은
행을 재경원의 울타리 밖으로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둘째, 은행
마다 15인 위원회를 만들어 이들로 하여금 경영케해야 한다. 셋째,
은행 경영의 투명성이 하루 빨리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공인회계 시스템이 성숙될 때까지 한국의
모든 금융기관은 물론 은행돈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30대 재벌기
업에 공신력 있는 선진국 회계 법인체의 감사를 의뢰하고, 이들로부
터 공인회계 시스템을 익혀야 한다. 30대 재벌회사의 현금 입출현
황을 나타내주는 선진국식 재무제표도 하루 빨리 강요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 대기업들은 위기에 직면하려 하지 않고 어떻게든
비켜가려고만 애쓰고 있다. IMF에 의해 연결재무제표가 강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한국적 상황’이라는 잡다한 이유를
들어가며 저항하고 있다.

  그룹 내의 상호보증제 폐지에 대해서도 저항하고 있다. 대기업들
의 로비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확고한 지식과 철학이 없는
경제팀들이 하나둘씩 해이해지고 있다. 단호하지 못한 이러한 조치
로는 절대로 경제를 회생시키지 못한다.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조
치는 외국 공인회계 법인체를 한국 30대 대기업에 유치하는 길 뿐
이다. 한국 공인회계 법인체를 가지고는 절대로 대기업들의 저항과
술수에 ‘단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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