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국가개조 35제(27) - 신인도 제고를 위한 공인회계 시장개방

과제21.  신인도 제고를 위한 공인회계 시장개방

―――
금융권과 30대 재벌기업들에 국제적 공신력이 있는 미국의 공
인회계 법인체를 공개적으로 초청하자. 이는 국제적 신인도를
얻는 데에도 가장 강력한 방법이지만 낙후된 한국 공인회계 시
스템을 선진화시키고 기업 내 경영정보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에도 절대적이다.
―――
미국 공인회계 법인체 최고의 간부들은 거의가 다 시스템 분석
가들이다. 이들은 일반 공인회계사 봉급의 수백 배를 받는다. 수
리공학 기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지휘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
나 한국 공인회계 법인체에서는 모두가 공인회계사 일색이다.
마치 경제 사령탑을 경제학자들 일색으로 메우듯이!

  땅에 떨어진 국제적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를 감동시킬 수 있는 ‘수소폭탄급 투명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감동수단이 있다. ‘국제적 공신력이 있는 미국
공인회계 법인체들을 초청’하는 길이다. 이는 우리의 낙후된 기업회
계 시스템을 선진화시키기 위한 유일무이한 대안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의 규범과 상식(norm)에 익숙지 않은 우리에게는 다소 어리둥
절하겠지만 이는 푼돈으로 2가지의 메가톤급 효과를 얻는 길이다.

  하나는 국제신인도 회복이고, 다른 하나는 공인회계 시스템의 선
진화다. 공인회계가 선진화되지 못하면 ‘국제신인도’도 없고, 시장
경제 시스템도, 기업의 경쟁력도 없다. IMF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
하고 있는 ‘투명화 조치’를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하게 실천하겠다
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은 국제적 신인도를 하룻밤 사이에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오랜 동안 몸종 신분에 익숙해진 정신자세와 ‘가라회계’ 기술을
가지고 스스로의 힘으로 국제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은 이변 중에
이변이다. 잠깐 그 이유를 살펴보자.

  마치 경제 분야에 경제학자들만 모여 있듯이 우리 공인회계 분야
에도 공인회계사들만 모여 있다. 한국 공인회계 법인체 간부들은
모두 공인회계사들이다. 그러나 미국의 공인회계 법인체 간부들은
시스템 분석가들이다. 고급 시스템 분석가들의 능력은 매우 희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어지는 급료는 일반 공인회계사 급료
의 수백 배 수준이다.

  한국사회의 간부들은 일선 작업자들의 결과를 ‘합철’만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간부들은 작업을 계획하고 지휘한다. 그래서 한국
의 간부들은 폼으로 존재하지만 선진국 간부들은 실력에 의해 존
경을 받는다. 공인회계 법인체 내에는 수백, 수천 명의 사원들이 있
다. 이름만 ‘공인회계 법인체’이지 간부들의 대부분은 공인회계사
출신이 아니라 시스템 공학자와 통계학자들이다. 통계학계가 개발
한 다양한 분석기법들의 도움 없이는 공인회계 법인체가 기업 위에
군림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공인회계 법인체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며 공인회계
사 개개인은 시스템의 부속물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위력의 힘은
고도의 수리공학적 분석능력에서 나온다. 참고로 미국에서 가장 실
력있는 공인회계 시스템은 FBI 내에 있다.

  지금 미국에서 회계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시스템공학 분
야에서 개발한 수리공학 과정들의 상당부분을 이수해야 한다. 수학
의 깊이가 바로 능력이다. 그래서 수리공학 기법을 훈련받지 못하
면 공인회계 법인체에서 고급 간부직으로 승진하기 어렵다. 지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회계학자들이 ‘특별한 재능’을 요하는 수리공학 기법들을 공부한
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수리공학자들이 회계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단 5~6개월의 독학만으로도
충분히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생소하
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전문분야의 인프라 건
설을 외면한 채 적당히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감사의 마술력은 수리공학에 있다

  일개 공인회계 법인체는 수백 개 고객기업(client)에 대한 재무제
표 감사(audit)를 의뢰받는다. 모든 고객들이 12월 31일부로 재무제
표를 발표한다. 한국식으로라면 12월 말에 공인회계 법인체의 업
무가 폭주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한 ․ 미간에 대조적이
다. 한국은 1개 업체에 1~2명의 공인회계사를 배당한다. 그러나
미국은 1개 팀이 수십 개의 기업을 동시에 감사한다. 여기에 시스템
기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기업체마다 1~2명의 공인회계사를 배치하는 것 자체가 원시적
이다. 그럼 미국은 수십 명으로 구성된 1개 팀이 어떻게 해서 수십,
수백 개의 기업을 동시에 감사해서 12월 31일부로 발표되는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말인가. 바로 그것이
시스템 기법이다. 이는 상식인들에게는 마술(magic)이다.

  일단 회계법인체가 기업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시
작하는 것이 고객기업(client)적 회계시스템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맥을 짚는다. 그 맥에서 산출되
는 모든 통계자료를 현장에 상주하면서 수집한다. 이 자료를 가지
고 회계시스템의 신뢰성을 평가한다.

  그들은 이를 ‘내부통제 시스템의 평가 작업’(preliminary evaluation
of internal control systems) 단계라 한다. 이러한 신뢰성 평가는 재
무제표 항목 전체에 대해 이루어진다. 가장 어려움 분야는 제조과
정에 있는 재공품(work in process)에 대한 자산평가 분야다. 이는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기술의 문제다. 확률 모델과 시뮬레이션
기법들이 화려하게 등장된다. 회계시스템의 신뢰성이 숫자로 계산
되면 여기에 연간 예산을 투영한다. 그러면 비록 연말이 아니더라
도 재무제표의 정확성이 평가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인회계사
의 회계지식은 빙산의 일각을 기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회계법인체들은 미국의 회계법인체들이
이렇게 경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한국의 회계법인체
는 ‘부기사’들의 집합체다.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는 비록 한국에서
회계법인체의 권한을 미국 수준으로 올려줘도 기업의 투명성을 보
증할 수 없으며, 국제적 신인도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IMF에 전격적으로 제의해야 한다. ‘한국
의 공인회계 시스템은 열악하다. 공신력 있는 미국의 유수 공인회계
법인체를 선발해 달라. 이들로 하여금 금융기관은 물론 30대 재벌
기업을 감사케 하고 기업에 선진 회계시스템을 설치하게 해 달라’
고 그러면 한국의 신인도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기업은 ‘정도경
영’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푼돈으로 한국경제의 체
질을 급상승시키는 엄청난 보약이 될 것이다. 선진 공인회계 시스
템을 평상시에 구축하려면 저항에 부딪치지만 이를 간절히 바라는
IMF를 통하면 쉽게 풀린다.

  이 길만이 유일한 길로 보여진다. 이를 미루면 그만큼 국제신인
도도 경쟁력도 회복되지 않는다. 이는 사실상 구조조정 제1의 과제
요 가장 시금한 과제다. 더러는 이렇게 하면 ‘국내 기업정보가 노출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처박힌 꿩의 편협한 생
각이다.

  우리에게는 숨길 만큼의 기업 재무정보가 없다. 발표되면 오직
부끄러울 뿐이다. 설사 숨기고 싶은 것이 없다 해도 미국의 공인회
계사들은 그들이 취득한 기업정보를 절대로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다. 혹 그들의 부모가 원한다 해도 그들은 ‘프로의 윤리’를 배반하
지 않는다. 그들은 바로 이것 때문에 미국사회에서 존경과 신뢰의
화신으로 대접받는다. 누구든 공인회계사 윤리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거나 실력 때문에 과오를 범하면 공인회계사협회에 의해 즉각
제명된다. 바로 이것이 공인회계사라는 프로집단의 명예를 지켜온
비법이었다.


Prev	국가개조 35제(28) - 중소기업의 자생력 제고	지만원


Next	국가개조 35제(26) - 기법경영의 투명성 확보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