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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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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비리

지방세를 관리하는 행정부는 내부견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감사원은 이 견제 시스템의 건실성 정도를 진단해야 한다. 상호견제 시스템이란 일종의 자동화 시스템이다. 누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부서 또는 장부 상호간의 대조 기능에 의해 세금이 자동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훌륭한 자동견제 시스템은 견물생심의 99% 이상을 차단시키지만 한국정부에는 이러한 장치가 전혀 없다.

견제기능을 작동시키려면 여러 가지의 방법과 기술이 동원된다. 가장 기초적인 것은 직무의 분리(segregation of duty)다. 과세부서와 징수부서가 상호 견제돼야 한다. 수금부서, 현금보관부서, 회계부서간에도 상호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 한 개 부서가 북 치고 장구 치면 부정은 얼마든지 발생한다.

1개 구청에서 과세와 징수 업무를 겸하고 있는 것도 무리다. 수금, 현금보관, 회계 업무가 같은 구청 내에서 계단위로 분장되고 있는 것도 무리다. 한국적 상황으로 봐서 1개 구청 내에서는 부서와 부서간에 견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1개 구청 내에서는 열 사람, 스므 사람에게 업무가 분산돼도 이들은 쉽게 야합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감사원 감사를 믿고 있지만 감사원의 부정은 공무원 부정을 오히려 독려해 왔다. 금일봉 없는 감사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부정은 심복으로부터]라는 말이 있다. 미국 감사교과서에 있는 말이다. 사람을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으라는 말이다.

감사원이 부정을 캐기 위해 감사를 하게되면 그 감사관도 먹이사슬에 휘말린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감사의 주목적이 시스템에 대한 평가다. 부정과 비리는 시스템 감사에서 자동적으로 발견되는 부산물에 불과한 것이다. 감사는 아무리 훌륭해야 부정의 1%만을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부정의 99%는 자동견제 시스템에 의해 차단돼야 한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세금자료를 조사해 내는 일에만 제한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납세자와 구청직원이 결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자료는 두 가지 수단에 의해 견제돼야 한다.

하나는 이 자료에 대한 신빙성을 조사하고 원칙에 따라 세금액수를 판단하는 감시위원회이고 다른 하나는 은행에 납부된 실적 자료다. 만일 구청직원의 자료와 감시위원회의 검증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이를 조사의 대상으로 분류하게 된다.

감시위원회가 이 엄청난 자료를 모두 일일이 조사할 수는 없다. 여기에 바로 조사기법이 대두된다. 시스템 프로는 이러한 방법을 전산기에 장치시킬 수 있다. 있으나 마나한 구청단위의 감사관들은 모두 도 단위로 집결 운용돼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연중 내내 구청단위를 돌며 대조활동을 해야 한다.

납세자는 납세액 규모에 따라 등급을 정해 관리돼야 한다. 액수가 큰 납세자에 대해서는 과거에 걸친 통계적 추세를 판단한다. 수시로 납세자의 세무자료를 관찰해서 자료의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갑자기 A급 납세자가 B급으로 떨어지면 여기엔 곡절이 있다. 각 급수별로 납세자에게 고유번호가 지정돼야 한다. C급 납세자 수가 3만 명이었는데 영수증 숫자가 이보다 적으면 빠져나간 번호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수증 상단에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련번호가 인쇄돼 있어야 한다. 이 일련 번호와 납세자 고유번호가 일치되도록 하면 더욱 좋다. 영수증과 기록장부의 일련번호 시스템은 컴퓨터 자동견제 시스템의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수증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있다. 기록장부도 마음대로 인쇄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날 기록된 자료는 바로 그날 부로 감사원이 통제하는 부서에 온라인으로 보내져야 한다. 그래야 어제의 자료를 오늘에 조작할 수 없게 된다. 중요한 납세자에 대해서는 감독과 감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고 액수가 일정한 납세자에 대해서는 일련번호 중에 누락된 것이 있는 지만 찾아내면 된다.

세금은 은행으로만 납부돼야 한다. 은행에 납부된 실적자료와 과세자료가 대조돼야 한다. 따라서 은행은 납세실적 자료를 구청과 행자부 그리고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구청장의 조작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선진국처럼 각 납세자에게는 납세내역을 통보해야 한다. 전산가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이 몇 가지 기법들은 자동상호견제 시스템의 성격을 말해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은 공무원들이 여기저기서 [들은 실력]을 가지고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의 전산시스템은 더욱 큰 부정을 불러올 수 있다.

2001.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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