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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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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17) -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역할

과제11.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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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을 전후해 미국이 경제 위기에 처했을 때 레이건
  대통령은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불루리봉위
  원회를 설치했다. 반도체, 기계, 가전, 공작기계, 컴퓨터,
  소프트웨어, 도로, 항만 등에 대한 개선책이 구체화돼 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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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에게 유일하게 남은 수단은
  국방비를 깎아 이들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미국 사회 전체가 경제전쟁 체제로 돌입했다. TV와 라디
  오 그리고 일간지들 모두가 경제전에 대한 지혜를 동원
  하는 데 할애되었다.

  1988년 미국의 불루리봉위원회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경쟁
력 향상방안을 보고했다. 미국의 3대 DRAM 및 IC 제조
사인 모토롤라, 인텔, 몰스텍이 일본의 집중공격을 받아 폐쇄되었
고, 미국의 반도체 품질이 일본에 뒤져 있기 때문에 반도체 칩을
사용하는 미국의 모든 전자 및 가전, 기계제품들의 품질이 심히 걱
정스럽다고 보고했다.

일본에서는 13개 대기업이 공동 투자하여 반도체를 만드는 새로
운 제조공법을 공동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레이건 대통령의 관심
을 주목시켰다. 기업들이 힘을 뭉치지 않으면 미국이 일본에게 패
한다는 결론이었다.

  공작기계 분야는 서독과 일본에 밀려 맥도 못 추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정밀도가 뒤진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내는 데만 주력하고, 이를 제품으로 연결해서 돈을 버는 데는 무관
심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일본이 미국이 개발해놓은 ‘문서기술’
(paper technology)을 '생산기술’(production technology)로 전환하여
미국보다 훨씬 앞서 돈을 버는 데 귀재라는 사실도 적시했다.

미국이 앞서 있는 것은 핵심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그 소프트
웨어 기술을 상품화해야 미국적 비교우위가 확보될 것이라고 건의
했다. 사실 이 한마디의 건의가 계기가 되어 미국은 오늘날의 소프
트웨어 산업의 선두주자가 된 것이다.

  미국의 교육구조도 문제화됐다. 교사의 질적 문제와 실험실 여건
이 악화되어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인문계를 대폭 축소하고 자연계
대학을 8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결론도 냈다.
고속도로의 정체가 기업비용의 17%를 점한다는 결론도 유도되
었다. 그래서 1991년 부시 대통령은 1,610억 달러를 고속도로 건
설에 투입했다. 도로를 건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기존 고
속도로의 사용률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도로정보 시스템 개발에 건
설비의 10%를 투입했다.

항만 건설비의 30% 는 소프트웨어 개발비다. 항만의 핵심은 인간
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싱가포르는
인천보다 훨씬 협소하다. 그러나 훌륭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시스
템 기법에 따라 지어진 부두시설 덕분에 동양의 물류센터 역할을
하면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들에 비하면 부산항과 인천항은 무질서하게 산재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불과하다. 현대적 항구를 건설하는 일도 과장급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 설계를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
도, 그 설계가 시스템적으로 얼마나 훌륭한 것인가를 평가하는 일
도 모두 수퍼급 시스템 공학자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1990년을 전후해 미국의 경제위기는 극에 달했다. TV와 라디오
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분석가들이 등장해 다양한 각도에서 경제를
조명했다. 이에 반해 우리 언론매체들은 늘 등장하는 사람만 등장
케 해서 생각의 다양성을 차단시켰다.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국방비 축소가 유일한 수단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국방비를 축소시킬 수 있는 인재를 국방장관으로 등용하
여 3,000억 달러 규모의 국방비를 불과 3년 사이에 2,400억 달러로
축소시켰다. 한때는 매일 3,000명씩의 방위산업 인력이 해고되어
나갔다. 연봉 30만 달러짜리 기술자가 연봉 2만 달러의 직장도 마
다하지 않았다.

군인들도 하루에 500명씩 해고되었다. 며칠 후면 소령을 달게
되어 있는 조종사를 불러 양자택일을 제안했다. 소령이 필요 없으니
대위로 근무하든가 제대를 하든가 양자택일하라고 통첩했다. 그 장
교는 즉석에서 책상을 뒤엎고 나가버렸다.

모든 기업들이 대량해고를 무자비하게 감행했다. 많게는 50%까
지 해고했다. 해고된 인력들은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스스로 일거
리를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총동원하여 외국시장을 확대해
주었다. 달러가 들어오니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미국은 지금 거의
완전고용 상태를 구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앞으로도 한동
안 미국이 주도한다. 미국에는 한동안 불황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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